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s...

극단적인 건망증

Jimie 2022. 10. 11. 03:10

극단적인 건망증 [신동욱 앵커의 시선]

https://www.youtube.com/watch?v=1wqsK19l-v0 

1.43M subscribers
SUBSCRIBE
이사 갈 때 아내가 버리고 갈까 봐 남편이 제일 먼저 트럭에 앉아 있는다는 우스개가 있지요. 그런데 이미 공자 시대에 "이사하면서 아내를 잊고 간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일부러 잊어버린 척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공자가 말했습니다.

"그 정도는 별것 아니다. 더 심한 자는 자기 자신까지 잊는다"

비슷한 우리 민담이 있습니다. 건망증 심한 남자가 길을 가다 만난 스님을 따라가며 계속 "어디로 가시느냐"고 물었습니다. "시주하러 간다"고 대답하다 지친 스님이 주막에서, 잠든 남자의 머리를 밀어버리고 떠났습니다. 잠에서 깬 남자가 머리를 만지며 중얼거렸습니다.

"스님과 둘이 잤는데, 지금 여기 스님이 있으니 나는 어디로 간 건가"

조선 후기 문장가 유한준은 건망증에 관해 이렇게 썼습니다. "천하의 근심은 어디서 나오는가. 잊을 만한 것을 잊지 못하고, 잊을 수 없는 것을 잊는 데서 나온다"고…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이 한-미-일 동해 연합 군사훈련을 '극단적 친일' 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매우 선택적인 건망증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세 나라의 동해 훈련은 이렇게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세 나라 정상이 역대 최고 수준의 안보 군사협력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석 달 뒤 3국 이지스함이 공개 작전을 진행했지요. 이번 훈련 역시 당시 문재인 정부가 한 합의에 따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극단적 친일'의 원조라는 얘기인가요. 혹시 이번 비판이 문재인 정부나 당시 민주당을 향한 게 아니라면 지금 이재명 대표는 대체 어디 앉아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이 대표는 "왜 독도 인근에서 하느냐"고 했지만, 훈련 장소는 독도에서 백85킬로미터, 일본 본토에서는 백20km 떨어진 공해라고 합니다. 아무리 친일 딱지가 만병통치라곤 해도 안보에까지 붙이려 드는 게 그리 여의치는 않아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보름 사이 미사일을 일곱 차례 쏘아 올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 선제공격을 법으로 정한 데 이어 전술핵 탄두 탑재훈련을 지도해 대남 핵 위협을 노골화했습니다. 7차 핵실험은 이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이 대표는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했습니다. 이 대표의 지금 처지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이건 너무 나간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군사 훈련을 안 하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요? 공자는 나라를 망치는 큰 망각증을 가리켜 "자신을 잊어버리는 망~신(忘身)" 이라고 했습니다.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린 척하고, 한물간 친일 딱지는 어김없이 되살려내는 망~신의 병이 이 어수선한 가을에 더욱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