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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사과문에 허위사실·거짓 7가지

Jimie 2021. 2. 20. 11:08

김명수 733자 사과문에 허위사실·거짓 7가지

사과는 했지만 사퇴는 거부… 판사들 “입만 열면 거짓말”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입력 2021.02.20 03:29 | 수정 2021.02.20 03:29

 

김명수 대법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19일 판사 3000명을 포함한 전국 법원 직원 1만8000여 명이 보는 법원 내부 통신망에 최근 자신의 거짓말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입장문을 올렸다. 작년 5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면담할 때 ‘탄핵’을 거론하며 사표를 반려해 놓고도 부인했다가 임 부장판사의 대화 녹음 공개로 탄로 난 상황에 대한 입장문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린 것을 깊이 사과한다”면서 “(사표 수리 여부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입장문을 받아본 판사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란 격한 반응을 보였다. 판사 전용 익명 게시판에도 이날 ‘김뻥수(거짓말) 아니면 김뻔수(뻔뻔)’ ‘유체 이탈 화법은 정치인들이나 하는 줄 알았다’ ‘거짓말쟁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이날 A4 용지 한 장 남짓한 분량의 733자(字) 입장문에 최소 일곱 가지의 허위 사실과 명백한 거짓말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1. 사법부 둘러싼 여러 일 때문? 본인의 거짓말이 근본 원인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 첫 대목에 ‘최근 우리 사법부를 둘러싼 여러 일로 국민과 법원 가족의 심려가 크실 줄 안다’고 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법부 문제’가 아니라 ‘김명수의 문제’로 불거진 사안이다. 그가 여당과 탄핵 거래를 한 의혹이 있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2. 저의 부주의한 답변? 부주의가 아니라 거짓말한 것

 

그는 “저의 부주의한 답변으로 실망을 끼쳐 드렸다”고 했다. 작년 5월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탄핵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국회와 언론에 공식 문서로 답변한 것이 ‘부주의한 답변’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부주의한 답변이 아니라 거짓말이었다. 공개된 면담 녹음에서 그는 ‘탄핵’을 5번, ‘정치’를 2번, ‘국회’를 1번 말한 걸로 나온다.

 

3. 정치적 고려 있지 않다? 녹취록엔 “정치적 상황 살펴야”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에서 ‘(임 부장판사) 사표 수리에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는 거짓말이다. 김 대법원장은 작년 5월 임 부장판사와 면담에서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중략)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육성이 최근 임 부장판사가 공개한 당시 대화 녹음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녹음 파일이 언론을 통해 전 국민에게 공개됐다. 그런데도 김 대법원장은 거짓말을 반복했다.

 

4. 정치권 교감 있을 수 없는 일? “與가 탄핵하자고 설치는데…”

 

그는 또 “정치권과 교감하거나 정치적 고려를 해 사법 독립을 위태롭게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면담 녹취록에서 그는 임 부장판사에게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여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를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했다.

 

5. 사표 수리는 법 규정 고려? 면담서 “법률적인건 차치…”

 

그는 “(임 부장판사) 사표 수리는 법 규정 등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했다. 이것도 거짓말이다. 그는 면담에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건 차치하고”라고 말했다. 법률은 차치하고, 정치적 상황도 살펴야 한다고 해놓고 엉뚱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6. 긍극적 목표는 독립된 법관? 정권 입맛에 맞춰 ‘코드인사’

 

그는 입장문에서 “제 노력의 궁극적 목표는 ‘독립된 법관’에 의한 ‘좋은 재판’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현 정권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코드 재판’을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판사 인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전담 재판부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는 6년째, ‘조국 관련 재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는 4년째 서울중앙지법에 유임시켰다. 6년 유임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반면 조국 전 장관 아내 정경심 교수에게 실형을 선고한 임정엽 부장판사, 김선희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서울서부지법으로 전출시켰다.

 

7. 여러 권한 과감히 내려놨다? 승진 유력한 판사에 사퇴 종용

 

그는 “대법원장이 보유한 여러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올 초 법원 정기 인사 전 대법원 관계자를 통해 법원장 승진이 유력하던 A 부장판사에게 사퇴를 종용했다. 비슷한 시기 광주지법의 법원장 후보로 추천된 B 부장판사에게도 “후보에서 물러나라”고 지시했다. 권한을 남용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전에도 잇따라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지난 4일 “임 부장판사 면담 때 ‘정기 인사가 아닌 중도 사직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고 (탄핵) 발언을 한 것 같다”고 했지만, 그는 임 부장판사의 올 2월 정기 인사 사직 요청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엔 야당 의원들에게 “면담 때 임 부장판사가 재판 중이라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했지만, 면담 녹취록엔 이런 발언이 전혀 없다.

