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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불복, 좌표찍기, 지지층 선동... 브라질판 1·6사태 불렀다

Jimie 2023. 1. 10. 03:12

대선 불복, 좌표찍기, 지지층 선동... 브라질판 1·6사태 불렀다

대통령 집무실 불타고 기밀 문서 탈취
1.8%p 차 대선 결과에 불만 품고 군 쿠데타 촉구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대선 1년 전부터 ‘부정선거’ 주장
400명 체포되고 안보장관 해임

입력 2023.01.0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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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브라질의 대선 불복 시위대가 브라질리아 연방 의회에 사무 집기로 쌓으려 했던 바리케이드 모습. 이들은 약 4시간만에 대부분 진압됐으며 현재 400여명이 체포됐다./로이터 연합뉴스
 
1월 8일(현지 시각) 대선결과에 불복하는 보우소나르 전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이 수도 브라질리아 의사당,대통령궁,대법원 등에 난입하는 폭동을 일으켰다./로이터

지난 8일 오후 3시쯤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의 3부 기관이 밀집한 연방 관구에 브라질 상징색인 노랑·초록 티셔츠, 또는 위장 군복 차림에 복면을 쓰거나 브라질 국기를 어깨에 두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이 집결했다.

 

AP·로이터 통신과 폴랴 지 상파울루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들은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 돌 등으로 먼저 연방 의사당의 유리창과 출입문을 마구잡이로 부수고 들어갔다. 사무 집기부터 국보급 예술품 등을 각종 둔기와 총기로 부수고, 바닥 카펫에 불을 질렀다. 소파·책상을 쌓아 의회 안팎에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장기 점거를 준비했다. 또 의사당 지붕에 올라가 ‘(군부) 개입’이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펼쳐 보였다. 일부 시위대는 사무실에서 각종 서류를 파손·탈취했다. 의사당 본회의장 의장석에 앉아 깔깔 웃고 미끄럼을 타기도 했다. 이들은 해산을 유도하는 경찰을 향해 의자와 소화기를 내던지고 최루가스 스프레이를 쏘며 저항했다. 기마 경찰을 말에서 떨어뜨려 폭행하기도 했다. 시위대 일부는 이렇게 브라질의 심장부를 유린하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중계했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8일 3부 기관을 습격한 뒤, 이날 저녁 군경에 진압돼 줄줄이 체포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위대는 이어서 인근 연방 대법원과 대통령궁도 습격했다. 대통령궁 관계자는 “대통령 집무실 의자가 불타고, 보안용 총기와 탄약, 기밀 서류도 일부 탈취당했다”고 밝혔다. 또 시위대는 현장 취재 중이던 내외신 기자 10여 명의 카메라를 빼앗아 부수고 폭행했다. 뉴욕타임스·가디언 등 각국 언론은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막기 위해 연방 의사당에 난입했던 초유의 사태가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인 브라질에서 2년 만에 재현됐다”고 전했다.

 

브라질 시위대는 지난해 10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야당 후보 룰라가 1.8%포인트 차로 당선, 자신들이 지지하는 보우소나루 당시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하자 두 달 넘게 거리에서 무력 시위를 벌여왔다. 상파울루·리우데자네이루 등 대도시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를 화물트럭으로 막고 타이어를 태우며 차량의 통행을 막았다. 주요 군부대 앞에는 일명 ‘애국캠프’라는 이름의 텐트촌을 차려놓고 노숙하며 쿠데타를 촉구해왔다. 룰라 대통령 취임식장 주변에 폭탄·총기 테러를 시도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 1964년 군 쿠데타 이래 민주주의에 대한 무력 공격이 일어난 것은 60여 년 만이다. 브라질 군부는 지난 대선 직후 “대통령 선거 부정의 정황은 찾을 수 없으며 군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발표, 이번 사태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비우 지누 브라질 법무장관은 이날 시위 진압 후 “무력으로 뜻을 강요하려는 터무니없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자 베버 대법원장은 “테러리스트들은 재판을 통해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리아 연방 주지사는 사태 책임을 물어 치안 총책임자이자 보우소나루 정부 법무장관을 지낸 안데르송 토레스 안보장관을 즉각 해임했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를 열흘 앞둔 지난해 10월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상파울루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그는 대선 패배시 승복하지 않을 것을 수차례 시사해왔다./AFP 연합뉴스

‘대선을 도둑맞았다’는 극렬 지지자들의 피해 망상과 분노를 키운 데는 보우소나루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퓰리스트 성향 정책으로 ‘남미의 트럼프’로 불린 보우소나루는 대선 1년 전부터 여론조사에서 룰라에게 계속 뒤지자 현직 대통령이면서도 아무런 증거 없이 “전자투표기 오작동 가능성이 있다” “일부 선관위원이 개입해 결과를 바꾼다”고 주장, 대선 불복의 씨를 뿌려왔다. 인구 2억 브라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100% 전자투표를 20년 가까이 실시해 온 나라로 부정선거 가능성이 작은 곳으로 꼽힌다.

