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출금 반대한 대검 간부들 ”모든 과정 기록해놔라”
김학의 불법출금, 법무부·대검의 문서조작 팀플레이
입력 2021.01.13 03:00
2019년 3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불법 출금 및 은폐’ 의혹에 대검 진상조사단뿐 아니라 친정부 성향의 대검 간부들도 줄줄이 관여했다는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 증언이 12일 나왔다. 이들에 따르면 당시 민간인 중심 기구인 대검 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이규원 검사는 대검 기획조정부(기조부) 김태훈 정책기획과장(현 법무부 검찰과장)을 통해 ‘대검 명의의 긴급 출금’을 시도했다가 기조부 검사들이 “위법한 절차”라고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2일 오후 10시 52분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진입했고 이 사실을 통보받은 대검 진상조사단의 이규원 검사는 김태훈 당시 대검 정책기획과장에게 ‘대검 명의로 긴급 출금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과장은 휘하 B 연구관(검사)에게 “기조부에서 출금 요청을 해주라”고 지시했으나 B 연구관은 “출국 금지 요청은 수사 부서에서 하는 것이고 기조부가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거부했다. 다른 기조부 연구관도 김 과장에게 “위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김학의(왼쪽)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019년 3월 23일 긴급 출국 금지 조치로 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하자 선글라스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인천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JTBC
그러자 이후 3월 23일 0시 8분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에는 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가 보낸 긴급 출금 요청서가 접수됐다. 요청서에는 긴급 출금 용도로 쓰일 수 없는 과거 김 전 차관의 ‘무혐의’ 사건 번호가 기재돼 있었다. 또 행정 처리를 위해 법무부에 내야 하는 승인요청서에는 ‘가짜’ 동부지검 내사 번호도 쓰였다. 결재권자인 동부지검장의 관인도 없었다. ‘불법 출금’의 유력한 정황이었다.
이후 대검 반부패부가 나서 이를 무마·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오전 당시 반부패부 소속 A 과장은 기조부의 한 연구관에게 전화해 “김학의가 출국 금지됐는데 후속 조치를 기조부에서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해당 연구관은 “그런 조치는 위법하고 기조부 소관 업무도 아니다”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은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그는 토요일인 23일 오전 7시 동부지검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해 내사 번호 부여 사실을 알리고 사후 승인을 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동부지검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지검장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전 차관 출금을 놓고 이규원 검사, 김태훈 과장, 기조부 연구관 간에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당시 문찬석 기조부장에게는 뒤늦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부장은 김 전 차관 출국 금지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당시 연구관들에게 “모든 과정을 기록해 놓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사정 기관 관계자는 “기조부 검사들은 이후 상급자를 평가하는 ‘다면 평가’에서 김태훈 과장에 대해 ‘불법을 지시한다’고 적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 과장은 ‘출금 요청 지시’ 여부 등 본지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가 직접 기조부 연구관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무마’를 시도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 검사의 계속되는 전화가 ‘출금’ 관련 연락일 것으로 예상한 기조부 연구관들 사이에선 “이 시점에 전화 받으면 문제 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김태훈 과장이 연락해 ‘이규원 검사의 전화를 받으라’고 압박을 가했다는 말도 나왔다. 김 과장은 대학 시절 민자당 당사 점거 농성 사건에 관련된 운동권 출신이다. 그는 조국 전 장관에 이어 현 추미애 법무장관 체제에서도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과장 등 요직에 중용됐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법무부는 이날 “이규원 검사가 당시 서울동부지검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긴급 출금을 요청할 권한이 있다”는 입장을 냈다. 일선 검사들과 법조인들은 “어이가 없다”고 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긴급 출금 금지의 경우, ‘수사기관의 장(長)’이 출금 사유와 출금 예정 기간 등을 적은 요청서 등을 출입국 관리 공무원에게 보내야 한다.
이 규정은 법무부 해명과는 상충되는 것으로, ‘수사기관장’이 아닌 이 검사에게는 애당초 법무부에 긴급 출금을 요청할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당시 동부지검장은 김 전 차관의 출금 사실도 몰랐으며 사후 승인도 거부했다. 한 검사는 “법무부 주장은 직무대리면 ‘가짜’ 내사번호를 붙여 서류 조작을 해도 무방하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 검사장은 “오늘 법무부의 입장 발표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며 “그런 만큼 이 사건은 특임검사를 임명해 다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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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불법 출금’ 이규원 검사, 윤석열 대형오보 기사 취재원”
‘조국 흑서’ 공동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가 12일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및 은폐 의혹’ 관련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가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한겨레신문 오보의 취재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민변 변호사 출신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권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규원 검사는 대검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2018년 2월~2019년 5월)에서 활동할 당시,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서, 윤석열 총장이 윤중천한테 별장 접대를 받았다는 한겨레21 대형 조작 오보 사건의 원 소스를 제공한 인물”이라며 “이규원 검사가 대검 검찰과거사진상단에 참여하는 데에 청와대 이광철 비서관(당시 행정관)이 추천한 것인지 논란이 많았다”고 했다.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금 요청 승인이 난 직후인 2019년 3월 23일 낮 12시쯤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직원 A씨와 B씨의 카톡 대화방엔 ‘장관 정책보좌관’이 등장한다. 직원들은 “정책보좌관 한 분 와서 계속 얘기하는데 대응법을 알려달라 한다” “시끄럽고, 말씀 많고, 성격 급하신 분” “엄청 염탐해” “검사 출신이라 눈 부릅뜨고 명령식으로 말하니 기분 별로”라며 그가 출입국 공무원들을 압박한 상황을 전했다.
이 ‘장관 정책보좌관’은 이종근 현 대검 형사부장을 말한다. 박상기 당시 장관의 정책보좌관이던 그가 김 전 차관 출국 금지 조치가 이뤄진 후 위법성 논란이 불거지자 사후 수습을 지시하는 등 개입한 정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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