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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갈법 처리 30일로 미뤘지만…강행하는 與 대책없는 野

Jimie 2021. 8. 25. 19:12

언론재갈법 처리 30일로 미뤘지만…강행하는 與 대책없는 野

  • 중앙일보
  • 심새롬.성지원
  • 입력2021.08.25 18:13최종수정2021.08.25 18:17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대치 중인 여야가 일단 본회의 일정을 닷새 연기하는 데 25일 합의했다. 8월 임시국회 종료(31일)를 하루 앞둔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언론중재법과 탄소중립 기본법·사립학교법 개정안·의료법 개정안 등 여야 이견이 첨예한 법안 처리를 무더기로 논의할 계획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중재법 등 관련 법안을 25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계획이었다.

 

여야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이날 오전과 오후 회동했다. 회동 종료 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월 30일 오후 4시에 본회의를 열어 모두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며 의결 강행 입장을 밝혔지만,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언론재갈법 처리를 막는 여러 방법을 끝까지 강구할 것”이라고 맞섰다.



국회법 논란에 ‘일단정지’



민주당은 당초 이날 본회의를 열어 언론중재법 날치기를 일사천리로 마무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전날(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개정안이 25일 새벽 4시쯤에야 여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법사위에서 당일 처리된 안건은 본회의에 올리지 못한다”는 야당의 반발에 부딪혔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2021.8.25 김경록 기자

 

국회법(93조의2)은 ‘위원회 심사 후 1일이 지나지 않은 법률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없다’면서 ‘의장이 특별한 사유로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 협의를 거쳐 정한 경우’를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과거엔 국회의장이 이 단서를 빌어 법사위·본회의 의결을 당일에 모두 진행한 전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박 의장은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를 취소하고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그는 회동 도중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93조를 보면 1일 여유를 두게 되어 있고 이를 야당이 주장하는 것을 참고했다”면서 “회기는 31일까지고, 여야가 (본회의를) 연기하자는 데에는 합의했다”고 말했다.



강행 의지는 그대로



박 의장의 선택은 가급적 야당과 협의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입법 독주'또는 '입법 폭주'란 비판을 희석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인 박 의장 역시 “이번 회기 안에는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며 민주당의 ‘무조건 8월 입법’방침과 같은 목소리를 명확하게 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1.8.25 김경록 기자

 

닷새간의 말미를 두는 데 동의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도 법안 강행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회동 종료 후 기자들에게 “(30일에는) 오늘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했던 법안과 인사에 관한 안건을 모두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에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주기로 한 원구성 정상화 합의를 쟁점법안 처리와 묶어 이행하겠다는 뜻이다.

여당은 국민의힘이 검토 중인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무력화하기 위해 ‘전원위원회 소집’ 카드를 새롭게 꺼내들었다. 전원위원회는 상임위ㆍ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을 국회의원 전원이 별도로 한번 더 심사하는 회의다. 필리버스터보다 먼저 여는 게 원칙이라 민주당은 ‘이미 충분히 토론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필리버스터를 저지하겠다는 계산이다.

본회의 개의(30일) 하루 뒤 8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상 전원위와 필리버스터를 둘 다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윤 원내대표는 전원위원회에 대해 “재적의원 4분의1이 요구하면 소집하게 돼 있어 여야 간 협의나 합의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국회법 (63조2)에 따라 전원위를 열어 언론중재법에 대해 여야가 제대로 토론하고, 우리 당이 왜 추진하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자”고 했다.



무력한 野…송영길 “뭣도 몰라”



하지만 국민의힘은 전원위 소집에 “동의하기 어렵다”(김기현 원내대표)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치열한 토론이 어려운 매우 느슨한 진행이 될 것으로 봐 이 사안의 실질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8.25 김경록 기자

 

하지만 171석 민주당의 전원위 소집 자체 의결을 국민의힘이 저지할 방법은 없다. 김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야당이 할 수 있는 의사 표현의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필리버스터 무용론이 일부 제기됐다고 한다.

상임위(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내 ‘법안소위→안건조정위→전체회의’ 3차례 단독 의결을 강행한 데 이어 전날 법사위에서도 야당 불참 속에 날치기를 감행한 민주당은 본회의 연기로 성의 표시는 했다는 입장이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국경없는기자회(RSF)가 개정안 폐지를 요구한 데 대해 “그건 뭣도 모르니까. 자기들이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아나”라고 비난했다가 한국기자협회로부터 “국내외 주요 언론단체를 무시하는 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는 반발을 샀다.

심새롬·성지원 기자 saerom@joongang.co.kr, 권민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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