 

거짓말투성이인 입장문을 놓고 한 판사는 전용 익명 게시판에 ‘거짓말이 부주의한 답변인가? 정치적 고려가 없다고? 자기가 얘기한 걸 부인하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엔 ‘직을 감당 못하는 분’ ‘(정기) 인사 이동 전 마지막 근무일(이라 바쁜 날)에 게시. 진정성이 없다’는 글이 달렸다. “대법원장이 피노키오라면 코가 대법원 청사 천장을 뚫고 나갔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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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5, 2021

https://www.youtube.com/watch?v=kL_-9lz7KAU&list=PLnEUMiZwyaRV8JC8vcNvkx4oi63mdOFs6&index=22

횟집에 잡혀온 고등어가 수족관을 탈출하려고 유리벽으로 돌진합니다. 횟집 주인 눈치를 살피며 수족관에서 제왕 노릇을 하는 넙치가 고등어를 길들이려 합니다.

"인간들이 볼 때는 그렇게 죽은 척하고 있어…"

넙치, 즉 광어도 태어날 땐 눈이 양쪽에 달렸습니다. 그러다 스무 날쯤부터 몸이 납작해지면서 오른쪽 눈이 왼쪽으로 옮겨가고, 한 달쯤 뒤 완전히 돌아갑니다. 포식자들로부터 살아남으려고 모랫바닥에서 눈만 내밀어 살핍니다. 환경에 따라 색깔도 자유자재로 바꿔 '바다의 카멜레온'으로 불립니다.

그렇듯 일본에서는 납작 엎드려 정치권력만 바라보는 고위 공무원을 '넙치 관료'라고 부릅니다. '지시가 없어도 윗사람 마음을 헤아려 따른다'는 '촌탁'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어령 교수도 "눈치란 언제나 약자가 강자의 마음을 살피는 것" 이라고 했지요.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판사와 나눴던 육성은 충격적이다 못해 참담합니다. 무엇보다 그가 대법원을 통해 내놓은 해명이 하루 만에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진실과 거짓을 가려야 할 사법부 수장의 사법부 모독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눈치보기입니다.

그는 "탄핵이 현실성이 없고, 탄핵이 돼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사표를 수리할 수 없는 것은 국회, 즉 여당의 비난과 공격 때문이라며 자기 걱정부터 했습니다.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사표를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자신의 눈과 귀가 정치적 풍향에 쏠려 있음을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면서 취임 이래 사법부와 법관, 재판의 독립을 수호하겠다고 다짐해온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임 판사 탄핵이 가결되기까지 침묵을 지킨 이유를 이제 환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음성파일이 공개되자 기억력을 들먹이며 송구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전 정권 때의 이른바 판사 사찰에 대해 사과했던 입장문을 다시 한번 꺼내 보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일로 인한 국민 여러분의 충격과 분노, 그리고 실망감이 어떠한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이 두 종류의 유감 표명을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당혹과 혼란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재미 작가가 쓴 이 책은 '눈치의 힘'이 한국을 키운 비밀 무기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대법원장의 비밀 병기는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봅니다.

2월 4일 앵커의 시선은 '대법원장의 거짓말' 이었습니다.

김명수 “사표 반려, 정치적 고려 안해”… 판사들 “사과할 마지막 기회 놓쳤다”

고도예 기자 , 배석준 기자 , 윤다빈 기자 입력 2021-02-20 03:00수정 2021-02-20 09:02

 

“불공정 인사 논란엔 침묵” 비판
“사퇴까지 요구는 부적절” 의견도
野“법원 내부망에 꼼수 사과문”

 

“대법원장이 진솔한 사과를 할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19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 내부 게시판에 밝힌 사과문을 본 한 고위 법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 법관은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사표 반려를 알리면서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고 말하는 녹취가 공개됐는데도 김 대법원장이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자신을 둘러싼 ‘거짓말 논란’에 대해 2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판사들 사이에선 여전히 “부적절한 사과문”이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부주의한 답변으로 실망을 끼쳐드려 사과한다”고 한 것은 핵심을 비켜간 알맹이 없는 사과라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과거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기 잘못에 대한 솔직한 고백 없는 반성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 김 대법원장이 자기 잘못에 대해선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 씁쓸하다”고 했다.

 

일부 판사들은 김 대법원장이 최근 서울중앙지법 등 ‘불공정 인사 논란’에 대해 해명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일부 법관들이 이례적으로 한 재판부에 남는 등 ‘편파 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법원장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부 판사들 사이에선 김 대법원장에 대해 ‘거짓말 논란’을 이유로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원로 법관은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부당하게 반려했는지는 다양한 절차를 통해 따져볼 문제”라며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을 무조건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건 소모적인 논쟁일 뿐 아니라 사법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관들이 이용하는 익명 게시판에는 “유체이탈화법은 정치인들이나 잘하는 줄 알았다”, “인사이동으로 마지막 근무일, 점심시간 5분 전에 (김 대법원장이) 사과문을 게시한 것은 형식도 내용도 진정성이 없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야당은 “꼼수 사과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대국민 사과로 포장했지만 정작 국민은 알 수도, 볼 수도 없는 법원 내부망에 게재한 글에 불과하다”며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더니 딱 김 대법원장을 두고 하는 말 같다”고 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윤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