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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선 장소는 덕수궁 돌담길…영화 뺨친 北공작원 침투

Jimie 2023. 1. 26. 06:14

[단독] 접선 장소는 덕수궁 돌담길…영화 뺨친 北공작원 침투

중앙일보

입력 2023.01.26 09:00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 상자를 들고 나가고 있다. 뉴스1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최근 중국·베트남·캄보디아 등 제3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난 뒤 북한에 포섭된 간첩 사건의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북한이 한국에 공작원을 직접 보낸 또 다른 사례도 드러나고 있다. 25일 중앙일보의 취재 결과 최근 불거진 제주·창원·민주노총 사건과 달리 비슷한 시기에 네팔·페루·태국 등에서 국적을 세탁한 북한 공작원을 국내에 잠입시켜 당국이 비밀 수사를 계속했다. 해당 북한 공작원들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수법으로 미행을 따돌리거나 상상을 뛰어넘는 신분세탁 방식을 동원했다.

서로 모르는 척 거리 두고 이동

안보수사 당국은 북한 공작원과 지령 및 보고문을 주고받고 이적물을 출판한 협의로 지난해 6월 민간통일운동 단체 소속 연구위원인 A씨를 구속기소했다. 당국에 따르면 A씨는 일본계 페루인으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한 북한 공작원을 4차례 만나 간첩 통신교육을 받고 암호 프로그램을 전달받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다.

이들은 2017년 4월 초 서울 중구의 한 호텔 로비에서 접선했다고 한다. 사전에 약속된 접선표시를 멀리서 확인한 뒤 일체 아는 척을 하지 않고 일정 거리를 떨어져 걸으며 덕수궁 돌담길 인근에 있는 공원으로 이동한 게 당국에 포착됐다. 자신들을 미행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행동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A씨는 해당 공원의 벤치에서 한 시간가량 암호 통신교육을 받고 관련 프로그램을 전달받았다고 당국은 밝혔다.

덕수궁 돌담길 인근에 있는 벤치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중앙포토

이후 을지로의 식당, 종로의 공유오피스 등에서 암호 프로그램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추가로 받았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10월부터 약 1년 동안 외국계 웹하드를 통해 지령을 하달받고 자신의 주요 활동사항 등을 보고했다. 이른바 '사이버 드보크(온라인 비밀 무인함)' 수법이다. 그는 북한 공작원과 지령·보고문을 주고받을 때 자택이 아닌 국립중앙도서관, 마포 소재 공공도서관, 공유 오피스 등을 활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A씨의 수상한 행적을 주시해 온 당국은 A씨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공공장소에 카메라 등을 설치해 암호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밝혀냈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은 A씨 사건을 통해 공작원과의 '회합·통신' 수법이 드러나자 이후에는 새로운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팔서 출가해 승려로 신분 세탁

2019년 6월에는 승려로 신분을 세탁한 직파간첩이 안보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해당 공작원은 북한의 대남 공작업무를 담당하는 정찰총국의 지령을 받고 네팔에서 스님으로 신분을 세탁해 국내에 잠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북한이 네팔 국적자에 대한 제주도의 입국을 불허한 2018년 8월 이전에 해당 공작원을 최소 2차례 제주도로 보내 사전 정찰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97년 북한 사회문화부 소속 직파간첩 부부가 고정간첩과 접선할때 사용한 목걸이의 모습. 중앙포토

승려 신분의 북한 공작원은 2018년에 입국해 수도권 인근에 있는 모 사찰에서 머물면서 불교 미술계에 잠입하려 했다는 게 당국의 수사 내용이다. 당국은 네팔에서부터 해당 공작원의 행적을 추적했으며, 입국 후 일정 기간 국내에서의 활동을 파악한 뒤 사찰에서 검거했다.

익명을 원한 정보 관계자는 "승려로 위장한 공작원을 검거할 당시 북한에서 사용한 본명을 불러 신원을 확인했다"고 귀띔했다. 당국이 사전에 대공 용의점을 파악한 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각종 정보활동을 통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공작원의 신분을 특정했다고 한다.

태국 난민수용소 거쳐 잠입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황장엽(1997년 귀순)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북한 정찰총국 소속의 암살조 2명(동명관·김명호)이 탈북자 루트를 통해 들어왔던 사건은 북한이 남측에 공작원을 직파(直派)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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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1일자 중앙일보 1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남파된 김명호와 동명관이 전날 간첩 혐의로 구속된 내용이다. 중앙일보 캡처

전직 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공작원들의 신분세탁을 위해 태국에 있는 이민국 수용소에 이들을 잠입시켰다. 일반 탈북민들이 거치는 루트를 통해 암살조를 투입하려는 전략이었으나, 사전에 첩보를 입수한 국정원은 정보요원을 수용소에 잠입시켜 암살조와 관련한 정보를 사전에 수집했다.

2010년 4월 일반 탈북자들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암살조는 국정원의 심리전을 통해 신분이 드러났다.

국정원 심리전 질문에 들통 

김씨는 국정원 조사에서 자신이 "함경남도 함흥시 흰실동에서 태어나 흰실인민학교를 졸업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교의 구조나 교장선생님 등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수사관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며 진술이 엉켰다. 동씨의 경우에도 본인 고향이라고 주장한 함흥시 정성동의 옛 지명을 묻는 말에 제대로 답을 못하면서 결국 신분이 들통났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 namj****2분 전

    부동시로 군면제 받은사람이 진정한 간첩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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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693****25분 전

    각 언론사 댓글난만 조사해보면, 남한의 고정간첩과 그들의 댓글 여론조작 부대원들을 다 일망타진 할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해외 중국에서 댓글질하는, 조선족 댓글팀은 못잡더라도, 국내 간첩들은 상당수가 댓글 아이디만 조사해도 잡힐것 같다.... 서둘러라... 도망가지전에 잡아들여라....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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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ty7****54분 전

    너희는 지금 세상에 이런짓하고 있냐. 이 뒤쳐진 애새 끼들아. 조중동도 끝물이라는게 느껴지지 않냐.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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