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아태위 송명철 부실장이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당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쌍방울 회장 등과 간담회를 가졌을 때 이 부지사를 향해 “경기도가 무슨 낯으로 왔느냐”며 소리를 질렀던 것으로 2일 전해졌다. 앞서 2018년 12월 김성태 전 회장은 중국 단둥에서 북한 국가보위성 공작원 리호남 등을 만나 당초 경기도가 내기로 했던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를 ‘대납’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쌍방울에 ‘부담’을 넘긴 이화영 전 부지사를 향해 송명철이 대놓고 면박을 주자 이 전 부지사는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 등 경기도 인사들은 그날 쌍방울이 대북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순서에도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날 김성태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 등이 참석한 식사 자리를 따로 마련해 최고급 양주를 대접하며 북 인사를 달랬다고 한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019년 1월 24일 김 전 회장은 밀반출한 200만달러를 선양에서 송명철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어 스마트팜 사업비로 300만달러를,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현 민주당 대표) 방북 비용으로 300만달러를 추가로 북한 측에 건넸다고 김 전 회장은 그동안 검찰에 진술했다. 최근 김 전 회장은 이 밖에도 최소 50만달러를 북한 측에 더 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 850만달러 이상이 북한 측에 전달됐다는 이야기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화영 전 부지사가 송명철에게 면박을 당한 것은 2019년 1월 17일 선양에서 열린 ‘한국 기업 간담회’ 자리였다. 쌍방울이 북한 측 인사들에게 대북 사업 계획을 발표하려고 마련한 간담회였다. 신모 당시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김성태 전 회장, 안부수 아태협 회장 등도 참석했다.
당시 송명철은 이 전 부지사와 신 전 국장이 간담회에 나타나자 “경기도는 여기 왜 왔나. 나가라. 무슨 낯으로 왔느냐”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송명철의 말에 이 전 부지사 등이 크게 당황했다”면서 “북한 스마트팜 사업을 경기도가 추진하지 못하자 송명철이 화를 낸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북한 스마트팜 사업은 이화영 전 부지사가 2018년 이재명 당시 지사의 결재를 받고 방북한 뒤 추진했지만 경기도 의회가 반대해 비용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김 전 회장은 “(내가) 송명철에게 ‘여기까지 온 게 그래도 경기도 때문 아니겠느냐. 경기도가 빠지면 돈 주기가 어렵다’고 말하며 달랬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간담회 이후 식사 자리에 발렌타인 30년 등 고급 양주를 가져와 송명철 비위를 맞췄다고 한다. 그러자 송명철은 “형(경기도)이 못하는 것을 아우(쌍방울)가 하는구먼”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좋아지자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회장을 바꿔줬다고 한다. 이때 이 대표가 “고맙다”고 말했다고 김 전 회장이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법조인들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방북하려던 이 대표가 가장 큰 난관인 ‘북한의 돈 요구’를 해결해 준 김 전 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2019년 1월 24일 김 전 회장은 선양에서 200만달러를 송명철에게 건넸다고 한다. 쌍방울 임직원 등이 직접 중국으로 반입했거나 환치기를 통해 현지에서 마련한 돈이었다고 한다. 송명철은 액수를 확인한 뒤 김 전 회장에게 영수증까지 써줬다는데 검찰이 영수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날도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송명철, 김 전 회장과 배상윤 KH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배 회장은 수천만원짜리 롤렉스 시계 10여 개를 북한 측 인사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전해졌다. 아태협 안부수 회장도 그 시계 중 하나를 받았다고 한다. KH그룹도 쌍방울의 대북 사업 추진에 본격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전 회장이 2019년 4월 300만달러, 11~12월 300만달러 등을 추가로 줬을 때도 송명철이 영수증을 써줬다고 한다.
2일 이재명 대표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기자 질문에 “소설 가지고 자꾸 그러시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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