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의 '대모 구하기'…한명숙 수사팀 감찰결과 직접 발표
- 중앙일보
- 하남현
- 입력2021.07.13 19:41최종수정2021.07.13 20:29
‘한명숙 모해위증 감찰 결과' 14일 발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검찰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에 대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 감찰 결과를 직접 발표하기로 했다. “검찰의 부적절한 관행을 바로 잡겠다”는 명분이다.
모해위증 의혹 자체는 지난 3월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전후 대검이 두 차례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그 직후 박 장관은 추가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6년 전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유죄 판결한 사건을 놓고 당시 수사팀에 흠집을 내는 건 현 여권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한 전 총리에 대한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 전 총리 왼쪽에는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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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모해위증 의혹 수사지휘…4개월 만에 감찰 결과 발표
감찰 결과는 크게 5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발표된다. 인권 보호, 사법통제, 검·경 수사 협력, 공익 대표자, 제도개선 등이다. 구체적으로 한 전 총리 공판 때처럼 재소자를 검사실로 불러 조사하면서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는 ‘무(無)조서 출정조사’를 비롯해 표적수사‧별건수사, 피의사실 공표 등에 대한 문제를 짚는다. 또 직접수사 관행에 대한 전반적 제도개선안을 밝힐 계획이다.
박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들에게 “제도와 조직문화 개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며 “검사들이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수사 환경에 맞춰 열심히 일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합동 감찰은 지난 3월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 대검의 무혐의 불기소 결론에 대한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출발점이 됐다.
한 전 총리 재판 모해위증 의혹은 한 전 총리 수사팀이 2010년 1심 재판 과정에서 자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씨 동료 재소자들에게 "한씨가 구치소에서 한 전 총리에 9억원을 줬다고 얘기했다"며 거짓 법정 증언을 시켰다는 것이다.
지난 3월 5일 조남관 당시 검찰총장 대행은 대검 감찰 3과가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라 의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박 장관은 같은 달 17일 “처분 과정이 타당한지 의심된다”며 취임 후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대검은 3월 19일 대검 부장·고검장 확대 회의를 열고 재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사흘 뒤엔 관련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박 장관은 대검의 판단을 수용하면서도 “한 전 총리 사건에 국한하지 않고 전반적인 검찰 수사 관행을 점검하겠다”며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검찰 내부에서 ‘무리한 수사지휘권 행사’라는 비판이 나오자 박 장관이 합동 감찰이라는 반격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4개월 여 감찰 끝에 박 장관이 직접 결과를 발표한다. 그만큼 박 장관의 이 사건에 대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앞서도 “감찰이 그렇게 흐지부지 용두사미로 대충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인이 모해위증의혹과 관련해 과거 재판기록 등 자료를 살피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수사 지휘권 발동 다음날 한명숙 전 총리의 2011년 1심 재판과정에서 모해위증 의혹 관련 6000쪽 분량 감찰 기록을 직접 검토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박범계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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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저서 “합동 감찰 통해 나의 진실 드러나기를…”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총대를 메고 한 전 총리가 ‘부당하게’ 수사를 받았다는 결론을 통해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의 ‘대모’로 통하는 한 전 총리가 억울한 죄를 뒤집어썼다는 이미지를 만들려 게 아니냐라고 의심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총리가 무죄를 입증하려면 재심을 청구하는 게 맞다”며 “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어려우니 수사 과정을 트집 잡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집행이 정파적 이익을 위한 수단과 도구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든다”고 했다.
박 장관의 감찰 결과 발표가 한 전 총리는 최근 자서전『한명숙의 진실』을 발간해 자신의 무죄를 공론화하는 시점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한 전 총리 자신이 자서전에서 이번 합동 감찰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합동 감찰을 통해 나의 진실뿐 아니라 그동안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자행해온 온갖 악랄한 수사 관행 등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검찰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기를 바란다”며 “그 진실과 진상이 검찰개혁의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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