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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귀를 닫자, 자영업자는 거리서 운다

Jimie 2021. 7. 16. 07:00

정부가 귀를 닫자, 자영업자는 거리서 운다

“1년 6개월간 일방적 희생 강요, 최저임금까지 올라 이젠 끝장”
1인 차량시위에 전국서 700대나 모여… 장사 접고 거리 투쟁

이영관 기자

이기우 기자

김강한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1.07.16 03:00

 

7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 인근에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트럭에 올라 어려움을 호소하고있다. / 장련성 기자

 

“자영업자도 국민입니다.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지난 14일 밤 11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 김기홍(34)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 대표는 1.5톤짜리 시위용 트럭에 올라가 이렇게 외쳤다. 그는 경기도 용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코로나 영업 제한 시간인 밤 10시까지 가게를 지키느라 자영업자들의 시위는 심야(深夜)에 이뤄졌다. 이들은 여의도 시위를 마친 뒤 차량 150여대에 각각 타고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1인 차량 시위’도 벌였다. 당초 여의도에는 전국서 올라온 차량 700여대(주최 측 추산)가 모였지만 대학로로 가던 중 상당수가 경찰의 검문에 가로막혔다. 자영업자들은 대학로 인근 도로를 두 바퀴쯤 돌다, 다음 날 영업을 위해 일찍 해산했다. 비대위는 15일 자정에도 서울 도심 일대에서 ‘1인 차량 시위’를 열었다.

이 안내문, 하루라도 빨리 떼어낼 수 있길… -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식당에 ‘어쩔 수 없는 선택! 쉽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위 사진). 지난 12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하면서 손님이 줄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15일 서울의 한 노래방에는 ‘자영업자는 죄인이 아닙니다. 살고 싶습니다’라는 영업 중단 안내문이 붙었다(가운데). 또 다른 음식점에도 ‘더 이상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글이 부착돼 있다. /이태경 기자·뉴시스·장련성 기자

 

정부 방역 지침에 맞춰 1년 6개월을 묵묵히 견뎌온 자영업자들이 하나둘 거리로 나서고 있다. 악화하는 코로나 상황, 영업 제한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이 와중에 5.1% 인상된 내년도 최저임금 등 현 상황을 더는 견디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 오산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6)씨는 14일 밤 시위에 나와 “정부가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남은 건 코로나 이후에 진 1억5000만원의 빚뿐”이라며 “1년 6개월을 버텼지만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김영규(42)씨도 “정부가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아 결국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최근 “우리는 죄인이 아니다, 살려달라”는 팻말을 들고 온라인 1인 시위도 벌이고 있다. 실제 폐업으로 내몰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폐업 현황을 가늠할 수 있는 점포 철거 지원 건수는 2019년 4583건에서 지난해 1만1535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루 매출 100만원이 25만원으로 뚝… 세금 내려고 대출받는다”

서울 송파구에서 프랜차이즈 맥줏집을 운영하는 공신(39)씨는 최근 은행에서 5000만원을 빌렸다. 요즘 하루 매출은 25만원이 채 안 되는데, 이달 부가세 등 각종 세금이 500만원 나왔다. 공씨는 “정부 때문에 망하게 생겼는데, 세금 내려고 돈을 빌리려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도까지 빌려뒀다”고 했다.

 

2018년 권리금 3000만원을 포함, 1억8000만원으로 가게를 열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이 닥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 전만 해도 여름 한 달 매출이 3000만원을 찍을 때도 있었다. 작년 3월 코로나 발생 후 매출이 20% 정도 빠졌지만 견딜 만했다. 지난해 11월 영업 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매출이 반 토막 나기 시작했다. 오후 10시 전후 최고조 시간에 투입하던 아르바이트생 5명 중 3명을 그때 내보냈다. 그렇게 해도 주방 직원 월급 220만원 포함해 인건비 300만원, 임차료 300만원, 관리비·전기료 100만원을 내고 나면, 공씨 수중엔 100만원이 남지 않을 때도 있었다. 특히 지난 12일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시행 후엔 하루 25만원 매출을 올리기도 버겁다. 실제 영업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그나마 올해 초 건물 주인이 임차료 한 달치를 깎아 줬을 때 수입이 가장 나았다. 공씨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가게 문을 열고 닫았는데,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또 올리고, 코로나로 인한 지난 손실은 보상해 주지 않는다고 하니, 사회에서 버림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잠실에 있는 공신씨의 맥줏집 코로나 전후 상황

 

코로나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마저 인상되자, 560만 자영업자가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 때마다 가게 영업 시간을 단축하는 방역 정책, 소득 주도 성장을 하겠다며 급격히 인상한 최저임금,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며 도입한 주 52시간제 등 문재인 정부 정책의 최대 희생자가 됐다는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文 정부 정책의 최대 희생자가 된 자영업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악화됐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2018년 16.4%, 2019년 10.9% 올렸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2019년부터 주휴수당까지 의무화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은 2017년 대비 50% 가까이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이 5.1% 또 인상됐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코로나로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는데 무슨 돈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감당하나”고 했다.

 

수입이 급감한 자영업자들은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서울 삼성역 부근에서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는 신모(49)씨는 코로나 이후 문을 닫은 기간이 한 달 보름이나 된다. 실내 스크린골프가 영업 제한 업종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임차료 등을 내느라 올해 들어 쌓인 부채만 수천만원이다. 신씨는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려 겨우 메웠다”며 “정부에서 지원금 700만원을 준다는데,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손실 보상은 증액했지만 “이걸로 부족”

 

정부가 마련한 소상공인지원법(손실보상법)에 대한 불만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당초 예산 6000억원을 편성해 7~9월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6000억원으로 96만 업체에 나눠 주면 한 곳당 돌아가는 돈이 월 20만원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국회는 14일 1조2000억원으로 예산을 증액했다. 또 지난해 8월 이후 영업 제한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소기업에 지난해 매출 규모에 따라 최소 100만원에서 최고 3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연 매출이 1억원 이상 감소한 가게도 수두룩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금도 손해를 계속 보고 있다”면서 “장사를 못 하게 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여전히 부족한 지원책”이라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음식·숙박업 등 자영업자인데, 이에 대한 구제책은 미비하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처럼 선심성 포퓰리즘에 돈을 쓴다”고 했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약 13조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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