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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전력 질주’하는데 文은 ‘종전선언’

Jimie 2021. 9. 24. 04:06

[사설]북핵 ‘전력 질주’하는데 文은 ‘종전선언’에 다걸기하나

동아일보 입력 2021-09-23 00:00수정 2021-09-23 08:08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6·25전쟁)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거듭 제안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외교’를 강조하며 “우리는 확실한 약속 아래 가능한 계획을 향한 구체적 진전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미 정상의 유엔 연설은 북한의 잇단 도발적 행보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북 유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은 한미의 거듭된 대화 손짓에도 5MW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우라늄 농축공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장거리순항미사일과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무력시위를 벌였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1일 “북한 핵 프로그램이 전력 질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정이 이러니 한미 정상의 발언은 정작 북한을 향한 것이 아니라 한미 서로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읽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미국은 그간 비핵화 전 종전선언에 부정적이었고, 북한은 종전선언을 대미 압박용으로 활용했다. 문 대통령 제안은 미국을 향해 먼저 양보하라는 권고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은 새 대북정책에 한국 의견을 대폭 수용했지만 진전은 전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구체적 진전’도 한국 뜻대로 했는데 실질적 성과가 없지 않느냐는 답답함의 토로일 수 있다.

 

북한이 도발을 벼르는 상황에서 종전선언 제안은 뜬금없고 공허하게만 들린다. 올 5월 취임 4년을 맞아 “남은 임기에 쫓기거나 조급해하지 않겠다”고 했던 문 대통령이다. 유엔 연설에선 “상생과 협력의 한반도를 위해 남은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종전선언 제안이 임기 말 성과를 노린 집착이나 조급증의 발로는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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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정은 대변하던 정의용, 中 ‘늑대외교’까지 두둔하나

동아일보 입력 2021-09-24 00:00수정 2021-09-24 03:13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 참석해 공세적으로 변해 가는 중국 외교를 두고 “중국으로선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경제적으로 강해지고 있고 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그들 얘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진행자가 미국 한국 일본 호주를 반(反)중국 블록으로 구분하자 “그게 중국인들이 말하는 냉전시대 사고”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중국의 외교 행태를 두둔하면서 중국식 반박 논리까지 그대로 옮긴 것으로 한국 외교수장으로서 적절한 언사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중국의 거칠고 오만한 외교는 ‘늑대전사(전랑·戰狼) 외교’라 불릴 만큼 악명이 높다. 중국 이익에 어긋나면 거친 말폭탄이나 보복 조치도 서슴지 않는다. 미국의 견제 노선에도 입버릇처럼 ‘냉전적 사고’라고 맞받아친다. 시진핑 주석도 유엔총회 연설에서 “냉전식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중국을 감싸는 것은 결국 중국과 전략 경쟁을 벌이는 미국을 비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중국의 협력이 중요하고,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지면 사드 사태 이후 한중관계의 전면 회복이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미중 사이에서 현명한 외교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동맹국에 가서 그 라이벌을 대변하는 것은 동맹의 불신을 살 뿐이다.

 

 

정 장관은 2018년 청와대 안보실장 시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미국에 전달해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메신저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북-미 회담은 무참한 실패로 끝났고, 정 장관이 전달한 김정은의 진정성은 의심받고 있다. 정 장관은 이제 중국까지 참여하는 또 한 번의 북핵 이벤트를 꿈꾸는 듯하다. 하지만 어설픈 줄타기 외교로는 한국이 미중 갈등의 희생물이 될 가능성만 키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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