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 Human Geography

2004년 北 룡천역 폭발, 시리아인 추적하던 모사드의 작전이었다?

Jimie 2024. 5. 16. 04:39

2004년 北 룡천역 폭발, 시리아인 추적하던 모사드의 작전이었다?

노석조 기자 님의 스토리  1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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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무기 제조 공장을 찾아 소총 사격을 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023년 8월 6일자로 보도했다. 북한은 개인화기부터 탄도미사일까지 각종 무기를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국가 및 무장단체와 밀거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로는 무기고가 바닥난 러시아에 탄약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단거리탄도미사일을 공급한 정황도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로이터 뉴스1© 제공: 조선일보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어쩌면 영영 번역되지 못할 외국 원서를 구해 읽고 해제하여 드리는 국내 유일의 뉴스레터 ‘노석조의 외설(바깥 외外, 이야기 설說)’입니다.

얼마 전 하마스 사태에 왜 대한민국 방산 주식 시장이 요동쳤는가를 지정학, 종교, 국제관계 등 여러 방면을 통해 분석해드렸습니다.

바로 이 기사입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4/01/17/EOMBHWQEMRFJJAHNIJJ2CJXNDA/

지난 1월 17일 보도된 조선일보 뉴스레터 '노석조의 외설'. 이역만리 중동에서 터진 하마스 사태가 한국 주식 시장에 영향을 끼친 이유를 지정학적으로 분석했다.© 제공: 조선일보
 

이 기사 말미에 중동 지역의 안보 이슈가 왜 한반도와 관련됐는지 언급했습니다.

 

중동과 북한의 커넥션 문제였습니다. 북한이 시리아, 이란 등 중동(서아시아) 국가와 군사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이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신뢰할만한 근거를 제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북한의 대중동 무기 확산에 대한 미 군사 정보 분석관 출신 교수의 저서. /노석조 기자© 제공: 조선일보
 
 

미 국방정보국(DIA) 정보 분석관 출신인 미 텍사스주(州) 엔젤로주립대의 브루스 벡톨의 저서 ‘북한의 대중동·아프리카 무기 확산(NORTH KOREAN MILITARY PROLIFERATION IN THE MIDDLE EAST AND AFRICA)’입니다.

이 책은 북한이 얼마나 중동과 밀접한지, 특히 군사적으로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는지에 집중합니다.

북한이 각종 무기, 특히 미사일을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팔아넘기면서 연간 10억 달러에서 30억 달러 정도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수치입니다.

 

우리 한국도 중동에서 건설 노동 등으로 외화벌이했었습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에 천무, 천궁, K-9자주포 등 우리 무기를 팔며 단순한 외화벌이를 넘어 K군사 협력의 지평을 넓이고 있습니다.

시리아 외무부 장관 파이살 미크다드(가운데)가 2022년 3월초 시리아 다마스커스 주재 북한 대사관을 찾아 김혜룡(왼쪽 넷째) 북한 대사를 만난 모습. /시리아 외무부© 제공: 조선일보
 
 

하지만 북한은 이른바 ‘불량 정권’으로 분류되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등에 무기를 불법적으로 팔아넘기며 외화벌이를 하고 이들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시리아라는 나라 자체는 참으로 아름답고 고대 지중해, 가나안 지역으로 유구한 문명의 역사를 가졌지요. 하지만 부자(父子) 세습된 아사드 정권은 2011년 ‘아랍의 봄’ 시기에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자국민을 대량 학살해 유엔에서 심각한 사안으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2013년 김정은이 방북한 시리아 대표단을 만나 접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 제공: 조선일보
 
 

시리아는 한국과 수교가 없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이런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에 북한은 중국·러시아도 동의한 국제법을 위반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강행하며 이를 통해 무기 수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의 방산 수출과 북한의 불법 무기 확산이 비견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벡톨은 책에서 북한이 중동·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무기밀매로 한해 10억 달러(1조3000억원) 30억 달러가량을 벌어들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확산이 국제사회에서 이 정도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물론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이런 식으로 외화를 벌며 독재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는 곧 북한의 무기 고도화의 자금원이 되기 때문에 우리 한국에 대한 안보 위협과도 연결됩니다. 모로 보나 북한의 무기 확산은 차단돼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8일 하마스 대원이 북한제 F-7 로켓발사기로 추정되는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제공: 조선일보
 
 

책을 보면, 북한의 대중동 밀거래는 소련 붕괴 후 예상을 깨고 더 확대됐습니다. 소련의 위성 정권이었던 북한은 의지했던 소련의 지원이 끊겼으니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북한은 ‘73식 기관총’, AK-47 소총, 로켓추진수류탄(RPG)부터 스커드 미사일까지 각종 무기를 팔았습니다.

