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관음(生觀音)이 된 가수 박연숙
// 가수 박연숙은 60년대 가요계의 혜성같은 존재였다.정상에 오르고 나면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이 생기게 마련이다.박연숙은 원래 튼 기침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는 소심한 성격이었다.그러니 인기가 많아질수록 무대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더 커져갔다. 그러던 차에 누군가로부터 긴장감을 해소시키는데 그만이라는 담배를 권유받았다. 한 개피 얻어 피워보니 향기가 좋았고 10분쯤 지나가니 기분이 황홀해졌다.
무대에 서니 천지가 내세상 같았고 천여 명의 관객이 모두 나 하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그것이 대마초라는 사실은 그떄는 몰랐다. 그뒤부터 그는 술과 담배를 손에서 놓지않았다, 내일 죽더라고 오늘 무거운 짐을 벗고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가는 인생이었다, 그를 바라는 팬들이 모두 그의 애인이었고 이름난 호텔이 모두 그의 집이었으니 부러울것이 없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모르고 그렇게 사는 동안 그는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공연이 끝나면 숨이 찼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감기인가 하여 기침약만 계속먹었다. 그래도 기침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더니 급기야 가래 속에 피가 섞여나왔다. 그제서야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X-레이 촬영 결과 병명은 급성폐렴 3기였다. 오른쪽 폐는 반이상 괴사되어 있었고 왼쪽폐도 3분의 1가량 감염되어 있었다. 당장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여지껏 번 돈을 탕진한 터라 하루도 쉴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미 대마초에 중독되어 있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고서는 일도 할 수 없었다. 폐병환자라는 소문이 나자 애인마저도 그의 곁을 떠나고 그에게는 참기 힘든 고독만 남았다. 그런 상황에서 비싼 담배값과 약값까지 벌어야 하니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서는 또 술을 마실 수 밖에 없었다.
몇번이나 죽음을 생각해봤지만 그도 쉽지 않았다. 뛰어들 각오를 하고 강가에 서면 그를 노려보는듯한 푸른물이 왜그리 무서워 보이는지. 한참을 퍼질러 앉아 울고 또 울었다. 서울에 돌아와 입원을 할 즈음 그는 눈만 감으면 그대로 송장이 될 몰골이었다.그때 관세음기도를 하고 눈을 떴다는 해암거사를 소개받았다.그는 말했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신을 알겠습니까? 신을 통해서 자기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를 관하여 신을 통하는 수도 있으니 자신을 관하는 염불부터 해보십시오." 그로서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있었다,
죽든 살든 그의 말을 따라 보기로 작정하고 관세음보살을 불렀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눈을 감기 전까지 머리속에 관세음보살을 그리며 불렀다.자신을 죽이든 살리든 이제 그의 곁에는 관세음보살 한 분 밖에는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생각 생각에 의심이 끊어져 자기자신도 잊어버린 경계에 이르렀을 때 비몽사몽간 그의 앞에 한 보살이 나타나 말했다
"폐를 잘라야 산다." 그 말에 덜컥 겁이났다. "폐를 자르고 어떻게 삽니까?" 보살은 태연스럽게 말했다. "네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에는 폐로 숨을 쉬지 않았다." 그 말에 놀라 눈을 뜨고 보니 꿈이었다.
의사는 그의 말을듣고 가당치 않다고 말했다. "수술하면 죽습니다." "죽어도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수술을 하게 되었다.가르고 보니 담뱃진이 폐를 거의 마비시키고 있었다. 의사는 폐의 뿌리부분만을 남기고 죽어버린 부분을 모두 잘라냈다. 수술이 끝났지만 연숙은 깨어나지 못했다.집안에서는 초상 치를 준비로 바빴다.서른 일곱 살 처녀의 몸으로 족두리 한번 써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게 된 딸을 생각하고 어머니는 눈물만 흘렸다. 그런데 삼일을 넘기기 힘들거라는 의시의 말과는 달리 석달이 넘도록 연숙은 염주를 들고 죽은 듯이 누워서도 숨만은 쉬고 있었다. 사람들은 '기왕 갈 바에 빨리 가는게 좋은데'라고 하며 혀를 찼다.그런데 7개월 후 연숙은 눈을 떴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이상하게 생각한 의사가 사진이라도 찍어보자고 연락을 해왔다.수술 후 만9개월이 지난 후였다 촬영 결과 놀랍게도 그의 폐에는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다.떡잎처럼 두툼한 폐엽이 양쪽으로 뻗어가고 있었던 것이다.의학적으로 볼때 20세가 넘으면 쇠퇴하고 폐포는 화석처럼 굳어지는게 상식인데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폐포가 자라난다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었다. 가수 박연숙은 그 후 소백산 기슭의 어느 절에서 구도자로 살면서 생관음으로 불리우며 가르침을 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오직 홀로 서 있는 나무여 잎과 가지 병균이 해하기 전에 먼저 뿌리를 튼튼히 할지라 // 밤의 찬가 / 박연숙 (1968년)
찬란하게 별빛이 쏟아지는 밤 멀리 저 멀리서 풀벌레 소리 아름다운 그대 창문을 열고 조용히 옷깃 끌며 뜰에 나서라 신비롭게 흐르는 밤의 강물은 너와 나의 영원한 사랑의 밀어 부드러운 달빛이 속삭이는 밤 저기 저 멀리서 산꿩의 소리 사랑스런 그대 머리를 감고 살며시 옷깃 끌며 뜰에 나서라 신비롭게 푸르른 밤의 강물은 너와 나의 영원한 사랑의 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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