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 Human Geography

尹 “참 면목없고 늘 죄송했다”…당선인 돼 찾아온 ‘특검 팀장’

Jimie 2024. 5. 15. 19:10

尹 “참 면목없고 늘 죄송했다”…당선인 돼 찾아온 ‘특검 팀장’ [박근혜 회고록 42 - 최종회]

2024.01.04

에디터김정하유성운손국희

 

 

2021년 12월 30일 밤 11시경 서울구치소장이 사면장을 가지고 병실을 방문했다. 유영하 변호사가 대신 사면장을 수령했고 정확히 31일 0시가 되자 구치소 직원들이 인사를 하고 퇴실한 후 경호실 직원들이 병실을 경호하기 시작했다.

 

구치소 직원들이 병실을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석방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경호실 직원 중에는 예전에 얼굴을 본 직원도 있어 반가웠다. 병실에 혼자 남게 되자 갑자기 병실이 넓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다음 날부터 가끔 병원 복도로 나와 걷기도 하면서 체력을 회복하려고 노력했다. 빨리 회복해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당시의 내 몸 상태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해 병원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2022년 3월 24일이었다. 이날 오전 8시30분쯤 남색 코트를 입고 나갔다. 공교롭게 5년 전 구속 때 입었던 것과 같은 옷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데, 사실은 입을 수 있는 옷이 그것 하나밖에 없었다. 내곡동 사저도 경매로 넘어갔고 내 옷을 제대로 챙길 형편이 아니었다. 이에 앞서 2022년 3월 5일 대선 사전투표에서도 이 옷을 입고 투표장에 갔었다.

 

3월 24일 오전 삼성서울병원 20층 병실에서 나와 현관까지 가는 길은 내 평생 잊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거대한 병원 안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보호자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그들이 나를 바라보면서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는 따뜻한 모습에 나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일부는 휴대전화를 들고 나를 찍기도 했다. 그런 것을 보면서 내가 바깥 세상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나도 경직된 표정을 풀고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짓고 눈인사로 화답했다.

사면 뒤 퇴원, 현관 나서자 쏟아진 시민 격려

2022년 3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격려를 받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이윽고 현관을 나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지면서 환호성과 함께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같은 격려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탄핵 이후로는 처음 느껴보는 분위기였다.

 

병원 측 안내를 받아 나온 반대편 쪽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재수 전 농림축산부 장관 등 재임 당시 같이 일했던 인사들과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 서상기 전 의원 등이 있었다. 오랫동안 고생한 그들과 인사라도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 취재진이 내 주변을 둘러싼 데다 대기하고 있는 차와 다른 방향이다 보니 제대로 인사를 나눌 수 없었다.

 

 

나는 대구 달성 사저로 가기에 앞서 서울 현충원에 있는 부모님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2017년 1월 1일 이후 만 5년 만이었다. 사면 소식을 들었을 때 무엇보다 먼저 부모님을 뵙고 싶었는데 묘소에 선 순간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몇 년 만에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어 감회가 새롭고 기쁘면서도 대통령으로서 소임도 다 못하고 이렇게 부모님을 찾아뵙게 된 것이 무척 죄송스러웠다.

 

 

부모님께 인사를 마친 나는 사저로 들어갔다. 달성은 내가 1998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래 줄곧 나에게 힘이 돼준 곳이었다. 나는 사저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역 주민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인파 속에서 소주병이 날아드는 불상사가 있기도 했으나, 경호원들이 잘 대처해준 덕분에 큰 소동 없이 인사를 마치고 귀가할 수 있었다.

 

 

尹 "참 면목없고 늘 죄송했다"…당선인 돼 찾아온 '특검 팀장' [박근혜 회고록]

유성운입력 2024. 1. 4. 05:00수정 2024. 1. 4. 05:51
 
2022년 4월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4월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 달성의 사저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에서 특검팀의 수사팀장이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박 전 대통령은 윤 당선인과 5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은 “그분은 지난 과거 일에 대해 ‘참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했고 나는 그저 담담히 듣기만 했다”고 회고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에서 연재 중인 ‘박근혜 회고록’은 4일 특별 사면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삶을 다루며 총 42회로 막을 내린다.

 

2022년 3월 24일 오전 8시 30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삼성서울병원 밖으로 나왔다. 2021년 성탄절 특별 사면으로 12월 31일 석방됐지만 어느 정도 기력을 되찾는데 두달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5년 전 구속 때와 마찬가지로 남색 코트를 입은 모습이었다. 그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데, 입을 수 있는 옷이 그것 하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5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따뜻한 격려와 환영의 메시지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보호자들이 나를 바라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는 따뜻한 모습에 나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현관을 나서자 ‘힘내세요’ 같은 격려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탄핵 이후로는 처음 느껴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현충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소를 참배한 박 전 대통령은 대구 달성 사저로 내려왔다. 박 전 대통령은 “달성은 1998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래 줄곧 나에게 힘이 돼준 곳이었다”고 말했다.

 

사저로 돌아온 뒤 박 전 대통령은 재활을 위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외에는 아직 별다른 외부 활동 없이 지내고 있다. 그는 “정말 파란만장한 삶이었지만, 한결같은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시면서 함께 해 주신 국민 여러분이 있어서 행복했다”며 “정치 일선은 떠났지만, 국민으로부터 받은 과분한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회고록의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회고록 주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9421 입니다.

 

2023년 10월 4일 대일 외교의 비사를 시작으로 연재한 ‘박근혜 회고록’은 3개월간의 연재를 마칩니다. 박 전 대통령은 ‘더중앙플러스’에 연재한 내용을 토대로 2월 초에 회고록을 책으로 펴낼 예정이며, 여기엔 ‘더중앙플러스’에 공개되지 않은 내용들도 실립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 더중앙플러스 ‘박근혜 회고록’

 

대구 달성 사저의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포토

 

“위안부 합의 들은 적 없어” 윤미향 오리발, 말문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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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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