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처음 공부하는 검정 사회 교과서 11종 모두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해 ‘독재’ ‘부정 선거’ ‘무력 진압’ 등 부정적 측면을 부각해 서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들도 이 전 대통령의 공(功)보다 과(過)에 초점을 맞춰 기술했다. 70년 전 이 전 대통령이 맺은 ‘한미상호 방위조약(한미동맹)’ 체결의 제대로 된 의미를 소개한 교과서는 한 곳도 없었다. 교육계에선 “학생들이 건국 대통령의 업적은 모르고 부정적 내용만 배운다면 대한민국 정통성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교 5·6학년 사회 교과서는 기존에 국정으로 발행하다 올해 처음 검정으로 전환됐다. 본지가 검정 사회 교과서 11종을 살펴보니, 대부분 이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은 거의 기술하지 않고 남북 분단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기술했다. 9개 출판사 교과서는 이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의 발언을 단순 비교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당시 분단은) 국내외 정세를 종합해야 하는 내용인데도 배경 설명 없이 이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 발언만 교과서에 싣는 것은 초등학생 단계에 맞지 않는다”며 “교과서만 보면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 전 대통령은 ‘분단 원흉’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는 ‘민주주의 발전’을 다루는데 이 전 대통령 관련 내용은 3·15 부정 선거를 통해 ‘독재 정치’를 한 것으로만 채워져 있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 7종과 고교 한국사 9종도 이 전 대통령의 공에 대해선 거의 서술하지 않고 잘못만 부각하고 있다. 이들 교과서는 문재인 정부 때 검정을 통과해 2020년부터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 고교 한국사 9종 교과서 모두 이 전 대통령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됐을 때다. 그 전에 독립협회 등에서 다양한 독립운동을 한 부분은 언급이 없다. 이 전 대통령의 외교 활동에 대해서도 ‘임시 대통령 이승만은 미국에 주재하면서 구미 위원부의 업무를 이끌었다(천재교육)’ 정도로 짧게 소개된다.
이 전 대통령이 남한만이라도 임시정부를 조직해 북에서 소련이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이른바 ‘정읍 연설’을 한반도 분단의 원인인 것처럼 기술한 교과서도 있다. ‘여운형과 김규식 등 중도 세력은 제1차 미소 공동위원회 결렬과 이승만의 정읍 발언 등으로 남북 분단의 가능성이 높아지자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해 좌우 합작 위원회를 조직하였다’(씨마스), ‘제1차 미소 공동 위원회의 결렬과 이승만을 중심으로 제기된 단독 정부 수립 주장으로 분단의 위기가 높아졌다’(동아출판)는 식이다. 이런 기술은 분단의 원인이 이 전 대통령에게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교 한국사 교과서 대부분 이 전 대통령의 ‘정읍 발언(1946년 6월)’에 앞선 1946년 2월 북한에 이미 사실상 정부인 ‘북조선 임시 인민위원회’가 수립됐다는 사실을 교과서 순서에서 정읍 발언 이후에 서술하고 있다. 9종 모두 이 전 대통령이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특위(1948년)를 반대했다고 적었다. 이 전 대통령이 친일파를 옹호한 것처럼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1953년 이 전 대통령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미국과 동맹을 기반으로 북한 위협에 대응하며 기적 같은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 그런데 한미 동맹을 맺었다는 사실 관계만 전한 교과서가 대부분이고, 그 의미를 부정적으로 서술한 경우도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은 한국에 계속 주둔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한층 강화되었다’(미래엔)는 식이다. 교과서 좌편향 문제를 연구해온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전 세계 최빈국 대통령으로서 세계 최강국 미국과 상호방위조약 체결에 성공한 덕분에 우리가 튼튼한 안보를 보장받게 됐고, 경제도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그런 업적은 교과서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독재자’ ‘친일파 청산 반대 했다’는 부분만 가르치면 아이들이 균형 잡힌 역사관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은 독립운동에 큰 역할을 했고 남북 통일을 염원했는데도 교과서 내용대로라면 나라를 분단시킨 친일파가 돼 버린다”며 “건국 대통령을 폄훼, 왜곡한 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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