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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트라우마' 겪은 윤석열…"검찰 독립·공수처 개혁" 운명은

Jimie 2022. 3. 12. 09:52

'秋 트라우마' 겪은 윤석열…"검찰 독립·공수처 개혁" 운명은

중앙일보

입력 2022.03.12 05:00

“윤석열 정부에서는 검찰의 독립성을 더 보장하겠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달 14일 사법개혁 공약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윤 당선인에겐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특히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징계 청구 등 극한 갈등을 겪은 경험은 검찰 독립성 확보에 대한 명분이 됐다.

하지만 검찰의 독립성 확보는 곧바로 검찰 권력 강화로 인식돼 선거과정에서부터 현 정부·여당의 반발을 샀다. 검찰을 약화하는 데 중점을 뒀던 문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과도 반대여서 원내 과반인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尹 ‘추미애 수사지휘권 발동’ 트라우마… “악용 기회 차단해야”

윤 당선인의 공약집 중 ‘검찰개혁’ 분야를 보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가 가장 먼저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공약 발표 당시 “수사지휘권을 둔 나라는 독일, 일본, 우리나라 세 군데다. 독일과 일본은 사문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이들 보셨겠지만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는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악용될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8조에 적혀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내용이다.

 

문 정부 들어 수사지휘권은 3차례 발동됐는데 추미애 전 장관이 임기 1년 간 2차례 썼다. 2020년 7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 당시 윤 검찰총장이 수사자문단을 소집하려 하자 절차를 중단하라는 첫 수사지휘권을 행사했고, 같은 해 10월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과 윤 총장 가족 의혹 사건의 수사 지휘에서 빠지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당선인 측은 “현 정권은 ‘검찰 개혁’이라 외치면서 수사지휘권을 남용해 ‘검찰 개악’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갈등을 빚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검찰의 예산 독립도 주요 공약 중 하나다. 법무부 장관이 갖는 검찰 예산편성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겨 검찰 조직이 독자적으로 예산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또, 검사가 맡아온 법무부 보직을 외부 인사를 임명한 ‘법무부 탈(脫)검찰화’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에서 법무부는 해당 보직 전문성을 높이고, 검사의 행정부 장악을 막는다는 명분을 들었지만 그 자리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정권 코드에 맞춘 인사를 대거 기용하며 공정성 논란이 많았다.

“검찰 ‘직접 수사’ 강화… 공수처 독점권도 깨겠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후속 검찰개혁의 결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쪼그라든 검찰 직접수사권도 다시 강화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경찰이 이미 송치한 사건은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수사권 조정으로 축소된 검찰 권한이 일부 회복될 수 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지난달 26일 전직 경찰 단체를 방문해 “수사권 조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도록 저도 역할을 많이 했다”고 말한 점을 감안하면 변화의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도 검찰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공수처가 정치 편향된 수사로 공정성을 상실했다며 “개선되지 않으면 폐지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수처 개혁의 일환으로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의 우월·독점권을 없애고 검찰,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공수처법 24조 1항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한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172석 野 반대하면 법개정 불가능… 대통령령부터 손질할 듯

윤 당선인 공약이 실현되려면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공수처법 등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설립 등은 현 정부, 여당이 검찰개혁의 대표 성과로 꼽고 있어 윤 후보 공약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대통령령 개정은 취임 직후부터 가능하다. 검찰청법 4조는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6대 범죄와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중요 범죄'로 규정했는데, 대통령령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를 개정하면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또 일선 검찰청 형사부 검사가 경제범죄 고소 사건 이외에 6대 범죄는 직접 인지수사를 할 수 없게 제한한 대통령령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원상복구시킬 수도 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