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 모여 '대통령 윤석열' 연호…野의원 25명 집결
尹 정치선언 기자회견 현장
전국서 지지자 몰려 인산인해
축하 화환도 150m 늘어서
직접 쓴 원고 연설뒤 질의응답
국내외 언론사 113곳 참석
尹, 일일이 취재진과 악수
정진석·권성동·유상범 등
국민의힘 의원 자발적 참석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 지지자 수백 명이 운집해 있다. [한주형 기자]
"여러분의 기대와 열망에 실망시켜 드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가 다 함께하면 할 수 있습니다!"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참여 선언식이 열린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윤 전 총장이 선언식과 취재진 질의응답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2시 20분께 밖으로 나와 이렇게 외치자 발 디딜 틈 없이 운집한 지지자 수백 명이 일제히 환호하며 '대통령 윤석열'을 연호했다. 지지자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 '윤석열 부르는 대한민국' 등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을 지지하는 내용과 지역명이 쓰였고, 경기·광주·경북·나주·대전·부산 등 전국을 총망라했다.
지난 3월 4일 총장직에서 퇴임한 후 118일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윤 전 총장의 정치 데뷔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무색하게 하는 인파의 열렬한 지지와 함께 이뤄졌다. 공식 행사는 오후 1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지지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윤 전 총장을 기다리며 행사장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의 정치 선언과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축하 화환도 행사장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인 양재시민의숲역까지 이르는 약 150m 거리에 줄지어 선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윤 전 총장은 주로 행사장 내부에 머물렀지만,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세 차례 모두 큰 환호를 받았다. 먼저 이날 오전 11시께 행사장에 도착한 그를 맞은 건 태극기와 피켓을 든 중노년층 환영 인파였다. 윤 전 총장은 행사 시작을 앞둔 낮 12시 30분께에도 국민의힘 의원 20여 명과의 기념 촬영을 위해 건물 밖으로 깜짝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이 의원들과 계단에 도열해 단체 사진을 남기는 동안 지지자들은 피켓과 꽃다발, 태극기 등을 들고 계단 쪽으로 모여들어 "윤석열"을 외쳤다. 윤 전 총장이 행사장을 떠나며 짧게 인사말을 남기고 인파를 헤집고 나가는 도중에도 지지자들은 "윤석열! 윤석열!"을 외치며 그의 퇴장 길을 배웅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선언식 시작 4분 전에 행사장에 입장했다. 참모 중 내부엔 윤석열 캠프의 정책 총괄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만 들어가 취재진이 앉은 좌석 맨 앞줄에서 자리를 지켰다. 윤 전 총장은 초반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직접 본인이 썼다고 알려진 '국민께 드리는 말씀' 원고를 읽을 땐 무대 바로 앞에 위치한 프롬프터를 곁눈질하며 읽었다. 직후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선 답할 때 좌우로 머리를 자주 흔들었고,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하려는 듯 잠깐씩 침묵이 이어지기도 했다. 복잡한 현안 관련 질문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것이 아니다"고 말하며 즉답을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검찰총장 시절에도 '팬덤'이 상당했고, 2013년 국감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직설을 남겼을 정도의 윤 전 총장이지만, 대권이라는 더 큰 무대에 등판한 그에게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서 그 역시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을 찾은 윤 전 총장은 이후 시간이 다 돼 행사를 마무리하려는 사회자를 저지하며 예정됐던 행사 종료 시간 오후 2시를 넘겨서까지 추가 질문에 응했다. 행사 후엔 1~3층에 걸쳐 분포해 있던 취재진을 일일이 찾아 악수하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캠프에 따르면 이날 현장 취재는 113개 언론사가 신청했다.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국민의힘 소속이거나 소속이었던 현역 의원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충청 대망론'을 주장하는 당내 최다선 정진석 의원을 비롯해 어린 시절 친구인 권성동 의원, 검찰 출신인 유상범·정점식 의원은 물론 전혀 인연이 없는 듯한 초선 의원들도 현장을 찾았다. 권성동 의원은 '자신을 '윤석열계'로 분류해도 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요즘 당에 계보정치는 없다. 그냥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국회의원의 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정진석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초청이나 부탁은 없었고 자발적으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의원들과 윤 전 총장은 악수하며 가볍게 인사를 나눈 정도였을 뿐, 코로나19 방역수칙 등으로 별도의 티타임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당에서는 윤 전 총장이 아직 '당 밖'의 사람이라는 점, 같은 시간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대선 행보 차원의 정책 발표를 했다는 점 등에서 의원들이 당 밖 주자에게 '초대받지도 않고' 달려갔다는 점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평가하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당내 주자인 홍 의원 행사장에는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 위주로 참석했는데, 윤 전 총장 행사보다 참석한 당내 인사 숫자가 적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만약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지 않으면 대선 국면에서 (윤 전 총장 쪽으로 지지세를 밝힌 의원들은) 어떤 역할도 할 수 없게 될 텐데, 경솔한 처사"라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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