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도로점거 집회… 경찰, 안막나 못막나
민노총 출근길 집회로 정체 극심, 경찰은 “방법 없다”는데…
민노총이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와 중구 세종대로 등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집회를 열어 오전 출근길 교통 정체가 극심했다. 지난 9월 금융노조 집회와 지난 4월 민노총이 종로 일대에서 개최한 집회 등 출퇴근에 영향을 주는 집회·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집회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다수의 시민 피해가 발생하는 출퇴근 시간 집회는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이를 주관해야 할 경찰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라 시민 불편에도 소극적이란 비판이 많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시청역~숭례문 구간 왕복 차로 8개 중 6개에서 집회를 열기로 예고했었다. 이날 민노총은 집회를 준비한다며 오전 9시부터 6개 차로를 막고 무대 설치를 하기 시작했다. 경찰도 9시부터 펜스를 치고 차로 통제를 시작했다. 이런 조치가 출근 차량 흐름에 악영향을 줬다.
심지어 오전 9시20분부터는 차량이 다니던 2개 차선이 추가로 막혀 전면 통제 상황이 됐다. 경찰 추산 1만8000명이 몰렸는데, 경찰은 “예상보다 사람이 더 몰리면서 안전을 위해 두 개 차선을 더 내준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그간 차로 점거 집회의 경우 통행로가 어느 정도 확보돼 있으면 집회 자체를 막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사전 약속과 달리 통행로마저 속수무책으로 내준 것이다. 그 바람에 이 일대 교통이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했다.
도심 주요 도로인 서대문역 근처 통일로, 시청앞교차로가 있는 소공로 근처 차량 주행 속도는 한때 시속 3㎞, 청계2가부터 종로2가에 이르는 삼일대로 등은 시속 2㎞를 기록해 차를 타는 대신 걷는 게 더 나은 수준이었다. 이 여파로 남산 3호터널 안에 30분 이상 갇혀 있던 직장인 A씨는 “터널 안에서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너무 자주 이런 일이 일어나니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여의도도 종일 혼잡했다. 여의도공원 근처 왕복 14차로 여의대로에서 오후 1시부터 집회가 열리기로 돼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민노총은 오전 4시부터 무대 설치를 한다며 차로를 막기 시작했고 경찰도 펜스를 치며 집회 대응 준비를 했다. 집회가 오후 5시에 끝날 때까지 이 일대는 종일 경찰 추산 4만명에 이르는 집회 참가자로 꽉 막혀있었다.
출퇴근길에 시민 불편을 끼친 집회·시위가 이어지지만, 경찰 고위 관계자는 “집회·시위는 ‘신고제’라, 요건에 맞춰서 신고할 경우 금지할 방법이 없고, 안전을 위해 차로를 비워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의견은 다르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12조에는 ‘주요 도로’의 집회·시위에 대해선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대로 등도 주요 도로 중 하나지만, 경찰은 이날 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에 일종의 가처분인 ‘집행정지 신청’을 내면 법원이 집회를 하게 해주라고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법원 핑계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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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정권 출범 초기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막을 때는 소송당하는 걸 불사하면서 집회를 계속 금지해 왔다. 하지만 다수 시민 불편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경찰 내부에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집회·시위에 대한 태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 집회나 시위에 관련한 제한을 대부분 풀어주면서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1~2016년에는 주요 도로에서 집회·시위가 열리는지 교통 불편을 주는지 등을 감안해 이 기간 집회·시위를 400건 이상 금지한 바 있다.
집시법 개정도 시급하다. 집시법에는 경찰이 지정한 시간이나 장소를 벗어나는 경우에 대해서는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어 경찰도 현장에서 경찰 요구에 따르지 않아도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공공 도로에서 시위·행진을 할 때도 보행자 또는 차량 이동에 지장이 크면 경찰이 행진을 금지할 수 있다. 일본도 교통 질서 유지, 진로 방해 금지 등을 조건으로 집회·시위를 허가제로 운영하고 위반하는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5만엔(약 47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이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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