 

보우소나루는 대선 직전엔 “나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세 가지뿐이다. 승리, 암살, 혹은 체포”라면서 자신에 대한 권력 남용·부패 혐의 수사 등 정치 보복을 피하려면 반드시 이겨야 하며, 패배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실제 그는 대선 이후 지금까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채 의회와 대법원 등이 부정선거에 가담했다며 ‘좌표’를 찍기도 했다. 다만 이날 시위대의 3부 기관 습격에 보우소나루가 직접 관여했다는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보우소나루는 지난해 연말 브라질을 떠나 현재는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머물고 있다. 8일 미 의회에선 그를 미국 땅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한 지지자가 8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의 3부 기관 습격 당시 군경과 대치하던 중 동료 시위대를 보호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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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판 대선 불복... 前대통령 지지자들, 대통령실·의회·대법원 난입

입력 2023.01.0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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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각)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시위대 난입 이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의회 근처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시위대가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의회를 비롯해 대법원, 대통령궁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로이터

브라질에서 대통령 선거에 패배한 전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8일(현지 시각) 의회·대법원·대통령궁 등 입법·사법·행정 3부 기관 건물에 난입해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군의 쿠데타를 촉구하며 폭동을 일으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3기 정부 출범 1주일만에 위기 상황을 맞게 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군을 투입해 진압에 나서고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 처벌을 예고했다.

 

AP·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CNN 스페인어판·브라질 TV 글로부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자이르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은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 관구에 있는 의회에 난입해 시설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8일 오후(현지 시각)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연방 관구내 대법원 청사 유리창을 부수고 있다./로이터

브라질 국기를 몸에 두르거나 국기에 포함된 노란색·초록색의 옷을 맞춰 입은 시위대는 의회 앞의 바리케이드를 넘은 뒤 경찰의 저지를 뚫고 문을 부수며 건물 안으로 침입했다. 이어 집기류를 던지고 충격을 가해 건물 바닥을 파손시키는 등 폭력을 행사하며 의회 내부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의장석에 앉아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의회 건물 지붕에 올라가 브라질 군대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의미의 ‘개입’이라는 문구가 포르투갈어로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보이기도 했다.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으로 몰려 들어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시위대는 의회 난동에 이어 대통령궁과 대법원으로까지 몰려가 창문을 깨트리며 일대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경찰은 뒤늦게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일부 경찰과 보안요원은 폭행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군 병력까지 투입해 3부 기관 내부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날 폭동은 전임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 지지자의 ‘대선 불복’ 시위였다. 앞서 작년 10월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은 ‘50.9%대 49.1%’라는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결선 투표에서 승리했다. 대선 과정에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기했던 보우소나루는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채 침묵하다가 권력 이양 절차 개시를 승인했지만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는 않았으며 룰라 대통령 취임식에도 불참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브라질리아 주요 군부대 앞에 이른바 ‘애국 캠프’를 차리고 룰라 취임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선거 불복 움직임을 보여왔다. 일부 극성 지지자는 테러를 모의하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날 룰라 대통령은 작년 말 홍수 피해를 입은 상파울루 아라라콰 지역을 방문하고 있어서 시위대와 직접 마주치지는 않았다. 룰라 대통령은 현장에서 폭동 사태를 보고받고 이들을 ‘광신도’, ‘파시스트’로 지칭하며 “모든 법령을 동원해 죄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청사로 난입한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무실 집기와 유리창을 부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대통령궁에 난입한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무실 집기를 부수고 있다./로이터 뉴스1

룰라 대통령은 또한 이달 말까지 연방정부 차원의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공격을 독려하는 듯한 연설을 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대법원장 역시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리아 연방 주지사는 이번 사태 책임을 물어 치안 총 책임자인 안데르송 토레스 안보장관을 즉각 해임했다. 토레스 장관은 전임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법무 장관을 지낸 인사다.

 

브라질에서 벌어진 유례없는 폭동에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일제히 이를 규탄하며 급작스런 위기를 맞은 룰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브라질리아 의회관구에 진입한 보우소나르 전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들./로이터 뉴스1
경찰에 체포된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연행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지난 대선 비슷한 상황을 겪은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민주주의와 평화적 권력 이양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브라질 국민의 의지는 절대 훼손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브라질의 민주주의는 폭력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2020년 대선 과정에서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부정선거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소송과 협박을 이어갔고, 의회가 이듬해 1월 6일 대선 결과를 승인하려고 하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르는 사태가 벌어졌다.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으로 복귀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파괴된 건물시설을 돌아보고 있다./AP 연합뉴스

한편, 이날 폭동과 관련해 우리 교민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브라질리아 소재 주브라질 한국대사관은 이날 폭동과 관련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브라질 내 5만여명의 교민 중 브라질리아에는 100명 미만이 거주 또는 체류하고 있고, 대부분 교민은 상파울루에서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