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계획 이상으로 백신 접종 원활”… 정은경은 “송구”
- 조선일보
- 안준용 기자
- 입력2021.05.04 03:00
[백신 수급 비상]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백신 도입과 접종은 당초 계획 이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4월 말까지 300만명 접종 목표를 10% 이상 초과 달성하는 등 접종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나라 인구 두 배 분량의 백신을 이미 확보했다. 상반기 1200만명 접종 목표를 1300만명으로 상향할 수 있을 것이란 보고도 받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물량 문제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일시 중단된 데 이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도 이달 중순까지 접종이 중단·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백신 도입·접종은 원활하다”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구체적인 백신 도입 일정에 관한 언급은 없이 “5월에도 화이자 백신은 주 단위로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며, AZ 백신은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물량이 앞당겨 들어온다”고 했다. 또 “정부는 치밀한 계획에 따라 백신별 도입 물량을 1·2차 접종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엔 우리 기업이 개발한 국산 백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달라”며 ‘백신 주권 확보’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가 되기 위한 입지·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 전폭적인 기업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내 코로나 상황과 관련해선 “인구 3000만명 이상 국가들 가운데 코로나 위험도가 가장 낮은 나라를 유지하고 있다”며 “선제적 검사와 철저한 역학조사, 신속한 치료라는 K방역의 장점이 현장에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600~700명대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거듭 ‘K방역’을 내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성공적 방역 덕분에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면서 “백신 접종이 진행되며 일상 회복의 희망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청와대 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최근 백신 수급 논란과 관련, “1~2차 접종 순서·일정에 대해 사전에 상세하게 안내하지 못한 점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접종 일정과 백신 공급 일정에 대해 더 소상하게 설명드리고 소통하겠다”고 했다. ‘일시 접종 중단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는데도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정보 공개에 너무 소극적·방어적이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국민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백신 정보를 투명하게 알리라”고 했다.
백신 냉동고 보는 김강립 식약처장 -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보건소 예방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보관한 냉동고를 둘러보고 있다. 김 처장은 이날 용산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접종 목표 초과 달성’ 발언과 관련해 “백신 재고량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고 목표 수치 달성에 초점을 맞춘 결과, 75세 이상 접종 대상자 상당수가 여태 1차 접종도 하지 못하는 ‘5월 백신 가뭄’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 대통령 발언을 비판하며 ‘백신 국정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백신 접종 계획이 당초 계획 이상으로 원활하다’는 말은 대체 어떠한 자료를 근거로 하는가”라며 “불과 일주일 전 백신 수급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지 말라던 대통령이 또다시 허울 좋은 ‘K방역’을 운운한 것은 백신 확보 실패를 덮기 위한 자기부정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접종 실행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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