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인 공항 접근 차단…수천명 발 동동
- 이데일리
- 방성훈
- 입력2021.08.18 10:08
카불 곳곳에 검문소·집집마다 수색…서방 조력자 검열
아프간 근무했던 미군들…조력자·지인 탈출 위해 안간힘
美국방부 “미국인·협력자 등 하루 최대 9000명 수송”
프랑스인들과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17일(현지시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군용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이 혼란에서 벗어나고 군용 및 민간 항공기 모두에 개방됐지만,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공항을 찾았던 수천명의 아프간인들은 발이 묶이게 됐다. 탈레반 군인들이 공항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하며 사실상 공항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아프간에서 일했던 전·현직 미군들은 자신들을 위했던 통역사들의 특별 이민 비자(SIV) 신청을 촉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탈출을 돕고 있다.
탈레반, 아프간인 공항 접근 차단…수천명 발 동동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지난 이틀 동안 수천명의 아프간인들이 활주로를 점령해 혼란을 빚었던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군용·민간 항공이 재개됐지만, 서방 국가들을 위해 일했던 수천명의 아프간인들은 비행기를 타기는 커녕 공항에 도착조차 할 수 없었다. 탈레반이 공항 입구에 검문소를 세우고 아프간인들의 공항 접근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부 비행기는 거의 빈 상태로 출발하기도 했다. 신문은 “100명 이상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는 독일군의 A400M 에어버스가 이날 단 7명의 승객만을 태우고 이륙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15일 자국 대사관 직원들의 철수를 완료했다. 하지만 백악관에 따르면 아직 1만 1000여명의 미국인들이 아프간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 정부는 이들의 안전한 수송을 위해 전날 추가 병력을 보냈다. 파병된 군인들은 공항 경계 확보, 항공 교통 통제 및 지상 작전 관리 등에 나선 뒤 군사 비행을 재개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탈레반은 민간인들이 공항까지 안전한 통행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 왔다. 우리는 그들이 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레반의 표적이 된 아프간인들은 마음을 졸이며 비행기에 몸을 싣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을 장악한 뒤 정부 사무실, 언론사 등을 수색하고 서방 국가를 도운 인사들을 축출해내는 등 20년 전의 집권을 떠올리게 하는 공포 정치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카불 시내 곳곳에 검문소를 세워 아프간인들이 미 대사관이나 공항에 접근하는 것을 전면 차단하고 있다. 검문소에서는 아프간인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내 영어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지, 탈레반에 반하는 불법 콘텐츠가 있는지 등과 같은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
아프간 근무했던 미군들…조력자·지인 탈출 위해 안간힘
아프간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미군들은 자신들과 함께 일했던 통역사 등을 탈출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군들과 아프간 통역사들은 대부분이 오랜 기간 함께 식사하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인명 구출에 나서는 등 깊은 유대 관계를 쌓아왔다고 WSJ은 설명했다.
해병대에서 근무했던 피터 제임스 키어넌은 자신을 위해 일했던 통역사의 미국 비자 신청을 2015년부터 도와 왔다. 통역사가 미국을 위해 일했다는 증거들을 10년 동안 공들여 수집했지만, 최근 관련 서류들을 불태우라는 지시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탈레반군이 카불 장악 후 서방 국가들을 도왔던 인사들을 찾아내기 위해 집집마다 수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키어넌은 “아프간 통역사가 아내 및 세 자녀와 함께 카불에 숨어 살고 있다”며 “더 늦어지기 전에 그의 가족들이 출국할 수 있도록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며 “통역사 친구가 무사히 있는지 알기 위해 12시간마다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이 주둔했던 20년 동안 우리를 도왔던 아프간인들 중 일부는 절대적으로 특별하다. 우리가 동지애를 저버리고 동맹국을 버렸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자책했다.
아프간전에 참전했던 육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의 더그 리버모어 역시 지난 역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비영리단체 ‘노 원 레프트 비하인드(No One Left Behind)’의 이사로 일하며 아프간인들의 비자 신청을 돕고 있는 그는 “하루 20시간을 전화통화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특별 이민 비자 신청자들이 미국에 도착한 뒤 재정착하는 것을 도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미 공군 화물기 C-17 글로브마스터 III(Reach 871)의 내부 모습.(사진=AFP)
美국방부 “미국인·협력자 등 하루 최대 9000명 수송”
한편 미 국방부는 오는 31일까지 미 국민과 미군에 협력한 통역사 등 특별 이민 비자 신청자들을 하루 최대 9000명까지 이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윌리엄 테일러 해병 대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이착륙장의 안전을 확보했다”며 “빠른 시일 안에 아프간에 내에 남아있는 자국민과 특별 이민 비자 신청자들을 이송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현지 미군 지휘부가 하루에도 수차례 탈레반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며 카불 공항의 안전이 확보됐음을 강조한 뒤 “미군은 1시간에 1차례씩 수송기를 띄울 예정이며 모든 여건이 맞아 떨어진다면 하루 최대 5000~9000명을 이송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거들었다.
미 합동참모본부 병참 담당 행크 테일러 소장도 기자들에게 “700~800명의 승객을 태운 C-17 군용 화물기 7대가 카불 공항에서 출발했다”며 “100명은 미 시민이고 나머지는 아프간인들과 제3국 국민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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