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공언한 춘계 대공세를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시해하려 했다”며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최근 러시아 본토 주변부에서 우크라이나가 벌여온 사보타주(sabotage·파괴 공작) 공격을 빌미로 러시아가 화학 병기나 전술핵 등 서방이 이른바 ‘한계선’으로 삼아온 대량 살상 무기의 동원 가능성을 높이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곳곳에 대해 바로 보복성 공습에 나섰다.
푸틴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3일(현지 시각)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정권은 선을 넘었다”며 “러시아는 젤렌스키와 그의 정권을 제거하는 방법 외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두마(하원) 의장인 뱌체슬라프 볼로딘도 이날 “우크라이나의 테러 정권을 즉각 저지하고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푸틴 대통령의 목숨을 노리고 크렘린궁을 공격했다”며 크렘린궁 위로 접근하던 드론 두 대가 폭발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적합한 시기와 장소에서 보복할 권리가 있다”고 위협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자국의 ‘핵 독트린’을 내세워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에 대응해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에 대해 “러시아의 자작극”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핀란드를 방문 중인 그는 “이번 사건은 푸틴이 자국민에게 (전쟁터에 나설) 동기를 부여하려 꾸며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특기인 ‘가짜 깃발(false flag)’ 전술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도 친러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유치원과 주거 시설에 대한 포격을 꾸며 낸 뒤 “러시아계 국민이 대량 학살되고 있다”는 침공 명분을 만들어 낸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공격 역시 “우리의 조국과 지도자가 공격받고 있다”며 전쟁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지지와 청년들의 자원 입대를 끌어내려 한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도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문가인 니콜라스 텅제르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교수는 “군수 보급 시설을 주로 타격해 온 우크라이나의 기존 전술과 거리가 멀다”며 “무엇보다 우크라이나는 영상에 나온 것 같은 형태의 장거리 공격 드론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도 “드론 두 대가 러시아 방공망 여러겹을 뚫고 크렘린궁 심장부까지 날아와 카메라 앞에서 선명한 불꽃을 내뿜으며 폭발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지난 1월 모스크바 인근에 최신 ‘판시르’ 방공 시스템을 여러겹 배치했고, 이는 미국과 나토의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 ISW는 “러시아 당국의 잘 조직된 대응으로 보아 이번 공격 주장은 러시아가 내부적으로 계획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크렘린궁 드론 공격이 ‘러시아 심장부도 안전하지 않다’는 심리전 효과를 노린 우크라이나의 작전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크렘린궁을 공격할 능력은 갖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위장 전술을 썼을 수도 있지만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출신으로, 현재 돈바스의 친러 정권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국방장관인 이고르 기르킨은 이날 “적이 모스크바를 폭격한 것은 1942년 나치의 침략 이후 처음”이라며 러시아 국민의 ‘애국적 대응’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곧바로 대규모 보복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3일 오후 수도 키이우와 중·남부 10여 개 주에 공습 대비 경보를 내렸다. 러시아는 그 직후인 이날 밤부터 4일 새벽에 걸쳐 이들 지역에 집중 공격을 가했다. 이날 러시아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을 통해 “크렘린궁 공격의 배후에 미국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가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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