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편맥' 짠 하자 분위기 풀렸다…尹·安 단일화 막전막후
입력 2022.03.03 12:01
업데이트 2022.03.03 16:13
“성공한 정부를 만들고 싶습니다.”(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그 생각 저도 똑같습니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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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3일 새벽 서울 논현동 한 빌라에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주고받은 대화의 일부다. 두 사람의 ‘극적 단일화’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한 대통령이 없었는데, 우리가 성공한 정부를 만들어보자”는 공감대 형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두 후보는 2일 마지막 대선 TV 토론회가 끝난 뒤 자정 무렵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 빌라에서 만났다. 이 빌라는 카이스트 교수로 안 후보와도 친분이 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매형의 집이라고 한다. 안 후보가 자정무렵 먼저 도착했고, 서울 모처에서 촬영 중이던 윤 후보가 자정을 넘겨 도착했다. 이 자리에는 앞서 단일화 실무협상을 해왔던 장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배석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어색한 네 사람의 분위기를 풀었던 건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 네 캔이었다고 한다. 캔 뚜껑을 따자마자 윤 후보가 “이렇게 모였는데 ‘짠’ 한 번 하시죠”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네 사람은 캔을 맞부딪힌 뒤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대화 소재에 오른 건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안 후보가 윤 후보를 영입하려고 했던 인연이었다.
▶안철수=“2016년이었죠? 그때 보궐선거에서 우리가 윤 후보를 당기려고 했었는데.”
▶윤석열=“(웃음)기억하시네요. 그런데 2014년입니다 후보님.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이어 윤 후보가 이태규 의원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특히 윤 후보는 2012년 안 후보의 대선캠프인 ‘진심캠프’를 언급하며 ‘당시 이 의원을 캠프에 추천한 사람이 저’라고 했다고 한다.
▶윤석열=“이태규 의원과 제가 안대희 전 대법관과 친분이 있는 '안대희 계원' 입니다. 안 후보님, (2012년)그때 제가 이 의원 진심캠프에 추천한 사람 중 한 명인 거 아세요?”
▶안철수-“아니 저는 김성식 전 의원한테 추천받았는데, 여기저기서 추천한 사람 중 한 명이셨군요(웃음)”
이후 윤 후보가 준비해 온 공동정부 구상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안 후보는 “신뢰”를 요구했고, 윤 후보는 “운명공동체”를 언급하며 “안 후보님 말씀은 뭐든 존중하고 듣겠다”고 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이 전한 주요대화의 재구성.
▶안철수=“제가 단일화를 해본 적 있지만, 각서나 종이 이런 것들이 아무 의미 없는 걸 압니다. 문제는 신뢰입니다. 어떻게 신뢰를 주실 겁니까.”
▶윤석열=“저를 믿어주십시오. 제가 안 후보님을 믿겠습니다.”
▶안철수=“저는 성공한 정부를 만들고 싶습니다.”
▶윤석열=“그 생각 저도 똑같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정부를 한 번 성공시킵시다. 그게 운명공동체 아닙니까. 윤석열 정권이 성공한다면 그게 안철수의 미래 아닙니까.”
▶안철수=“성공한 정부를 만들 구상이 있습니까. 180석 민주당을 어떻게 돌파할 겁니까.”
▶윤석열=“제 장점은 결정이 빠른 겁니다. 근데 저는 결정을 독단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국정운영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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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 및 합당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소통관 기자회견장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날 토론을 할 때만 해도 두 사람의 회동은 예정에 없었다고 한다. 극적 만남 성사 배경엔 장 의원과 이 의원의 노력이 있었다. 2일 오후 장 의원과 이 의원은 통화에서 “일단 우리가 개인 자격으로 만나서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자. 역사의 죄인이 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고, 만나서 두 후보 간 토론 후 회동 추진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후 장 의원은 강남에 있던 윤 후보를, 이 의원은 국민의당 당사에 있던 안 후보를 각각 찾아가 회동을 설득했다. 윤 후보는 장 의원에게 “(성사가)안 되면 또다시 단일화 프레임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안 후보가, 올해 2월에는 윤 후보가 회동을 추진하려고 했다가 서로 간 오해로 불발된 경험이 이런 우려에 불을 지폈다. 내막을 잘 아는 양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 후보는 지난해 10월 자신을 ‘윤 후보와 가까운 사이’라고 한 한 야권인사로부터 ‘윤 후보와 만남을 주선했다’는 연락을 받고 약속장소로 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윤 후보가 등장하지 않았다.
한편 윤 후보도 지난 2월 안 후보와 가깝다는 한 야권인사로부터 ‘안 후보가 서울 모처에 있으니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윤 후보가 차를 타고 해당 장소로 이동하던 중 ‘만남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윤 후보도 당혹해했다고 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두 사람에게 만남을 제안했던 이들은 모두 이른바 “무허가 업체(후보의 의중과 무관하게 움직인 인사)”였다. 이날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가 “만나니까 오해가 풀리네요”라고 했고, 안 후보도 “그렇네요”라고 화답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합의 이후 새벽 3시쯤 국민의당 주요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SNS 사이버 대화방에 “단일화 발표를 아침에 할 것 같다”고 알렸다고 한다. 이어 ‘결심한 이유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는 협상에 참여한 소수인원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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