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거의 안한 낙동강 6개 보, 수질 오히려 개선
오염물질 분해… 홍수예방 효과도
입력 2021.04.14 03:20
환경부가 13일 발표한 ‘보(洑) 11곳 개방 관측 결과’에서는 금강·영산강에 비해 개방 실적이 미미했던 낙동강 수계 여섯 보의 수질이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 보는 작년 홍수 때 예방 효과도 톡톡히 보았다.
환경부가 이날 낙동강의 상주보·구미보·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에 대해 개방 이후(2018~2020년) 수질을 이전 시기(2013~2016년)와 비교한 결과, 6곳 모두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 값이 9~21% 낮아졌다. 또 인 함량(TP)도 상주보와 구미보가 3% 올라간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네 보에서 8~28% 낮아져 수질이 개선됐다. 금강과 영산강의 주요 지점에서 다섯 보 개방 이후 수질 값이 30~40%가량 악화된 것과 대비된다.
보 개방을 거의 하지 않은 낙동강 수계에서 오히려 수질이 좋게 유지된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낙동강 여섯 보는 원활한 취수·양수를 위해 대부분 보 개방 없이 물을 가둔 상태로 운영됐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낙동강은 영남 일대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거대 수계로서 각 지자체가 수질 관리를 잘하고 있다”며 “보가 물을 잘 가둬둔 덕분에 오염 물질 희석 및 분해 효과도 나타났다”고 했다. 낙동강 보 설치 지역에서는 작년 기록적 집중호우에도 물난리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보 덕분에 무사했다”는 말이 나왔다.
보 해체 연구 골몰하는 새… 한강 하구 물길 절반이 막혔다
[한삼희의 환경칼럼] 경기도 일산 한강 자유로 쪽, 폭 900m, 길이 8㎞ 장항습지
국내 최대 버드나무 군락, 큰 홍수 때 제방 괜찮겠나
4대강 보 해체만 연구 말고 한강 하구 안전성 보강해야
입력 2021.06.23 00:00
한강 강북쪽 자유로 아래 장항습지 모습. 국내 최대라는 버드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다. / 고양시 제공
지난 4일 아침 한강 장항습지에서 생태 교란종 식물 제거 등 활동을 벌이던 50대 환경 단체 조합원이 밟은 지뢰가 터졌다. 안타깝게도 그는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장항습지는 김포대교와 일산대교 사이 한강의 강북 쪽으로 붙어 형성돼 있는 기다란 습지를 말한다. 자유로 건너편으론 킨텍스와 일산호수공원 등이 있다. 길이가 8.3㎞, 최대 폭은 900m다. 한강 하구부터 밀물을 타고 무장 공비가 침투할 수 있다고 해서 1970년대에 철책을 설치해놓고 군부대가 경계 근무를 섰다. 2018년 군 병력 철수 후론 제한된 숫자의 시민들에게 생태 탐방을 허용해왔다. 지뢰는 한강 하구 비무장지대에 설치됐던 것이 밀물을 타고 거슬러온 것으로 추정된다.
1988년 상류 쪽에 신곡수중보가 완공된 다음부터 하루 두 번 밀물을 타고 바다에서 들어온 미세 토사가 가라앉으면서 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새섬매자기 같은 키 작은 풀이 들어와 습초지를 이뤘다가 갈대밭이 만들어지고 나중엔 버드나무 군락이 형성됐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汽水) 구역으로 염분 농도가 다양해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생태를 이루게 된다. 장항습지에는 식물만 158종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어새 흰꼬리수리 말똥가리 등 멸종 위기종을 비롯해 조류 55종이 확인되고, 고라니 삵 같은 포유동물도 살고 있다. 매년 철새 종류가 3만 마리 찾아온다고 한다. 말똥게가 발에 밟힐 정도로 많고 버드나무 숲은 국내 최대 규모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장항습지를 2006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고, 지난달엔 람사르 습지로 등록돼 보전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문제는 장항습지가 계속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갈대, 버드나무 등이 자리 잡으면 식물 뿌리들이 단단하게 엉켜 붙으면서 어지간한 물살에도 토사가 쓸려 내려가지 않게 돼 육화(陸化)가 진행된다. 그러면서 바깥쪽으로 계속 펄이 확장된다. 한강 하구를 연구해온 건설기술연구원 이삼희 선임연구위원은 “2019~20년 1년 동안 20m 확장되는 걸 관찰했다”고 했다. 2007년 습지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지난주 지뢰 사건을 계기로 다시 가보고 상당히 놀랐다. 출입이 통제돼 있어 일산대교 위에서 전경만 살펴봤지만, 14년 전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로 확장돼 있었다. 자료를 뒤져보니 환경부의 2009년 2월 보도 자료에는 장항습지 면적이 2.7㎢(길이 7.6㎞, 최대 폭 600m)였다. 지난달 람사르 습지 등록 후 발표한 자료에서는 5.96㎢(약 180만평)였다. 12년 만에 2.2배로 늘어났다. 카카오맵 ‘거리 재기’ 기능으로 재봤더니 강남·강북의 제방 사이 한강 폭이 1.6㎞인데 장항습지 폭은 0.9㎞였다. 물길의 56%가 막혀 있는 셈이다. 비교를 위해 반포 구간을 봤더니, 한강 폭 850m에 강남 쪽 한강시민공원 폭은 150m 정도였다.
장항습지의 2019년 3월 구글 사진. 왼쪽 한강을 가로지른 다리는 일산대교. 습지 규모가 2008년에 비해 크게 확장돼 있다.
구글에서 잡은 장항습지의 2008년 10월 모습.
12년 사이 두 배 넘게 확장됐다면 앞으로도 계속 자랄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한강의 안전에 문제가 없겠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하천은 강수량이 여름철 짧은 기간에 몰려 있기 때문에 최대 갈수기에 비해 최대 홍수기 때의 유량 비율이 굉장히 크다. 유럽 강은 대개 10배 안팎인데 한강은 390배나 된다. 그렇기 때문에 홍수, 가뭄에 대비해 댐을 짓고 제방 쌓고 보(洑)를 만드는 것이다. 하천에 교각을 세우거나 둔치에 인공 구조물을 집어넣을 때도 홍수 때 물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지 따지게 된다. 장항습지 버드나무 숲은 홍수 때 물 흐름을 막는 장애물이다. 수위(水位)를 올리는 작용을 하게 된다. 최근 20~30년 사이엔 다행히 큰 홍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강 물길 절반이 막혀버린 상태에서 큰비가 온다면 제방이 견뎌줄 수 있겠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와 환경 단체들은 습지를 귀중한 생태로 여긴다. 특히 한강은 국내 큰 강 가운데 유일하게 하구 댐이 없는 자연 하구를 갖고 있다. 환경부는 멸종 위기 식물 매화마름을 장항습지에 이식하거나 겨울 철새들에게 먹이를 공급하는 등의 습지 보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그렇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은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장항습지가 홍수 위험을 높이고 있다면 부분 준설 등의 대책도 검토해봐야 한다. 환경부는 50명이 넘는 직원을 배치해 몇 년째 4대강 보 해체 방안을 연구해왔다. 그런 황당한 일에 쏟는 노력의 아주 작은 일부라도 돌려 장항습지로 인한 한강 홍수 취약성을 보강하는 데 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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