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모스크바 인근 軍기지 드론 공격… 러 본토 타격 본격화?
11명 사상...러, 미사일 70여발 보복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의 군사 목표를 타격했다고 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랴잔주(州) 랴잔시(市)와 사라토프주 엥겔스시의 군 비행장 2곳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며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에 의한 공격”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랴잔은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185㎞밖에 안 되는 곳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국경에서는 약 480㎞나 떨어진 내륙이다. 그 동안 변경 지역에서는 탄약고와 비행장이 공격받은 적은 있지만, 국경에서 수백㎞나 떨어진 본토 내 주요 군사 기지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이례적으로 자국의 공격을 인정했다. 익명의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리는 NYT에 “랴잔과 엥겔스를 공격한 드론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날아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리는 “이들 두 곳에 대한 공습 중 한 건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비행장 근처까지 침투, 드론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전력과 난방 시스템을 노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이들 기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엥겔스 기지는 핵무기 투발이 가능한 전략 폭격기 ‘투폴레프(TU)-160′과 ‘TU-95′의 기지로, 일각에선 이곳에 전술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미국 민간 위성기업 막사(Maxar) 테크놀로지는 엥겔스 기지의 TU-95 전략 폭격기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은 “우크라이나가 구(舊)소련 시절 생산된 구형 제트 엔진 드론을 이용해 엥겔스 기지를 공격했다”며 “러시아 공군이 요격에 성공했으나 그 잔해가 추락, 폭발하면서 폭격기 2대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현지 러시아 매체 바자(BAZA)는 “랴잔의 댜갈레보 공군기지에서는 비행장의 연료 트럭이 폭발, 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공격은 이번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도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랴잔의 경우 모스크바에서 200km도 떨어져 있지 않아, 우크라이나군이 마음만 먹는다면 러시아 수도를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했을 수도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장거리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으며, 지금껏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만 벌어진 전쟁이 앞으로 러시아 본토로 확산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NYT는 “전쟁을 계속하려면 (러시아 본토 공습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러시아에 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러시아 본토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 공격 무기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지 않았다. WSJ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고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하이마스) 20대를 보내면서 에이태큼스(ATACMS)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개조해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하이마스는 사거리 80㎞ 로켓탄과 함께 사거리 300㎞의 에이태큼스를 쏠 수 있다. 이번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은 미사일이 아닌 드론으로 러시아 주요 군사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 됐다.
이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비행장도 드론 공격을 받았다. AFP통신은 “현지 당국에 따르면 쿠르스크 비행장의 연료저장탱크에 불이 붙어 진압 중이며,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 공격이 우크라이나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직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70여 발의 미사일 공습을 감행했다. 이 중 60발은 우크라이나군이 요격했지만 나머지 미사일이 전력 등 기간 시설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곳곳에 정전이 발생했으며, 최소 2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부상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월 8일 대규모 폭발 사고로 상판 일부가 파괴된 크림 대교 복구 현장을 방문해 현장 근로자를 격려하고, 다리 위에서 직접 차를 몰기도 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이 다리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크림 대교 폭발 사건을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10월 중순부터 매주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노린 미사일 폭격을 퍼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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