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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 억만장자, 우주관광 첫 이륙…열기구 사고서도 살아남은 모험가

Jimie 2021. 7. 12. 06:51

71세 억만장자, 우주관광 첫 이륙…열기구 사고서도 살아남은 모험가

[중앙일보] 입력 2021.07.12 00:23

 

리처드 브랜슨리처드 브랜슨(71) 버진그룹 회장이 우주관광 레이스의 테이프를 끊었다. CNN은 브랜슨 회장이 현지시간 11일 오전 7시40분(한국시간 오후 11시40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를 타고 우주관광에 나서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우주 꿈
90㎞ 상공 지구궤도 15분 머물러
특이한 행보로 ‘괴짜 CEO’ 별명

우주여행 25만 달러에 예약 판매
디캐프리오 등 구입자 600명 넘어

베이조스는 20일 상공 100㎞ 시도
머스크는 9월 지구 궤도비행 계획

 

자전거를 타고 비행장에 나타난 그는 이날 이륙이 몇 차례 연기됐던 우주선을 타고 이륙했다. 그동안 제프 베이조스 전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 경쟁하며 ‘억만장자 우주여행 삼파전’을 벌여왔지만, 첫걸음은 결국 브랜슨 회장이 뗐다.

이날 우주여행엔 브랜슨 회장을 포함해 모두 6명이 함께해 정원을 채웠다. 조종은 우주비행 경험이 풍부한 데이브 매케이와 마이클 마수치 등 2명이 맡았다. 우주탐사 업체인 버진 갤럭틱의 우주비행 훈련조교와 엔지니어 등 직원 3명도 탑승했다.

BBC에 따르면 VSS 유니티는 대형 모선인 ‘VMS 이브’에 매달려 15㎞ 상공에 오른 뒤 분리돼 지구궤도로 향했다. 그 뒤 탑승자들은 지상 약 90㎞ 상공에 도달해 무중력 등을 경험했다. 궤도에 머무른 시간은 15분 안팎, 전체 비행은 90분 정도였다.

브랜슨 회장은 1호 우주관광을 놓고 베이조스·머스크와 경쟁해 왔다. 베이조스는 아흐레 늦은 20일 자신이 세운 ‘블루 오리진’의 우주 로켓 ‘뉴 셰퍼드’을 타고 상공 100㎞에 오르는 도전에 나선다. 머스크는 9월 자신이 설립한 ‘스페이스X’의 우주선에 일반인 4명을 태워 지구 궤도비행에 도전한다.

버진 갤럭틱 우주여행 과정

 

브랜슨 회장은 2004년 우주관광을 위해 버진 갤럭틱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최근 약 4분간 우주에 머무르는 체험 프로그램 표를 25만 달러(약 2억9000만원)에 예약 판매했다.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600여 명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브랜슨은 난독증에 시달리다 17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학생 잡지인 ‘스튜던트’를 만들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10대에 비틀스의 존 레넌,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 등 세계적 인사를 인터뷰해 이름을 알렸다.

20대가 되자 중고 레코드를 팔다가 음반사 ‘버진 레코드’를 세웠다. 가수 스팅, 컬처클럽 등과 계약하면서 음반계의 거물이 됐다. 그 뒤 항공·통신·스포츠·금융·미디어로 사업을 확장했다. 1984년 세운 버진 애틀랜틱을 300여 대의 항공기를 운항하는 대형 항공사로 키웠다. 공적을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브랜슨은 상상을 뛰어넘는 홍보 활동으로 ‘괴짜 CEO’로 불린다. 버진 애틀랜틱의 취항을 알리려고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옥상에서 외줄에 매달려 내려오고, 버진 콜라의 미국 발매를 홍보하기 위해 뉴욕 한복판인 타임스스퀘어에 탱크를 타고 나타나 자사 제품으로 만든 ‘캔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눈길을 끌었다. 87년엔 열기구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했고, 2004년엔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35㎞ 거리의 영불해협을 수륙양용 선박으로 약 90분 만에 건넜다.

CNN은 브랜슨 회장의 두 번째 자서전인 『파인딩 마이 버지니티』를 인용해 그가 도전에 나섰다가 여러 차례 목숨을 잃을 뻔한 모험가라고 소개했다. 87년엔 열기구로 대서양을 횡단하다가 기상 악화로 해안경비대 헬기에 구조됐고, 2004년엔 TV쇼 프로그램을 위해 아프리카 빅토리아폭포에서 번지점프를 하다가 머리에 상처를 입었다.

