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불공정의 상징 됐다"…조민 사태에 분노한 고대생들
[중앙일보] 입력 2021.08.12 16:47 수정 2021.08.12 16:59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의 모습.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라는 법원의 2심 판단에 고려대 일부 재학생들 사이에서 입학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엄상필·심담·이승련)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 판결 내용에는 조씨의 입학서류가 위조였다는 판단이 포함됐다.
“이미 고려대 불공정의 상징돼”
조민 ‘7대 허위스펙’ 1·2심 재판부 판단 그래픽 이미지.
이번 판결은 조씨의 ‘고졸 갈림길’ 판결이라고도 불린다. 학생들은 “사필귀정”이라며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불공정의 상징이 된 모교의 모습에 씁쓸해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16학번 김모(25)씨는 “이번 사건은 특정 사회계층이 인맥·사회·문화적 자본을 통해 그 지위를 어떻게 물려주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입학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제2의 ‘정유라 사태’라 평가했다. 2016년 말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부정하게 입학하고 학사과정에서 교수들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입학이 취소됐다. 고려대생 17학번 김모(23)씨는 “처음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이 있었을 때부터 정유라 사태가 떠올랐다”며 “이 사건 이후로 학교가 불공정의 상징이 돼 열심히 노력해 입학한 학생들의 노력까지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려대 커뮤니티 “입학취소 즉시 조민 아이디 영구강등 처리”
고려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의 댓글내용. '고파스' 캡쳐
고려대 학생 인터넷 커뮤니티인 ‘고파스’에는 연일 조민 관련 글이 인기글에 올랐다. 고파스 운영자는 조민의 7대 스펙 허위 소식에 “고려대학교 입학취소 즉시 (조민의)고파스 아이디를 영구강등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조민이 입학 당시 같은 전형으로 지원했다가 떨어진 사람들은 소송을 따로 안 하는 것이냐”며 “부정입학한 조민으로 본인이 합격할 수 있었던 자리를 빼앗긴 것인데 조민이나 학교 상대로 소송 제기는 따로 안 하는지 궁금하다”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한편 그동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고려대의 처분에도 학생들의 관심이 쏠렸다. 판결 직후 고려대는 입장문을 내고 “2심 판결이 나왔으므로 판결문을 확보·검토한 후 본교의 학사운영 규정에 따라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국회에서 “2심 판결을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시점으로 보고, 허위 입시서류와 관련한 사실이 확정되면 관련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고려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 캡쳐
이에 대해서도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입장 미루기’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고려대학생 A씨는 고려대의 대응을 예상하면서 “'공정한 판단'을 위해 위원회를 구성 중, 위원회 구성에 객관성을 더하고자 구성 방안을 신중히 고려 중, 2차 위원회를 검토 중, 그것도 모자라 3차 위원회 구성까지 나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동안의 조민씨의 의혹에 대해 책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인 고려대를 비판하는 목소리다.
고려대가 조씨의 입학을 취소하면 이에 따라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의전원 입학에 필요한 학사 학위가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조씨가 올해 합격한 의사국가고시도 무효가 된다. 이른바 조씨의 ‘7대 허위스펙’은 단국대 논문 제2저자 등재,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확인서, 서울대 인권센터 인턴확인서, 아쿠아팰리스 호텔 실습 인턴확인서, KIST 인턴확인서, 동양대 영어영재협력사업 보조연구원 확인서, 동양대 표창장 등이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권민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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