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 쇄신을 이끌 혁신 기구 수장으로 5일 영입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9시간여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 대표 리더십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가 약 3주간의 탐색 끝에 내놓은 ‘회심의 인선’이 논란 끝에 자충수가 된 것이다. 비명계는 “불발된 친명 쿠데타” “이재명의 오만”이라며 들끓었다. ‘혁신’을 앞세워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돈 봉투 수사’ ‘김남국 코인 논란’ 등을 잠재우려 했지만, 오히려 친명·비명 전면전의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이사장은 사업가 출신으로 고 김근태(GT) 민주당 상임고문 후원회장을 지냈고 GT계 의원들도 후원해 왔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당내 접촉면이 넓은 GT계 출신을 앞세워 판을 흔들려고 ‘이래경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달 말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과 총선 공천 등을 앞두고 비명계의 결집에 맞서기 위한 포석이란 얘기다. 당내에서도 개혁적이면서 온건 성향으로 꼽히는 GT계가 혁신위원장일 경우 당내 중도 세력 등을 끌어들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GT계가 예전처럼 결속력이 강하진 않지만 당내 뿌리가 깊다”며 “이 이사장을 통해 GT계와 접점을 넓히겠다는 계산이 깔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또 혁신위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슈를 주도하면서 자신의 사법 리스크 등에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명계는 이 이사장이 GT계라는 점보다 ‘이재명 지키기 운동’을 한 전력을 부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비명의 결집을 막기 위한 이 대표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비명계의 요구로 혁신위 구성을 약속해 놓고, 혁신위원장으로 ‘이재명 지키기 운동’을 했던 사람을 데려온다면 제대로 된 혁신이 되겠나”라며 “이재명에게 줄 서지 않을 거면 당을 나가라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공천 기준 강화, ‘현역 물갈이’ 기준 등을 세우는 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때 비주류 진영에 불리한 잣대를 만들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단톡방도 이날 종일 들끓었다고 한다. 한 비주류 의원은 “삼삼오오 ‘우리 탈당하라는 얘기냐’면서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고 했다.
이 대표에게 ‘검증 부실’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비밀리에 인선을 논의하긴 했지만 소수 인사는 알고 있었다”며 “논란이 된 부분도 보고됐지만 사실상 묵살된 것이고 누구도 ‘노(안 된다)’라고 못 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혼란 속에 당 전략 참모들은 이날 오후 지도부에 “하루 이틀 안에는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보고했고, 이래경 이사장도 곧장 사퇴 입장을 밝혔다. 당 관계자는 “시간을 끌수록 이 대표와 주류 진영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이슈라는 판단이 선 것”이라며 “상처 속에 억지로 혁신 기구를 띄우면 오히려 이 대표 리더십이 더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원점에서 다시 혁신위원장 후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구인난 속에 간신히 찾은 인사가 불발되면서 ‘플랜B’를 찾는 것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인선에 비주류 측 의견을 대폭 반영하라는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GT계를 앞세운 영향력 확장을 노리고 무리수를 뒀다가 계파 갈등만 들쑤신 것”이라며 “이낙연 전 총리 입국을 계기로 비명계 결속은 더 강화되고 본격 싸움이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이래경은 누구
운동권 출신 사업가다. 1954년생으로 서울대 금속공학부를 나와 민청년 초대 상임위원을 맡으면서 초기 의장인 고(故) 김근태 전 의원과 인연을 맺었다. 호이트한국 대표이사 등을 지내며 김근태계 의원들을 후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자신이 설립한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과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구명 운동을 벌이는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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