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靑출신 15명 “채이배 ‘文반성문’ 망언 사과하라”
패배책임·진로 놓고 내부 분열 점점 커져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대선 패배 책임을 ‘문재인 정부 실정(失政)’으로 돌린 채이배 비상대책위원에게 17일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책임과 향후 진로를 놓고 친문(親文)과 비문(非文), 친문과 친명(親明·이재명 지사와 가까운 사람들)으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16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 현장 비대위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채 위원은 지난 16일 비대위 회의에서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인사 실패, 내로남불, 불공정으로 국민 마음을 잃은 것을 반성하고 사과한다”며 “가장 큰 계기는 조국 사태”라고 말했다. 채 비대위원은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5년간 ‘나쁜 정치’를 했다”며 “문 대통령이 적어도 퇴임사엔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도 했다.
그러자 친문 의원들이 발끈했다. 민주당 내 청와대 출신 의원 15명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선거에 필요할 때는 너도나도 대통령을 찾고,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채 위원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인가”라며 “비대위원 언사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었기 때문에 채 위원의 공식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또 “5년의 국정 운영이 나쁜 정치 한 단어로 규정되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입장문에 참여한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채이배 망언은 참기 어렵다”며 “이런 말을 제어할 수 없다면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자격 미달이다. 채 위원을 즉각 내보내라”고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채 위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까지 집단적으로 하는 건 좀 섭섭하다”며 “반성과 사과에는 특별한 금기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안에서 대선 패배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전날 열린 대선 평가 토론회에서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얻은 득표율 47.83%는 전체 유권자로 환산하면 문 대통령의 대선 직전 최근 지지율 43.9%에 미치지 못한다”며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왜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는지 돌이켜 봐야 할 지점”이라고 했다. 이 후보에게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지 못한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자 이 전 지사와 가까운 김병욱 의원은 이날 “계산 자체가 틀렸다”며 “박 의원 주장대로면, 투표하지 않은 국민 모두는 윤석열을 지지했단 말이냐”라고 반박했다.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국정 지지율 조사와, 실제 투표에 따른 득표율의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정권 교체 파도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는 것이 옳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 이런 논쟁의 배경에는 대선 패배 책임이 문 대통령에게 있느냐, 후보로 나선 이 전 지사에게 있느냐에 대한 의견 대립이 있다”고 말했다.
재선 의원들에 사퇴 요구받은 민주 비대위장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7일 재선 의원단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김성환 정책위의장과 함께 국회 본관에 마련된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선 대선 때 원내대표를 맡았던 윤 위원장에게“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지사의 향후 역할을 놓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친명계는 이 전 지사의 조속한 정계 복귀를 주장하는 반면, 친문계 등에서는 6월 1일 지방선거 전 복귀는 너무 빠른 것 아니냐고 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윤건영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 끝난 지 일주일 되는 날”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이 후보 역할론은 다소 빠른 느낌”이라고 했다. 강기정 전 청와대 수석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패자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강 전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서는 “이재명은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 전 지사가 걸어갈 시간에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지사 측 지지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강 전 수석이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혼란에 빠진 당을 수습하고 지방선거에서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이 전 지사뿐”이라며 “이 전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일정 역할을 하고 8월 당대표 선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대선 패배 책임을 두고 윤호중 위원장의 자격 논란도 계속됐다. 대선 때 원내대표를 맡았던 윤 위원장에게 “책임 지고 사퇴하라”는 요구가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오전엔 재선 의원들과, 오후엔 초선 의원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가지고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도 막상 사퇴를 요구하지만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상기 기자]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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