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 15개월 만에… 신한울 원전 1호기 조건부 운영 허가
원안위, 조건부로 운영 승인 “비행기 충돌 위험 등 대처하라”
입력 2021.07.09 21:14
우리나라 25번째 원전인 경북 울진 신한울 1호기가 완공된 지 15개월 만에 조건부 가동 허가를 받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운영 허가를 내주면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4가지 조건을 걸었다. 이를 위반하면 운영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현 정부 들어서 2019년 신고리 4호기에 이어 두 번째 신규 원전 허가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9일 경상북도 울진군 신한울 원전 1호기 운영을 최종 허가했다. 원안위는 이날 오후 제142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고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1호기 운영 허가안'을 심의해 의결했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4월 시공을 마친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발전용량은 1천400MW급이며 설계 수명은 60년이다. /경북도
원안위는 9일 “제142회 전체 회의를 개최해 신한울 1호기에 대한 운영 허가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비행기 충돌 위험과 원전 부품의 안전성 등에 대해 조처를 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위원 9명이 심의를 진행했고 운영 허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위원이 없어 운영 허가안이 의결됐다.
원안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운영 허가에 대한 보고를 받고 7개월 만인 지난 6월 첫 심의를 했다. 하지만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보고서에서 오류가 발견돼 수정·보완을 위한 조사 후 이번에 안건이 재상정된 것이다. 이날 안건이 통과되면서 한수원은 오는 14일 연료 장전을 시작해 8개월간 시운전을 거쳐 상업 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신한울 1호기는 발전용량 1400메가와트(MW)로, 본격 가동되면 경북 지역의 연간 전력 23%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4월 사실상 완공했지만 비행기 충돌 위험,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며 허가를 미뤄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항공기가 신한울 1호기에 떨어질 확률이 1000만년에 한 번 정도다. 원안위는 안건 통과 전 보고를 총 13차례 받았다. 이는 앞선 신고리 4호기 8차례와 신월성 2호기 6차례보다 많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3일 “이미 완성 단계의 원전을 아무 일도 안 하고 묵히는 문제는 빨리 정리해야 한다”며 신한울 원전 1호기 운영 허가 승인을 직접 요청하겠다고 했다. 결국 원안위는 4가지 조건을 걸어서야 운영 허가를 내줬다. 비행기 충돌 위험에 대한 평가 2개 항목과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부품에 대한 실험 결과를 제출, 최종 안전성 분석 보고서 제출 등이다. 일부 위원들이 안전성 문제와 조건에 들어갈 문구에 대해서 지적을 하면서 긴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1시에 시작된 회의는 9시가 다 돼서야 안건이 통과됐다.
올여름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지만 신한울 1호기가 당장 투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운영 허가를 받아도 연료 장전과 시운전 등을 거쳐 내년 3월에야 본격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원전은 24기 중 16기가 가동 중이고, 8기가 정비 중이다.
정부가 원전을 제때 허가하지 않아 입은 신한울 1호기의 경제적 피해가 매달 450억원에 이른다. 국민의힘 탈원전대책특위 박대출 위원장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가 계획대로 정상 가동됐을 때 예상되는 연간 발전량은 899만8535MWh(메가와트시), 발전 수익은 연간 5400억원이다. 당초 한수원 계획대로라면 신한울 1호기는 운영 허가를 받아 이달 가동을 시작했어야 한다. 8개월 늑장 허가에 따른 피해가 최소 360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원전 전문가들은 늦게나마 원안위가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를 내준 것을 환영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신한울 1호기가 본격 가동하면 날씨에 따라 가변적인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탄소 배출 감축 효과도 클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해져 국가 경제와 환경 측면에서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한울 1호기는 주요 부품 국산화를 통해 기술 자립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미 7000억원이 투입됐다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4차 산업과 탄소 중립을 위해 전 세계가 원전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고 전 세계에서 원전 건설과 개발 붐이 일고 있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로 급속히 붕괴 중인 원전 산업 생태계를 다시 살려내야 원전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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