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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왜 정치 포기선언 안하나" 정한중

Jimie 2020. 12. 11. 18:51

[단독]"尹, 왜 정치 포기선언 안하나" 집요하게 추궁한 정한중

중앙일보  |입력2020.12.11 13:49 |수정 2020.12.11 17:18 |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위원회 위원장 대행을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10일 징계위원회에서 윤 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총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봉사" 발언을 한 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내일 정치하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했어야 한다"고 비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 정치안한다고 말하지 않나" 지적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위원장 대행)이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1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교수는 추 장관이 밝힌 윤 총장에 대한 6가지 징계사유 중 '정치적 중립 훼손' 부분을 문제 삼았다. 정 교수는 윤 총장 측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윤석열 '정치 않겠다' 선언해야 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질문을 던졌다.

"총장이 왜 여론조사 기관에 이름을 빼달라고 하지 않나""왜 정치를 안 한다고 하지 않나"라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질문은 법무부가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하며 문제로 삼았던 '판사 문건'에 관한 논의 중에 나왔다고 한다. 정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말을 인용한 것은 맞다"며 "질문을 하려다 윤 총장 측의 반박으로 말이 계속 끊겼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10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추미애와 닮은 정한중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와 징계청구를 발표하면서도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뢰를 상실해 더는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한 추 장관과 그가 징계위원장으로 지명한 정 교수의 생각이 닮아있는 것이다.

이런 정 교수의 지적에 대해 윤 총장 측은 징계위에서 윤 총장의 평소 입장대로 "수차례 요청했지만, 여론조사기관에서 이름을 빼주지 않았다""총장이 정치한다고 말을 하지 않았다""윤 총장은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윤 총장이 정치하지 않겠다고 밝히지 않은 것만으로 검찰총장을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22일 서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연합뉴스]


정 교수의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정 교수는 사석에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총장에게 총장 자격이 없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윤 총장 측은 정 교수의 '편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 총장에 대해 편견을 가진 위원장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윤 총장 측은 10일 징계위에서 정 교수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정한중 "윤석열 의심스러운 행동 끊어줘야"

정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켰는지 안 지켰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추 장관도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으로 징계청구를 한 게 아니라, 의심스럽게 보이는 행위를 해서 품위유지 위반으로 (청구를) 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 교수는 "윤 총장 스스로 의심스러운 행동을 끊어줘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와함께 정 교수가 징계위의 속행 기일을 결정하면서 속전속결을 강조한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인다. 정 교수는 10일 오후 8시 정계위 정회가 결정된 뒤 기자들에게 "신속하게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절차에 속도를 강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 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가 10일 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가 끝난 뒤 과천 법무부 청사를 떠나며 피곤한 듯 손으로 눈을 비비고 있다. 오른쪽은 이석웅 변호사. 김상선 기자


"심판인가 플레이어인가"

정 교수는 2000페이지가 넘는 징계기록 열람 문제를 놓고도 10일 징계위 당일 현장에서 열람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윤 총장 측이 10일 이후에 별도의 날짜를 잡아서 징계기록 열람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이같이 권유한 것이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기록이 최소 2000페이지가 넘고, 징계위 당일에 현장에서 메모하면서 열람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심판'을 맡아야 할 '위원장'이 플레이어로 뛰고 있다" "위원장이 여당 '거수기'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 교수는 "증거자료를 근거로 사실관계에 입각해, 2년 임기를 보장하는 검찰총장 직위의 막중함을 고려해서 판단할 것"이라며 "예단이 있다거나 이래라 저래라 할 사람도 없다"고 반박했다.

정유진·박태인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