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뉴스 독자들이 많이 보는 정치 기사들의 댓글창 판세를 분석하고, 더불어민주당에 비판적 여론이 높은 경우 우호적인 댓글을 달도록 지지자들에게 독려하는 ‘댓글 작업 사이트’가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DDDLIST’라는 이름의 웹사이트에는 작년 10월부터 이날까지 1690여개의 기사 링크 리스트가 떠 있었다. 그 링크 옆에는 해당 기사에 대한 정보가 제공됐다. ‘최초 확인 시점의 댓글 여론 판세’ ‘경과 시간’ ‘현재의 댓글 여론 판세’ 등이다.
예컨대 이 사이트의 ‘1599번’ 항목엔 ‘SBS/ 이재명 서울중앙지검 출석… 대장동 수사 1년4개월만/ 나쁨/ 2일 경과/ 우세’라고 표시됐다. 해석하면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여론이 초반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부정적이었으나 이틀이 지난 지금은 이 대표에 우호적인 분위기로 바뀌었음’이란 뜻이다.
DDDLIST는 사용설명서에서 “악성 댓글 정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악성 댓글’이란 주로 민주당에 부정적인 댓글을 뜻한다.
해당 사이트에 대한 도메인 주소 조회 결과, 이 사이트는 지난해 3월 개설된 뒤, 작년 10월쯤 첫 ‘좌표찍기’가 이뤄졌고, 31일 오전 기준 1690여개 글이 올라왔다. 하루 평균 10건 이상씩 글이 올라왔다는 의미다.
해당 사이트에 이른바 ‘정화가 필요한 기사’의 좌표를 등록하는 것은 회원만 가능하다. 이 사이트 회원이 되려면 △딴지일보 △재명이네 마을 △오늘의 유머 △클리앙 △보배드림 등 DDDLIST가 제시한 7개 커뮤니티 사이트의 회원임을 인증해야한다. 모두 친민주당 성향 사이트들이다.
구체적으로는 ‘댓글 정화’라는 목록을 만들어 매체명과 함께 기사 제목이 올라온다. 그 옆에는 해당 기사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 상황을 ‘나쁨, 열세, 보통, 우세, 좋음’ 다섯 가지로 구분해 표시한다. 민주당에 호의적인 댓글이 많이 달릴수록 여론이 좋거나 우세한 것이다. 민주당에 비판적인 댓글이 많을수록 상황이 ‘나쁜’ 것이다.
댓글 상황이 민주당에게 나쁘면 기사 제목 옆에 ‘화력 지원’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이 형성되도록 해당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 혹은 비공감을 누르라는 것이다. 댓글이 열세하다고 판단되면 ‘추월 가능’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반면 댓글이 민주당에 대해 전반적으로 우세하면 ‘고지선점’이나 ‘쐐기 박기’의 꼬리표가 달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지난 28일에도 댓글 정화를 위한 기사 목록 수십 개가 올라왔다. 이 가운데 한 기사는 댓글 상황이 뒤집히기도 했다. SBS가 오전 10시27분쯤 포털사이트에 올린 ‘이재명 서울중앙지검 출석…대장동 수사 1년 4개월만’이라는 기사다.
해당 기사에는 초반 이 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댓글들이 다수 달렸다. 그러나 기사가 올라온 지 1시간 뒤 댓글 상황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를 옹호하고 검찰을 비판하는 댓글이 늘어난 것이다. 공감 비율도 바뀌었다. 이 대표를 비난하는 댓글은 비공감 수가, 검찰을 비판하는 댓글에는 공감 수가 각각 증가했다. 검찰이 대장동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을 제공·약속받았다는 이른바 ‘50억 클럽’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댓글은 가장 높은 순공감순을 기록했다.
DDDLIST도 해당 기사의 댓글 초반 상황을 ‘나쁨’으로 분류했다. 이후 지지자들이 기사에 몰려가 댓글 정화를 한 뒤 댓글 상황은 ‘우세’로 변경됐다. 이날 해당 사이트에는 정치 기사 50여개 좌표가 찍혔는데, 대부분 이 대표 관련 내용이었다.
DDDLIST는 이처럼 민주당 지지자들이 댓글 상황을 관찰하고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까지 해당 사이트에 ‘직접’ 가입해 활동하는 회원은 많지 않았다. 링크를 클릭한 횟수가 100건 이상 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사이트 회원 가입 조건이 회원 수 수십만명 규모의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들이어서, ‘대규모 2차 전파’가 가능하다.
'The Citing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동훈 “대선패배 대가? 이재명, 이겼으면 사건 뭉갰을 건가” (0) | 2023.01.31 |
---|---|
“화천대유 대표, 이재명측과 사전연습후 李에 유리한 증언” (1) | 2023.01.31 |
총선 승리와 윤 대통령의 결단 (0) | 2023.01.31 |
"쌍방울 김성태, 北인사 접촉 때…이재명 지사와 통화했다" (1) | 2023.01.31 |
대통령실,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선임과정 감찰 (2) | 2023.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