국가정보원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미국의 소리(VOA) 보도에 대해© 제공: 조선일보
 
 

국내 일각에서는 “북한 무기의 확산이 국제 무기 암거래상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지 북한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을 비방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논리를 폅니다. 현대자동차 트럭이 테러단체 손에 넘어가 테러행위에 사용된다고 현대자동차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지요.

 

하지만 벡톨 교수는 북한은 단순히 무기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군사고문단을 파견까지 하며 해당 무기의 운용법까지 전수해 중동의 테러단체, 국가들이 홍해나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상업선박까지 공격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2011년 시리아 내전이 터졌을 때 북한 군사고문단이 시리아에 파견돼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란은 북한의 도움으로 2017년 1월 북한 무수단 미사일의 이란식 버전의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이란에 노동, 무수단 미사일 생산시설 건설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8년 8월 8일 이란 테헤란에서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이 하산 로하니 당시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따. /이란 대통령실© 제공: 조선일보
 
 

이란은 80·90년대 이라크와 전쟁을 할 때 북한이 전투기 조종사 등을 파병하며 도왔기 때문에 북한을 혈맹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프랑스, 영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일본 등과 다양하게 교류하고 있지만, 군사적으로는 북한과 밀접한 것입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건 북한과 혈맹인 시리아·이란 정권과 맞서 싸우는 이스라엘은 한국과 군사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무인기·드론, 그리고 이런 드론을 무력화하는 방어 무기 등이 우리나라에 일부 도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5년 한국은 저고도 무인기를 탐지하는 이스라엘 레이더를 도입해 청와대 주변에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1967년 욤 키푸르 전쟁(3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 군에 파병돼 이스라엘과 싸운 북한 조종사들이 이집트 공군 장병들과 찍은 단체 사진. 북한은 이후 4차 중동전쟁에선 시리아에 조종사를 파병하며 시리아와 혈맹을 맺었다. /이집트 군 자료실© 제공: 조선일보
 
 

이스라엘은 이역만리 중동에 있지만 북한의 군사 동향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스라엘 안보에 위협을 주는 하마스, 헤즈볼라, 시리아 아사드 정권, 이란의 이슬람 혁명 정권, 예멘 반군 조직인 후티와 북한이 연결돼 있기 때문인데요.

 

1967년 중동 3차 전쟁, 1973년 중동 4차 전쟁 때는 특히 북한은 이스라엘에게 초미의 견제 대상이었습니다.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은 이집트·시리아 등 아랍 적국 전투기의 무전을 감청했습니다. 이스라엘군 첩보부엔 모로코·이집트 등에서 이민 온 아랍계 유대인 부대원이 많았습니다. 아랍 조종사들의 무전을 해독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일부 이집트 전투기 조종사들의 무전 내용을 감청했는데 ‘이상한 언어’를 사용해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상한 언어’ 구사자는 북한군 조종사였습니다. 지금은 다 알려졌지만 당시에는 북한이 비밀리에 전투기 조종사를 이집트군에 지원해줬고, 이를 이스라엘이 몰랐다가 뒤늦게 알게 됐던 것입니다.

3차 중동 전쟁 직후 북한 김일성(앞줄 맨 오른쪽) 주석이 전쟁에 참전한 북한 장교와 이집트 장교들과 함께 평양에서 기념 촬영한 사진. 조선일보 뉴스레터 '노석조의 외설'은 북한과 중동 국가와의 군사 협력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한번도 소개되지 않은 사진 등 귀중 사진 및 영상을 입수했다. /노석조 기자© 제공: 조선일보
 
 

이스라엘은 ‘북한말’ 능통자 육성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군 첩보부는 대원 모집에 나섰습니다. 당시 미 버클리대에서 아시아 지역학 박사학위를 받고 갓 귀국한 라파엘 이스라엘리(89) 현 히브리대 명예교수 등이 요원으로 발탁됐습니다.

