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미국의 밀월···점점 고조되는 美中 충돌 가능성
- 서울경제
- 조양준 기자
- 입력2021.07.11 09:31
中견제·반도체 키우는 바이든
대만 동맹국처럼 대우 中 자극
중국軍 무력시위 횟수·규모↑
'대만 침공'도 공공연히 언급
2027년 '실력행사' 배제못해
지난 6월 일단의 미국 상원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했다. 한국 오산 미군기지에서 군용기를 타고서다. 코로나19 백신 지원이라는 인도적 협력 차원의 방문이었지만 대만을 한국을 거쳐 군용기를 통해 건너 갔다는 자체가 외교군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상징적 사건으로 볼만했다.
사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대만의 밀월은 수십년간 강고하게 유지돼왔던 국제정치학적 틀을 뒤흔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 대표부 대표가 양국 단교 이후 처음으로 초청된 것을 비롯해 4월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차관 등 미 고위인사들의 비공식 대표단 대만 방문, 5월 스콧 버스비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부차관보와 탕펑 대만 정부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 등 양국 고위급 인사들의 공개 대화 등은 대만의 지정학적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때문에 대만을 둘러싼 위기론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이 대만을 ‘흡수통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이 견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는 상황인데, 이 경우 중국의 군사행동 ‘시간표’를 되레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기 집권의 길을 마련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27년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고, ‘반도체 생산지’ 대만의 전략적 값어치가 높아지고 있는 점 등도 대만해협을 최대 화약고로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바이든은 이미 전략적 균형을 깨고 있다
미국은 그간 양안 관계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지켜왔다.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행동도, 중국을 자극하는 대만의 독립 움직임도 미국 입장에서는 억지 대상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이런 균형을 깨고 정책 선회에 나서고 있다. 정치와 외교안보·산업에 이르기까지 바이든 정부가 사실상 ‘중국 견제’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최근 대만에 ‘비공식 특사’를 파견하고 미·대만 간 해안경비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양국 관리 간의 교류를 더욱 장려하는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바이든 정부가 대만에 자주포 40대 등 무기를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사실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대만을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가운데 하나로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중국의 ‘역린’인 ‘하나의 중국’에 도발적인 시비를 걸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바이든 정부로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인 대만 TSMC와의 협력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최근 TSMC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반도체 생산 공장에 더해 최대 5개 공장을 더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은 한때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간 타협점이었지만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대만 편에 서면서 모든 게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의 대만 압박 ‘다음 수’ 재촉할 수도
이 같은 미국의 변화에 중국의 ‘다음 수(手)’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마치 바둑을 두듯 대만에 대한 군사적·정치적 압박을 서서히 조이고 있다.
최근 중국은 한 보고서를 통해 11년 전 대만해협 근처로 추정되는 해역에서 진행한 무인 인공지능(AI) 잠수함 실험을 뒤늦게 공개했다. 실험이 진행된 장소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대만해협 인근인 푸젠(福建)성 동부 연안일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무인 잠수함은 적의 잠수함을 인지·추적·공격할 수 있으며, 모형 식별과 어뢰 공격을 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공개한 점 자체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대만해협에서 중국 군의 무력시위는 빈도가 잦아지고 규모 또한 커지는 상황이다. 중국은 최근 5년 동안 대만해협에 군함과 잠수함 90척을 띄웠는데 이는 미국이 태평양 서부에 배치한 군사력의 최대 5배다. 대만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공역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중국 전투기가 출격한 횟수는 380여 회에 이른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관변 학자와 군사 전문가 사이에서는 ‘시 주석 통치하에서 대만 회복을 이뤄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일부 반(半)관영 논객들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대만) 통일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를 부추기기도 한다. ‘대만 침공’의 명분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인민해방군이 창군 100주년을 맞는 2027년이 중국의 ‘행동 개시’ 시점이 될 것이라는 ‘타임라인’마저 돌고 있다. 실제 필 데이비드슨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3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이르면 2027년에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면 중국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7월에 부분적인 실력 행사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18년 국가주석 임기를 폐지하며 장기 집권 체제를 마련한 시 주석 입장에서도 ‘대만 흡수통일’은 역대 지도자들을 단숨에 뛰어넘는 업적이 된다. 중국 정부는 이미 중국 교과서에 ‘장제스(蔣介石) 주도의 중화민국 정부’라는 표현을 모두 ‘장제스 주도의 국민당’으로 바꾸며 ‘대만 지우기’에 착수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 모두 전쟁 발발이라는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반도체의 메카인 대만이 전쟁터가 되는 순간 현대 문명은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이 대만을 놓고 충돌하면 건곤일척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어 부담이 너무 크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7월까지 긴장의 수위는 더 올라갈지언정 파국으로 내몰리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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