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간부 A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9억원가량의 금전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류이근 한겨레 편집국장이 ‘지휘·관리 책임’을 지고 보직에서 사퇴했다. 김현대 대표이사 사장과 백기철 편집인·이상훈 전무도 다음달 초 대표이사 선거로 차기 사장이 결정되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9일 ‘한겨레 대표이사와 편집국장 사퇴를 알려드립니다’라는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한겨레는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독자, 주주, 국민들께 말씀드린다”며 “한겨레신문사는 김만배씨와 금전거래를 한 전 편집국 간부를 해고하고, 김현대 대표이사와 류이근 편집국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 내부 자정 시스템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A씨는 서면 소명에서 “청약을 고민하던 차에 김씨로부터 2019년 5월 3억원(선이자 1000만원을 떼고 2억9000만원)을 비롯해 총 9억원을 모두 수표로 빌렸다”고 했다. 한겨레는 “구두 소명을 받은 뒤 지난 6일 알림을 통해 밝혔던 금액 6억원과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한겨레 인사위원회는 취업규칙상의 청렴공정 의무와 품위유지 위반, 한겨레 윤리강령 위반, 취재보도준칙의 이해충돌 회피 조항 위반, 회사의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이 전직 간부의 해고를 의결했다. 인사위는 A씨가 밝힌 내용만으로도 가장 무거운 징계 사유에 해당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 사장은 이날 ‘조기 퇴진’ 의사를 밝혔다. 김 사장은 9일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2월 초 대표이사 선거를 앞두고 있다. 저는 선거에서 당선자가 확정되는 그날, 사장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새 대표이사 후보자에게 넘기고 사퇴하겠다”고 했다. 등기이사인 백기철 편집인과 이상훈 전무도 사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저희들은 새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진행 등 주식회사 운영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최소한의 법적 책임만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A씨의 금전 거래 파문을 놓고 “한겨레가 가장 소중하게 지켜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우리의 존재 이유가 근본적으로 부정당하고 있다”며 “한겨레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하고 제가 먼저 무릎 꿇고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류 국장은 이날 편집회의에서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부적절한 인사를 중요 직책에 앉혔고 문제적 행동을 미리 파악하지 못해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혔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은주 콘텐츠 총괄이 편집국장 직무를 대행한다.
한겨레는 사내 진상조사위원회를 사내외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가 위촉됐다. 한겨레 조사위는 “A씨의 금전 의혹뿐 아니라 보직 간부로서 대장동 기사에 미친 영향 유무 등 제기되는 문제들을 광범위하게 검토하고 조사 결과를 빠른 시일 안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3월 A씨로부터 금전거래 사실을 들었던 편집국 한 간부는 보직 사퇴 의사와 함께 진상조사위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한겨레는 “시민의 힘으로 1988년 창간된 한겨레이다. 기존 언론과 다른 역할, 다른 자세로 권력이 아니라 힘없는 사람들의 편에 설 것을 기대하고 시민들이 만들어준 언론”이라며 “한겨레가 어디서 무뎌졌는지, 무너지고 있는 건지, 참담한 마음으로 바닥부터 점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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