저는 지난 2018년 한국 외교부 주최 회의 참석차 방한한 이스라엘리 교수를 서울 용산 주한 이스라엘 대사 관저에서 만나 하임 호셴 당시 이스라엘 대사와 함께 조찬을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조찬에서 이스라엘리 교수는 “미 중앙정보국(CIA)에 파견돼 버지니아 랭리의 아파트에서 수개월간 투숙하며 북한말 감청 훈련을 받았다”고 옛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중동 여러 국가와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이스라엘 안보에 큰 위협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에도 와서도 어학 특훈을 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리 교수는 북한말을 배웠지만 정작 활용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19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평화협정을 맺으며 전쟁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이스라엘리 교수는 히브리대 아시아학부 교수가 돼 후학 양성에 힘썼습니다. 그의 수업을 듣던 히브리대 학생 여러 명이 졸업 후 모사드(대외 첩보부)·외교부 등에 들어가 남북한 관련 일을 했는데, 그중 한 명이 2016년 주한 대사로 부임한 호셴 대사였습니다.

 

이스라엘 군과 모사드는 최근 들어 중동 전쟁 때보다 더 집중적으로 북한의 군사 동향을 수집·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데다 헤즈볼라, 이란 등 주변 세력과 확전 위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이들과 북한은 특수관계이고요.

라파엘 이스라엘리 히브리대 명예교수가 2018년 방한해 KTX를 탄 모습. /노석조 기자© 제공: 조선일보
 
 

이스라엘으로서는 자기네 안보 위협에 북한의 무기가 있다고 판단될 것입니다. 북한의 대중동 무기 확산을 차단해야 하는 안보 수요가 더욱 커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모사드는 우리 국가정보원에도 관련 협력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룡천역 폭발 사고 현장의 위성 사진. /디지털아이© 제공: 조선일보
 
 

2004년 룡천역 열차 폭파 사건이 있었습니다. 벡톨 책에 따르면, 폭파된 열차에는 북한과 핵 개발 협력을 하던 시리아인 핵과학자들이 탑승해 있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시리아에 전수되면 시리아와 인접한 이스라엘에는 치명적인 안보 위협이 되겠지요.

2004년 4월 22일 발생한 룡천역 폭발 지역. /조선일보 DB© 제공: 조선일보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이스라엘 모사드가 시리아인 과학자를 추적하다가 그들이 탄 열차를 폭파하는 작전을 벌였다는 것입니다. 당시 이 열차 폭파 직전 김정일이 탑승했던 열차가 지나가 논란이 되기도 했지요. 까딱했으면 김정일도 폭파 영향을 받을 수 있었기때문입니다. 김정일은 그래서 이 폭발이 자신을 암살하려는 시도로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이 사건의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한 열파 폭파에 이스라엘 모사드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이스라엘과 중동 그리고 한반도가 안보 차원에서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국 11월 대선을 앞두고 가자지구에 이어 홍해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미국의 대중동 정책, 그리고 중동의 각국과 군사적으로 연계된 한반도의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됩니다.

 

이상 뉴스레터 외설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구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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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 포토맥 인근에 위치한 조지타운 대학 캠퍼스 전경. /조지타운© 제공: 조선일보
 
 

※추신(P.S.)

제가 며칠 전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 워싱턴 D.C.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올 2월초부터 조지타운 대학교의 에드먼드 A. 왈시 외교학교(Edmund A. Walsh School of Foreign Service)에서 방문학자 겸 연구원(Visiting scholar)으로 1년간 머뭅니다.

 

조지타운에서 보고 듣는 여러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뉴스레터 외설을 통해 자주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신문 밖[외·外]의 이야기[說]를 전하는 뉴스레터 ‘외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미국 생활에 베테랑이신 분이 많으실 텐데요, 뭐든 주실 말씀이 있으면 언제든지 제게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21세기의 제국’ 미국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무기’로 만들었나 [노석조의 외설]© 제공: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