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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 말만 컸던 5년…BTS가 끝내자 뻘쭘해진 정치권

Jimie 2022. 10. 19. 09:42

"병역특례" 말만 컸던 5년…BTS가 끝내자 뻘쭘해진 정치권

중앙일보

업데이트 2022.10.19 08:51

방탄소년단(BTS)이 군 입대를 결정하면서 병역특례를 둘러싼 5년 간의 정치권 논쟁도 허무하게 종결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7일 맏형 진을 필두로 입대를 전격 선언했다. 사진 방탄소년단 홈페이지

17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청년 누구에게나 부과된 신성한 의무”라며 “BTS의 군 입대 결정을 환영한다”고 썼다. 정 위원장은 “우리 젊을 때는 군 복무를 정치 탄압의 수단으로 휘둘렀던 강제징집이 있었다. 옳지 않은 일이었다”면서도 “병역 특례 제도는 최대한 축소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BTS 병역특례를 앞장서서 주장했던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18일 페이스북에 아쉬움을 표했다. 성 의장은 “그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BTS 멤버들이 좀 더 국가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못 드려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형평성 있게 뒷받침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썼다.

 

BTS 입대 결정을 둘러싼 여권 내의 상반된 반응은 그간 이 문제를 둘러싸고 횡보했던 정치권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17일 BTS의 소속사 하이브는 장 마감 직후 공시를 통해 BTS의 ‘맏형’인 진(본명 ‘김석진’)이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입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92년생인 진을 시작으로 93년생인 슈가, 94년생인 RM과 제이홉, 95년생인 지민과 뷔, 97년생인 정국이 순차적으로 입대하게 된다.

 

BTS의 병역 문제는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2018년 당시 BTS가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200’에서 1위를 하자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하태경 의원이 국회 국방위에서 “병역특례를 주는 국제대회 리스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특례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병역특례제도 예술ㆍ체육요원에 대중문화예술인을 포함하자는 취지로, 논쟁의 시발점이었다.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순수예술 쪽만 병역특례를 주고 대중예술은 안 주는 건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9년 11월 국방부와 병무청 등 관계부처들로 구성된 병역특례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가 예술ㆍ체육요원 병역특례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쟁이 한풀 꺾였다.

BTS 멤버 진, RM, 뷔, 지민, 슈가, 제이홉, 정국(왼쪽부터). 사진 빅히트 뮤직

2020년 BTS의 신곡 ‘Dynamite’가 빌보드 메인차트 ‘핫100’ 1위를 차지하면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다시 이 문제를 꺼냈다. 그해 9월 전용기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으로 입영을 연기할 수 있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10월에는 노웅래 당시 최고위원이 “BTS 활동이 중단되면 국위선양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당시 여당 대선 주자이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BTS 병역특례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공정’이 대선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 이탈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결국 그해 말 병역법 개정으로 BTS의 ‘입영 연기’는 가능해졌지만, ‘병역 특례’는 이뤄지지 않았다.

 

안민석(민주당), 윤상현ㆍ성일종(국민의힘) 의원이 제출한 병역법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이후에도 관련 논의는 이어졌다. 특히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은 후인 지난 4월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병역법 개정에 대해)정부 차원에서 요청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관련 논의에 힘이 붙을 거란 분석도 나왔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하이브를 직접 방문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6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에서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BTS의 군 문제를 언급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제가 지금 먼저 언급할 것이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국민들 생각과 여론에 따라 법에 정해진 대로, 아니면 국민들 여론이 그렇다면(군 면제를 요구한다면) 관련 규정을 국회에서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8월에는 BTS를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홍보대사로 초빙한 박형준 부산시장이 자필 편지로 윤 대통령에게 BTS 병역특례를 요청하기도 했다.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옛 투 컴 인 부산' 콘서트

그러나 이번에도 국회는 머뭇거렸고 정부는 미적지근했다. 국회 국방위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BTS 병역특례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0%를 넘었지만, 정치권에선 “정부·여당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젊은 층이 민감해하는 이슈에 쉽게 총대 멜 수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엘비스 프레슬리, 나훈아도 군대에 갔다왔다”(7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며 부정적 의사를 밝혔고, 야당에선 “정부안을 마련해달라”(9월 22일 김병주 민주당 의원)며 정부에 공을 넘겼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4일 “병역의무라는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복무가 바람직하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정치권의 논쟁 속 팬들의 피로감만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단독콘서트에서 BTS 멤버 제이홉은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은데, 이제 믿음이 필요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이브의 BTS 입영 연기 취소 공시 다음날인 18일 하이브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4.78%오른 12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선 “주가 변동성의 주범이었던 가장 큰 불확실성은 일단 해소됐다”(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는 평가가 나왔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