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격기 주둔 기지까지 때려맞았다…러 '허술한 방공망' 굴욕 [영상]
업데이트 2022.12.07 16:33
러시아가 이틀 연속으로 본토 내 군 비행장을 공격받는 굴욕 속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했다. 이번 공격의 배후를 우크라이나로 꼽는 러시아가 추가적인 군사 위기를 고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국경 너머 공격에 반대한다며 위기관리에 나섰다.
러시아 쿠르스크주 당국은 6일(현지시간) 지역 내 비행장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UPI=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내 안보 보장을 이유로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했다. 회의의 구체적인 주제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연이은 러시아 내 군사시설 피격이 논의된 것으로 관측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취재진에 “러시아 영토에 대한 테러에 맞서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러시아에선 라쟌 지역의 댜길레보 기지와 사라토프에 있는 엥겔스-2 기지에 드론이 날아들어 폭발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이에 우크라이나 전역에 7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대규모 보복 공습에 나섰지만, 6일 또다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00㎞ 떨어진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의 군 비행장이 공격받았다. 이날 비행장에선 석유저장고까지 불이 붙으며 검은 연기 기둥이 목격됐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러시아 정부는 이 3번의 공격 모두 우크라이나군의 소행을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자국 외에서 벌어진 공격에 대해선 공식적인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러시아 사람들은 종종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운다”며 정확한 답을 피했다.
방공망의 철저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 군 비행장이 연이어 공격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러시아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5일 공격받은 엥겔스-2는 장거리 핵폭격기가 주둔하는 기지로 대규모 전략폭격기 부대를 갖춘 러시아의 유일한 비행장으로 알려졌다.
한 러시아 평론가는 텔레그램 채널에 “군 지도부의 무능함과 공군기지의 방어시설 부족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번 피격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병력 방어에 있어 전략적으로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화상으로 국가안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아가 본토 피격으로 러시아 국민이 겪은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일 피격된 댜길레보 기지는 모스크바에서 200㎞도 떨어져 있지 않아 러시아의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수도인 모스크바도 공격 목표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핵 위협 등 더 강한 대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확전을 우려한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본토를 공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 엥겔스-2 공군기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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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6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제32차 미·호주 장관급 회의(AUSMIN)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 내부를 공격하도록 독려하지도, 가능하게 만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 소행이란 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우리는 제공한 무기가 방어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그간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ATACMS) 등 장거리 무기 지원 요청을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거부해왔으며, 전황을 바꾼 것으로 평가되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도 장거리 미사일을 활용할 수 없도록 사전에 개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거나, 공격을 장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FP=뉴스1
미국 CNN은 6일 “러시아의 굴욕에는 군사적 갈등을 고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반된다”며 “러시아의 대응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들은 수많은 끔찍한 공격을 자행해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동부 최전방 지역인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를 찾아 “돈바스를 탈환하고 크림반도에서도 다시 만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며 모든 영토의 수복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목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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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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