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 릴리안 지앙(27)씨는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0주년(6월 13일)을 맞아 서울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10일 입국했다. 이를 위해 6개월 전에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했다고 한다. 지앙씨는 12일 본지 기자와 만나 “(BTS 소속사인) 하이브의 용산 사옥 근처 셀프 사진 스튜디오에서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 ‘정국’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며 “오후에는 홍대에 있는 앨범 판매점에 들렀다가, 17일엔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열리는 BTS 행사에 갈 계획”이라고 했다.
BTS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전 세계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이 서울로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하이브 사옥을 비롯해 BTS 멤버들이 들렀던 식당과 카페 등 곳곳에 있는 BTS의 흔적을 찾아 다니며 ‘성지 순례’를 하고 있다.
미국인 킴벌리 주안(24)씨는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BTS 사진 전시회장 앞에 줄을 섰다. 주안씨는 “8년째 BTS ‘찐팬(진짜 팬)’이고 매년 BTS 데뷔 날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한국에 오래 있으려고 지난 6일 입국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 전시회뿐 아니라 BTS와 관련 있는 카페도 둘러볼 계획이라고 했다. 강남구 논현동에 BTS가 춤 연습을 했다고 알려진 건물 1층의 한식당과 멤버들이 자주 찾는다는 순댓국 식당 등도 아미들의 코스 중 하나다.
이날 서울 용산구 한 카페 외벽에는 ‘BTS 10주년을 축하합니다’라고 영어로 적힌 가로 4.5m, 세로 3m 크기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카페에서는 ‘디엔에이(DNA)’ ‘다이너마이트(Dynamite)’ 등 BTS 노래들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카페 내부 벽면에도 BTS 멤버들의 사진 150여 장이 붙어 있었다. 카페 사장 백승주(33)씨는 “6월 들어 아미들인 외국인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대형 관광버스 1대가 근처에 서더니 외국인들 20~30명이 단체로 내려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어가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BTS 소속사인 하이브 사옥에서 100m쯤 떨어진 편의점도 BTS 사진들로 꾸며져 있었다. 편의점주 김모(21)씨는 “하루에 손님들 100~200명이 다녀가는데 대부분이 BTS 해외 팬”이라며 “낮에는 한국어 쓸 일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했다.
한 여행 업체에서 내놓은 ‘BTS 원데이 투어’ 상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BTS 멤버 중 지민과 정국의 고향인 부산에서 멤버들이 학창 시절 다녔던 분식집, 한 멤버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카페 등을 하루에 방문하는 코스다. 1인당 비용이 10만원이 넘는데도 7월까지 모두 매진됐다. BTS가 예능 프로그램을 찍었던 강원도 평창 촬영지를 둘러보는 하나투어 상품도 30여 국에서 이곳을 찾는 팬들로 주말마다 인기라고 한다.
해외 아미들의 방한 덕분에 최근 홍대와 명동 근처 호텔과 에어비앤비 등 숙박 업소는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호텔과 항공권 예약 중개 업체 호텔스컴바인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이른바 ‘BTS 데뷔 10주년 관광 주간’에 한국 호텔 검색 건수는 작년 대비 약 96%, 서울 지역 호텔 검색 건수는 약 106%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행 항공권 검색 건수도 작년에 비해 약 15% 증가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5~6월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15만1492명이었는데 작년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은 40만3635명이 돼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BTS 데뷔일 무렵에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올해는 BTS 데뷔 10주년이라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미(ARMY)
2013년 7월 9일 결성된 BTS의 공식 팬덤명. ‘육군’과 ‘청춘을 위한 사랑스러운 대변인(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을 뜻하는 영단어에서 이름을 따왔다. “방탄복과 군대는 늘 하나인 것처럼 BTS와 팬도 늘 함께”란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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