우주 도전은 그런 브랜슨의 오랜 염원이었다. 그의 이번 우주관광은 무보험으로 진행된다. 베이조스도 무보험 여행을 할 예정이다.


김선미·임선영 기자 calling@joongang.co.kr

 

英 억만장자 브랜슨 회장, 첫 우주관광 시범비행 성공

  • 동아일보
  • 신아형 기자
  • 입력2021.07.12 01:21최종수정2021.07.12 06:41

민간인 우주여행의 문이 열렸다.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71)이 탑승한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가 성공적으로 비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로써 브랜슨 회장은 정보기술(IT) 업계의 ‘우주광’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를 제치고 개인 비행선으로 우주여행을 떠난 첫 기업인이 됐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브랜슨 회장을 포함해 총 6명을 태운 버진그룹 버진 갤럭틱의 VSS 유니티는 한국시간으로 밤 11시 30분경(현지 시간 오전 8시 30분) 미국 뉴멕시코주 우주공항에서 하늘로 치솟았다.

버진 갤럭틱은 이륙부터 착륙까지 모든 과정을 온라인 생중계했다. 약 75분의 여정이었다. 우주여행에는 데이브 맥케이 우주 선장(64), 시기샤 벤들라 인도계 비행 연구장 등 5명이 동행했다.

유니티는 대형 모선(母船)인 ‘VMS 이브’에 매달려 지구 상공 13km까지 올라갔다. 모선 이름 ‘이브’는 전직 승무원이었던 모친의 이름을 따 지었다. 모친은 당초 아들의 우주비행선 첫 탑승객으로 지정돼 있었지만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

 

이륙 약 40분 뒤 유니티는 고도 13km 지점에서 거대 화염을 뿜어내며 로켓 엔진을 점화했다. 이후 모선에서 분리된 유니티는 빠른 속도로 우주를 향해 날아오르며 지구 가장자리인 상공 88km에 이르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비행선의 속도가 음파 속도의 3배에 달했다고 전했다.

생중계 영상에는 브랜슨 회장을 비롯한 탑승객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선 안을 둥둥 떠다니는 모습도 포착됐다. 무중력 체험 후 한껏 들뜬 브랜슨 회장은 격양된 목소리로 “생애 최고의 경험이다. 이 아름다운 우주비행선을 개발하고 우리가 멀리까지 오도록 열심히 일해준 모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무사히 지구 땅을 밟은 브랜슨 회장은 마중 나온 가족들과 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브랜슨 회장은 2004년 1억 달러(약 1149억 원)를 들여 우주여행 사업을 위한 버진갤럭틱을 설립했다. 17년 동안 수십 번의 비행과 세 번의 유인 시험비행을 거쳤다. 오늘날 우주관광의 선구자가 되기까지 좌절의 순간들도 있었다. 2014년에는 버진 갤럭틱스가 개발한 ‘VSS 엔터프라이즈’가 시험비행 중 폭발해 추락하면서 우주선에 타고 있던 39세 미국인 조종사가 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5월 22일 조종사 2명을 태운 유니티가 고도 89km까지 올라갔다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계기로 미 연방항공국(FAA) 사업자면허 허가 절차에도 속도를 내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 장에 25만 달러에 달하는 버진 갤럭틱 우주여행 티켓은 5년 전 600~700명의 예약자를 받고 이미 마감했으며 예약자 중에는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우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베이조스는 9일 뒤인 20일 동생 마크와 자신이 이끄는 블루오리진의 로켓 ‘뉴세퍼드’를 타고 우주여행을 떠난다. 브랜슨 회장은 베이조스의 비행 소식 직후 우주여행 일정을 앞당겨 선구자가 되기 위한 승부욕이 발동됐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본인은 그저 우연의 일치였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머스크는 우주비행 일정을 아직 공개하진 않았지만 과거 ‘화성에서 죽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우주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브랜슨 회장이 (우주여행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IT계 부호인 머스크와 베이조스보다 상대적으로 재산이 적은 그가 민간 유인 우주비행의 시작을 끊었다”면서 ‘용감한 자는 오래 살지 못하지만 조심스러운 사람은 그 어떤 삶도 살지 못한다’는 모험가다운 브래슨 회장의 좌우명을 소개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마는 그의 ‘독한 기질’을 조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