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산과 들에 피어나는 제비꽃입니다. 보랏빛 꽃떨기가 이렇게나 앙증맞고 고운데 오랜 세월 오랑캐꽃으로 불렸지요. 뒤로 길게 뻗어나온 꿀주머니가 북방 이민족의 뒷머리에 늘어뜨린 변발을 닮았다고 해서, 그리 달갑지 않은 이름을 얻었던 겁니다. 시인 이용악은 오랑캐꽃에 빗대, 오랑캐조차 가엾이 여겼습니다.
"강 건너로 쫓겨갔단다. 고려 장군 무지무지 쳐들어와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울어보렴, 목놓아 울어나 보렴"
시인 구상은 6.25 직후 적들이 묻힌 묘지를 찾았습니다. "미움보다 사랑보다 너그러운 죽음"을 껴안았습니다.
"여기 누워 있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구나.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람 속에 깃들여 있도다"
산사 마당에 두 나무가 한몸으로 솟았습니다. 배롱나무 밑동이 갈라진 틈에서 소나무가 자라났습니다. 연리지, 연리목은 접붙일 수 있는 나무끼리 연결된다는데, 촌수도 까마득한 소나무를 품어 키웠습니다. 포용과 포옹의 힘은 우리 들꽃 제비꽃처럼, 연약한 듯 강합니다.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입니다"
민심은 절묘했습니다. 냉정했고 매서웠습니다. 0.73퍼센트 차로 승패를 갈라, 당선인과 여야 모두에게 '오만과 독단에 빠지지 말라'고 엄중하게 경고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절반 넘는 민의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합니다. 취임 일성이 통합이었고 국민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언급했습니다. 어쩔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지역과 세대, 계층을 갈라 누구에게 상처를 준 건 없는지 돌아볼 때가 됐습니다.
불과 5년 사이에 민주당을 선택했던 국민들이 싸늘하게 돌아선 이유를 뼈아프게 새겨야 할 겁니다. 민주당이 패배를 깨끗이 받아들이는 모습은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거대 의석을 앞세워 다시 입법 폭주와 발목잡기에 골몰한다면 민의의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정치개혁과 건강한 견제, 협치만이 신뢰와 지지를 되찾는 길입니다. 윤 당선인이 여소야대를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돼 갈 수 있는 기회"라고 한 것 역시 기대를 걸어볼 만합니다.
사생결단 백병전 같은 선거가 끝나고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이념과 세대와 남녀와 지역 사이에 깊이 파인 골입니다. 이렇게 또 5년을 지날 수는 없습니다. 이 망국의 병을 치유하는 길은, 벽을 허물고 골을 메우는 화해와 포용밖에 없습니다. 그 출발점은 말하기 앞서 귀를 기울이는 것이 될 겁니다. "대화의 첫 규칙은 듣는 것이다. 말하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말도 있지요.
3월11일 앵커의 시선은 '국민이 명령합니다' 였습니다.
"강 건너로 쫓겨갔단다. 고려 장군 무지무지 쳐들어와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울어보렴, 목놓아 울어나 보렴"
시인 구상은 6.25 직후 적들이 묻힌 묘지를 찾았습니다. "미움보다 사랑보다 너그러운 죽음"을 껴안았습니다.
"여기 누워 있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구나.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람 속에 깃들여 있도다"
산사 마당에 두 나무가 한몸으로 솟았습니다. 배롱나무 밑동이 갈라진 틈에서 소나무가 자라났습니다. 연리지, 연리목은 접붙일 수 있는 나무끼리 연결된다는데, 촌수도 까마득한 소나무를 품어 키웠습니다. 포용과 포옹의 힘은 우리 들꽃 제비꽃처럼, 연약한 듯 강합니다.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입니다"
민심은 절묘했습니다. 냉정했고 매서웠습니다. 0.73퍼센트 차로 승패를 갈라, 당선인과 여야 모두에게 '오만과 독단에 빠지지 말라'고 엄중하게 경고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절반 넘는 민의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합니다. 취임 일성이 통합이었고 국민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언급했습니다. 어쩔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지역과 세대, 계층을 갈라 누구에게 상처를 준 건 없는지 돌아볼 때가 됐습니다.
불과 5년 사이에 민주당을 선택했던 국민들이 싸늘하게 돌아선 이유를 뼈아프게 새겨야 할 겁니다. 민주당이 패배를 깨끗이 받아들이는 모습은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거대 의석을 앞세워 다시 입법 폭주와 발목잡기에 골몰한다면 민의의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정치개혁과 건강한 견제, 협치만이 신뢰와 지지를 되찾는 길입니다. 윤 당선인이 여소야대를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돼 갈 수 있는 기회"라고 한 것 역시 기대를 걸어볼 만합니다.
사생결단 백병전 같은 선거가 끝나고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이념과 세대와 남녀와 지역 사이에 깊이 파인 골입니다. 이렇게 또 5년을 지날 수는 없습니다. 이 망국의 병을 치유하는 길은, 벽을 허물고 골을 메우는 화해와 포용밖에 없습니다. 그 출발점은 말하기 앞서 귀를 기울이는 것이 될 겁니다. "대화의 첫 규칙은 듣는 것이다. 말하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말도 있지요.
3월11일 앵커의 시선은 '국민이 명령합니다'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