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괴물 ICBM’ 화성-17형 사실상 성공...美 본토 전역이 사정권
다탄두 장착 가능한 화성-17형, 최대 사거리 1만5000㎞ 이상
북한이 18일 오전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로 알려진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발사해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17형은 최대 사거리 1만5000㎞ 이상으로 다탄두(多彈頭)를 장착할 수 있다. 사거리가 미 본토 전역 타격 거리(1만3000㎞)보다 길어 알래스카 및 미 서부 요격망을 우회해 타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10시15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1발을 포착했다”며 “ICBM의 비행 거리는 약 1000㎞, 고도는 약 6100㎞, 속도는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다”고 밝혔다. 북 미사일은 오전 11시23분쯤 홋카이도 오시마오시마(渡島大島) 서쪽 약 200㎞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는데 68분가량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을 높이 쏘아 올리는 고각(高角)발사 방식으로 발사돼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다면 사거리가 1만500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이번 ICBM급 탄도미사일의 비행 궤도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탄두와 중량 등에 따라 사거리가 1만5000㎞를 넘을 수 있으며 이 경우 미국 본토가 사정권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찾아 북 ICBM 발사에 대응해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이행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 추진 등을 지시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차 태국 방콕을 방문한 한국·미국·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상급 인사들도 이날 ICBM 발사 소식이 전해지자 긴급 회동을 갖고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으며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이 참석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에이드리엔 왓슨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실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미 본토와 한국·일본 등 동맹국의 안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화성-17형이 최종 성공했는지에 대해선 “분석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적어도 2단 분리까지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성-17형이 최대 고도 6100㎞를 기록한 것으로 미뤄 2단 분리 후에도 정상 비행이 이뤄졌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고각으로 발사돼 대기권 재진입 시험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화성-17형을 5~6차례 발사했지만 군 당국은 계속 실패한 것으로 평가해 왔다. 지난 3일 발사의 경우 최대 고도 약 1920㎞, 비행 거리 760㎞, 최고속도 약 마하 15(음속 15배)를 기록, 1·2단 추진체가 성공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그 뒤 탄두부가 비행하던 중 추력이 약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결국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이 22~24m로 추정되는 화성-17형은 바퀴가 22개에 달하는 이동식 발사 차량에 실려 있어 세계 최장 ‘괴물 ICBM’으로 불려왔다. 1단 엔진을 화성-15형의 1기(노즐 2개)에서 2기(노즐 4개)로 늘리고 2단 엔진도 신형으로 바꿔 화성-15형보다 무거운 탄두를 더 멀리 날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화성-17형이 이날 처음으로 ‘사실상 성공’함에 따라 미 본토에 대한 북 ICBM 위협이 새로운 차원에 접어들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종전 화성-15형의 경우도 최대 사거리 1만3000㎞로 미 전역을 타격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화성-17형의 경우 탄두 직경이 크고 길어 2~3개의 탄두를 실을 수 있는 다탄두 미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위협 요소다. 북한이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MIRV(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탄두까지 개발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머지 않은 장래에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사거리가 길다 보니 미국이 지상발사 요격미사일들을 배치한 알래스카와 미 서부 캘리포니아를 우회해 타격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사거리 1만5000㎞인 화성-17형의 경우 북극 방향을 향해 발사하지 않고 그 아래쪽 방향으로 쏠 수 있다”며 “알래스카 등에 집중된 미국 미사일방어(MD)망을 회피하기 위해 북한이 개발한 ICBM”이라고 밝혔다. 화성-15형은 최단거리인 북극으로 비행해야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탄두 장착 사르맛 ICBM(최대 사거리 1만8000km)은 북극이 아닌 남극 상공으로 날아간 뒤 미 요격미사일이 없는 남부쪽으로 향하는 방식으로 타격한다. 미 요격망의 허를 찌르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 3월 24일 발사한 ICBM이 최대 고도 6200㎞, 비행 거리 1080㎞로 이날 ICBM 궤적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군 당국의 평가(화성-15형 개량형)와 달리 화성-17형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화성-17형이 사실상 성공함에 따라 미국도 미사일방어(MD)망을 더욱 보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알래스카 일대 비행제한구역 6곳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지난 7일 고시했다. 북 ICBM 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알래스카 일대의 비행제한구역을 넓히면서 대북 미사일 감시 태세를 강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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