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들 레고블럭처럼 쌓였다” 이스라엘 참사 순간의 증언
입력 2021.04.30 19:56 | 수정 2021.04.30 19:56
수만명이 몰린 이스라엘 유대인 성지순례 행사에서 29일 밤(현지 시각) 최소 44명이 숨지는 압사 참사 현장에 있던 이들이 이번 사고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증언했다.
2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북부 메론산에서 열린 라그바오메르행사에 참석하려는 인파들이 몰려들고 있는 모습. /와이넷
현지 매체 와이넷(Ynet) 등에 따르면 참사 현장 생존자들은 어떤 이유로 운집한 일부 축제 참가자들이 넘어졌으며, 이후 이동하려는 인파가 차례로 넘어지면서 곧 수백 명이 깔렸다고 증언했다.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아브레이미 니빈은 “참사는 ‘하시딕 톨도스 아론’ 종파들이 축제장을 빠져나오려고 할 때 시작됐다”며 “이동하는 인파 중에 앞줄에서 몇 명이 미끄러져 넘어졌고, 이어 뒤따르던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 위에 깔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했다.
3개월 된 아이와 함께 이날 축제 참가를 위해 이스라엘 북부 메론 지역을 찾은 아브레이미는 자신이 시신들 사이에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울먹였다. 그는 “구조대원들은 현장에서 사고로 훼손된 신체 부위를 수거했고, 경찰이 도착해 인파를 둘러싼 철제 장벽을 제거하고 나서야 압박이 풀렸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당시 축제 영상에는 수천명의 인파가 양 측면이 막힌 좁은 출구를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보인다. 이번 사고로 부상을 입은 차임 베르하임은 축제장 바닥이 미끄러워서 사람들이 미끄러지면서 참사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에 전했다.
수십명이 압사한 대형 사고 발생 직전 수만 명의 초정통파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의 전통 축제인 '라그바오메르'를 즐기고 있다. /트위터
그는 “바닥이 젖어 미끄러운 상태여서 걷는 것을 멈췄는데, 이를 모르는 다른 쪽 축제 참가자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연쇄적으로 사람이 깔렸다”며 “숨을 거의 쉴 수 없었는데 뼈가 부러지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구조대들은 ‘레고 블럭’처럼 쌓인 시신들을 수습했다”고 했다.
AFP 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사고로 최소 44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사고 현장의 유대인들은 전통 축제인 ‘라그바오메르(Lag B’Omer)’를 즐기기 위해 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약 1900년 전 유대인 랍비 시몬 바 요차이가 사망한 것을 기리는 축제다.
전세계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은 최근 방역 조치들을 완화하고 있다. 이날 축제는 당국의 허가 속에 열린 첫 대규모 종교 집회였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날 축제에 1만명이 모이는 것을 조건으로 개최를 허가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 전역에서 약 650대의 버스로 3만명 이상이 모여들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0만명이 축제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행사에 참가한 초정통파 신도들은 유대교의 보수 율법을 지키며 살아간다. 약 120만명에 달하는 이들 집단은 한평생 유대교 율법을 공부하고,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병역 의무를 면제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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