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정권말 공기업 ‘알박기’ 인사… 尹측 “우리와 협의해달라”

Jimie 2022. 3. 16. 18:00

[단독] 정권말 공기업 ‘알박기’ 인사… 尹측 “우리와 협의해달라”

입력2022.03.15. 오전 3:45
수정2022.03.15. 오후 2:29

 

공공기관 인사 두고 신구권력 갈등 조짐
공공기관장부터 감사 자리까지 親정권 인사들 줄줄이 낙하산
尹측 “무리한 진행말라” 요청에 靑인사 “인사권은 대통령에 있다”
文대통령·尹당선인 내일 靑회동, 이철희 수석·장제원은 오늘 만나

 

문대통령, 수석·보좌관 회의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대선 이틀 뒤인 지난 11일 청와대 인사와 접촉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말고, 우리와 협의해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현 여권 인사들의 공공기관 ‘낙하산·알박기 인사’가 문 대통령의 임기 막판까지도 기승을 부린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인사는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인사 문제를 두고 신구(新舊) 권력 간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오는 16일 청와대에서 만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에 앞서 15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만나 인사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은 14일 본지 통화에서 “최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 현 정부 인사들을 통해 정권 인수 업무에 원활한 업무 협조를 당부했으며, 인사 동결 역시 상호 견지될 원칙으로 확약받은 바 있다”며 “그런데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와 행안부는 모두 공식적으로는 인사 문제에 대해 “관례대로 할 것”이라며 윤 당선인과 상의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당장 이달 31일 임기를 미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자 지명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4년 임기를 함께 할 윤 당선인 측이 정하는 게 맞는다”며 “현재 청와대가 진행하고 있는 인사는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차기 정부가 국정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윤 당선인과의 협력을 약속했다.

이날 현재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공석이거나 현 기관장의 임기가 올해 만료돼 윤 당선인이 기관장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기업은 한국수력원자력·한국가스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 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기에도 공공기관 기관장과 상임감사 등에 대한 임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기관장 대다수가 2023년 또는 2024년까지 임기를 채우게 된 것이다.

여권 일각에선 “할 수만 있으면 대통령이 인사권을 마지막까지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임기 말 공공기관장 등에 문재인 정권 인사를 앉히는 이른바 ‘알박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 10일 임찬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임 상임감사는 민주당 제주도당 사무처장과 전략기획국장, 민주연구원 운영지원실장을 역임한 여권 인사다. 한국남부발전은 지난달 25일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보좌관 출신인 김명수씨를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김 상임감사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이달 31일로 끝나는 임기 4년짜리 감사원 감사위원 후임으로도 최근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남구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사내·사외이사 5명의 임기가 곧 만료되는 ‘한국성장금융’ 인사에도 여권이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성장금융은 정부 정책 자금 7조원을 포함해 총 20조원 규모의 뉴딜펀드를 운용하는 금융기관이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들이 조만간 임명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할 정도로 우리 쪽에도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모든 인사는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행정관 출신들이 지원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성장금융은 지난해 9월 황현선 전 청와대 행정관을 핵심 요직인 투자운용본부장에 내정했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 같은 ‘낙하산 인사’는 계속 논란이 돼 왔다. 한국농어촌공사 역시 대선을 6일 앞둔 지난 3일 친문 인사인 이병호 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해 논란이 불거졌다. 윤 당선인은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낙하산 알박기’에 대해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도한 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한국IPTV방송협회장, 김제남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의 공공기관 낙하산 근절 약속이 무색해졌다”며 “이런 인사가 남은 두 달 동안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아진 기자 dkwls82@chosun.com주형식 기자 see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