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해부대 병사 "살려달라는 사람 속출…지옥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2 16:31 수정 2021.07.22 18:37
“지옥이 따로 없었다.”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의 승조원 A씨는 지난 2일 함내 첫 코로나19 유증상자가 발견된 시점부터 귀국 때까지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지난 20일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KC-330) 편으로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승조원 301명 중 현재까지 27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 중 한 사람인 A씨는 현재 수도권 소재 군 시설에 격리돼 있다. 군 당국은 승조원들에게 언론 접촉 금지령을 내렸지만 A씨는 “상황 발생 후 상부 지시들이 현장과 장병들의 고충에 대한 이해 없이 내려온다고 느껴져 답답했다”며 22일 중앙일보의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21일 문무대왕함 출항 전 팀워크 훈련 및 장비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Q첫 유증상자 발생 이후 환자 급증은 어떻게 전개 됐나
A7월2일 조리병 중 1명이 의무실에 입원했고 그 뒤로 다른 조리병들이 줄줄이 증상을 호소했다. 이전에도 감기 걸린 사람들은 종종 나왔기 때문에 미처 코로나19라고 생각을 못했다. 숫자가 늘어나자 간이 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진단 됐고(※국방부는 지난 16일 함내 유증상자가 40명을 넘긴 10일 경 간이 검사를 했지만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후론 일파만파였다.
Q원인은 뭐였다고 생각하나
A승조원들은 부두 정박상태일 때는 마스크를 쓰지만 파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항해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마지막 정박한 것은 6월말 부식 적재 때였다. 그때 들어온 물품들 중에 바이러스가 묻어있지 않았나 싶다.(※다만 질병관리청은 반입물품에 바이러스가 묻었을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Q왜 급속히 배 전체로 확산된 것인가
A환자가 급증하자 그때부터 격리한다고 환자를 한쪽으로 몰고, 침대를 바꾸고 이불로 침대를 가리고, 배식과 화장실을 분리했지만 큰 의미가 없었다. 함내 통로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여서 어차피 마주칠 수밖에 없고 냉난방 배관이 하나다. 흡연도 모두 같은 공간에서 한다. 승조원 전체가 어디 있더라도 같은 공기를 마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Q부대 지휘부는 어떻게 대처했나
A의무실에선 열만 내리고 심한 증세만 없다면 완치판정을 내고 일과로 돌려 보냈다. 열이 완전히 내리지 않은 환자들도 체온이 40도 가까운 환자들이 하루 10명씩 쏟아지자 의무실을 비워줘야 했다. 나중엔 누가 환자이고 아닌지 구분도 안되고 격리 기준도 무의미해졌다. 피 가래가 나올 정도로 증세가 심해 여기 저기 살려달라는 사람이 속출했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Q언제 코로나19인 걸 알았나
A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지경이 되자 증세가 가장 심한 6명을 상륙시켜 검사를 받았다. 전원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제서야 다들 ‘이게 코로나19였구나’하고 알게 됐다.
Q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받았나
A모두가 맡은 일이 있고 한 명이 빠지면 다른 누군가의 일이 배로 늘어난다. 아프지만 다른 전우들에게 미안하다며 일을 하는 전우들도 많았다. 처음 증세를 보인 조리병들도 기침을 하면서도 계속 조리를 했다. 밥은 먹어야 하지 않나. 다들 타이레놀이나 테라플로 몇 알 복용하며 버텼다.
Q어떤 지시가 가장 힘들었나
A확진자-미확진자 가릴 것 없이 비행기 탑승 전날에도 방역하느라 밤을 샜다. 알코올 묻힌 걸레나 물티슈로 배 닦고 물품 소독한 후 10미터에 하나씩 ‘방역 완료’라고 써붙였다. 다음에 오는 강감찬함 승조원들을 위한 방역이라는 명목 하에 실시됐지만 아무래도 상부 보고용이 아니었나 싶다. 인수인계할 물품을 소독한다고 했지만 결국 확진자들이 소독한 셈이다. 88%가 확진자니까. 오염돼 버려야 할 물건들이 많았지만 다 치우지 못해 일부는 쓰레기 봉투에 담아 배위에 올려 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21일(한국시간) 문무대왕함 출항 전 팀워크 훈련 및 장비 점검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A씨는 “다들 건강만 회복한다면 이 마저도 언젠가 소중한 사람들이랑 함께 나눈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A씨는 “어쨌든 완벽한 방역이 불가능한 함내 생활의 특성을 고려했다면 정부가 백신 보급을 서둘렀어야 했다”는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ric**** 2021-07-22 16:52:38
통수권자의 무능과 국방장관의 직무유기에 희생된 것이다. 군인을 최우선하는 미국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군인이 무시되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alam**** 2021-07-22 16:56:01
군인들의 방역을 제대 못챙긴 이 사건은 세월호 참사 못지 않은 대 참사다. 사건 보고체계와 대응 경과를 조사해서 발표해야 한다. 군병력이 배위에서 피를 토할 때, 통수권자, 국방부장관은 뭣들을 하고 있었는지 시간단위로 일정을 상세히 밝혀라.
xe3p**** 2021-07-22 16:54:55
문재인 보유국이니, 선진국이니, 세계 10대 경제대국, k 방역 어쩌고 하더니만 이게 뭐야... 에라이ㅡ.
egri**** 2021-07-22 18:22:08
청와대 문재인은 강아지 우유 주면서 바빠서 국민 돌볼틈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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