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Arts

오탁번 시인 '원서문학관'-제천시,백운면(白雲面) 애련리(愛蓮里)한치[大峙]

Jimie 2022. 7. 30. 21:20

 

오탁번(吳鐸蕃) 시인 소설가  '원서문학관'  

충북 제천시,백운면(白雲面) 애련리(愛蓮里)의 맨 남쪽 끝, 동네 이름은 한치[大峙]

 

대한민국시인. 본관은 동복(同福).

부인인 김녕 김씨 김은자(金恩子)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43년 7월 3일 충청북도 제천군(현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에서 아버지 오재위(吳在謂)의 4남 1녀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원주고등학교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부터 2008년까지 30년간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1966년 동아일보 동화부문, 1967년 중앙일보 시부문, 1969년 대한일보 소설부문 신춘문예로 3관왕으로 등단하였다.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폭설/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 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굴비 / 오탁번

수수밭 김매던 아낙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돌아보았다
-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떡 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장수가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다
- 또 웬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라주며 말했다
- 앞으로는 안 했어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 안고 목이 메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의 등 깜빡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 불렀다

 

 

비백飛白 \ 오탁번

콩을 심으며 논길 가는
노인의 머리 위로
백로 두어 마리
하늘 자락 시치며 날아간다

깐깐오월
모내는 날
일손 놓은 노인의 발걸음
호젓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