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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보다 통치가 더 어려운 아프간의 앞날은...

Jimie 2021. 8. 31. 12:47

정복보다 통치가 더 어려운 아프간의 앞날은...[글로벌 플러스-‘아프간 완전 독립’ 선언한 탈레반]

탈레반, 정부군 몰아내고 카불 점령 집권 성공했지만

소수 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국가 ‘통합’에 많은 난제

‘반대파’ 지역 민병대, 분권화된 통치 요구하며 대립

북부 판지시르 지역 중심으로 ‘무장 저항’ 지속 전망

‘극단주의’ IS, 시아파 처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랜 대립

탈레반, 집권후 IS 지도자 처형 vs 폭탄테러 ‘갈등’ 가시화

‘테러’ 악재·보복공습 등 상황은 다시 대혼돈속으로

美, 탈레반 비호속 알카에다 성장할까 ‘긴장 모드’도

탈레반에 저항하는 아프간 정부군과 민병대원들이 아프간 북부 지역에 집결해 반탈레반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AFP]

 

탈레반 치하를 벗어나기 위해 아프간 외부로 향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피 통로인 카불 공항에 진입하기 위해 사람들이 공항 앞에 진을 치고 있다. [EPA]

 

아프간 정부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아프간 북부 지역에서 반탈레반 전선을 형성해 아프간 국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

 

정부군을 몰아내고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미국이 20년 아프간전 종식 선언 이후 국가를 정상적으로 재건해 통치 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탈레반은 미군을 중심으로 아프간에 군대를 파병한 국제동맹군이 철군을 마무리한 이후 주변국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고 경제를 회복하는 등 국가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다민족 국가인 아프간은 정복보다 통치가 어려운 나라로 불린다. 무력으로 어렵게 정권을 장악하더라도 여러 민족의 화합을 이끌어내 국가적 안정을 추구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인구가 4000만명에 달하는 아프간은 탈레반 세력 기반인 최대 종족 파슈툰(42%) 외에 타지크(27%), 하자라(9%), 우즈베크(9%) 등 다민족으로 이뤄져 있다. 비(非) 파슈툰족 상당 수는 반탈레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탈레반이 수도 카불과 대통령궁을 장악했지만,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 계곡 일대는 아프간 정부군과 지역 민병대가 장악해 저항하고 있다.

반탈레반 세력의 마지막 저항 거점인 판지시르 계곡은 과거 구 소련에 항전한 아프간 민병대의 거점이기도 하다. 아프간 ‘국부’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가 현재 이 일대에서 반탈레반 항전 세력인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를 이끌고 있다.

마수드는 탈레반과 평화 협상을 원하지만, 공격을 당한다면 끝까지 맞서 싸운다는 계획이다.

알리 나사리 NRF 대외관계 책임자는 BBC와 인터뷰에서 “평화협상을 추진하겠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우리는 어떤 종류의 공격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수천명의 병력을 저항군에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마수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아프간의 분권화된 통치 형태다. 쉽게 말해 이 일대 통치는 마수드가 맡겠다는 것이다.

나사리는 “아프간은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권력을 나눌 필요가 있다”면서 “한 집단이 권력을 잡으면 현재의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40년간 누구도 우리 지역, 특히 판지시르 계곡을 정복할 수 없었다”면서 “(소련의) 붉은 군대도 힘으로 우리를 이길 수 없었다. 지금 아프간의 어떤 군대도 붉은 군대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관료 출신이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저자이기도 한 아프간 전문가 카터 맬커시안은 미 외교안보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급속히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 역시 시간이 갈수록 (통치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맬커시안은 ‘탈레반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통치할까’라는 제목의 이 기고문에서 “아프간 통치는 정복보다 어렵다”면서 “탈레반은 이슬람국가(IS)를 버텨냈고, 20년간 지속된 미군 점령기도 극복했다. 이렇게 두 번의 지배 체제 위기를 겪은 이들은 드디어 집권했고 당분간 집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탈레반의 집권이 40여년에 걸친 아프간 투쟁의 역사에 종지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 국가 내에서도 민족별로 갈라진 파벌의 통합이 이뤄지지 않고선 안정적 통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이런 우려를 넘어서기 위해 모든 종족을 참여시키는 포괄적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탈레반 측은 최근 아랍매체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과도 정부에는 아프간의 모든 종족 지도자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앞서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포괄적인 새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프간의 모든 종족 지도자를 과도정부에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탈레반 측은 새 정부에 참여할 인사로 12명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면서 “타지크족, 우즈베크족도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반탈레반 세력까지 과도정부에서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통치할 12인 위원회와 관련, 탈레반의 실질적인 지도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비롯해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 의장 등 기존 정부 인사를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 정식 국호)를 이끌 ‘아미르-울 모미닌’도 포함될 예정이다. 아미르-울 모미닌은 신자들의 사령관이라는 뜻으로, 탈레반 창설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 등이 이런 호칭으로 불린다.

탈레반은 취업 등에서 여성의 권리를 허락하고 부패를 막기 위한 특별 법원을 세우기로 하는 등 각종 유화책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내 민족간 갈등 해결도 난제지만, IS와의 갈등 등 이슬람 무장 정파간 노선 갈등도 시급히 극복해야 할 사안이다.

탈레반은 미군 철군 전에 아프간 정권을 빠르게 장악했지만, 미국과 탈레반 양측이 협상에 나서 미군 철군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탈레반과 대립 관계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IS가 미군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면서 상황은 다시 대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IS 아프간 지부인 ‘IS-호라산(IS-K)’은 지난 26일 탈레반 치하를 벗어나기 위해 외국인, 서방 조력자 등 수만여명이 운집해 있는 카불 공항을 목표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미군 13명 포함 170여명이 사망했고 1300여명이 부상당했다.

국제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고 미국은 테러 배후임을 자처한 IS에 대한 보복 공습에 나섰다.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던 아프간 사태에 다시 새로운 갈등의 분기점이 생긴 것이다.

정상 국가를 표방하며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던 탈레반으로서도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 됐다.

IS와 탈레반은 모두 이슬람 수니파 계열이지만, 보다 강경한 IS가 탈레반에 대해 시아파를 배교자로 삼아 처단하지 않는다며 사사건건 갈등을 벌이고 있다. 앞서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역시 IS와 탈레반이 정치적 이념 차이 때문에 갈등 관계라는 점에 주목, 탈레반의 승리가 IS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종교 신봉자이면서도 일종의 노선 갈등을 겪고 있는 셈이다.

‘학생’이라는 의미로 1994년 아프간에서 결성된 탈레반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 정권을 장악했다가, 9·11 테러 주범인 알카에다를 비호한다는 이유로 미국이 이들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 결국 실권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1988년 결성한 알카에다는 ‘본부’라는 의미로,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반미 테러 조직으로 거듭났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경제 중심지인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를 폭파시키며 전 세계를 경악시켜 오늘날 국제 테러 조직의 대명사로 통한다.

탈레반은 역시 같은 수니파 계열인 알카에다와는 겉으로는 거리를 두면서도 사실상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정권 장악과 함께 수감된 알카에다 주요 인사들은 석방했지만, 역시 수감돼 있던 IS 지도자들은 처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카에다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하자 소셜미디어에 축하글을 잇따라 올리며 환호했다.

테러 감시단체인 ‘SITE’ 인텔리전스그룹에 따르면 이들이 올린 소셜미디어 글은 “아프가니스탄이 정복됐고, 이슬람은 승리했다”고 번역됐다.

미국은 탈레반의 비호 속에 테러 조직 알카에다가 수 년 안에 다시 미 본토에 위협이 될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IS는 2003년 알카에다 하부 조직으로 시작해 극단적 노선을 표방하며 시리아 반군 활동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2014년 6월에는 이라크 동부에서 시리아 북부에 이르는 지역을 차지하면서 이슬람 지도자 칼리프(Caliph)가 통치하는 독립국을 선언하고 IS로 개명했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국제동맹군에 패전해 당시 영토를 대부분 상실하고 현재 세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김수한 기자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