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탈원전 날벼락 기업에 “박근혜한테 보상받으라”
APR 1400 원자로 낳은 기적의 한국 원자력 역사
피땀으로 쌓아온 4대 기술의 장인들 떠나
피해 보상 대신 온 대답 ‘박근혜에게 받으라’
문 대통령 정책 중 소득 주도 성장, 부동산 대실패 등 잘못된 것이 많지만 탈원전처럼 엉터리는 없을 것이다. 임기 시작 한 달 만에 내놓은 탈원전 선언문은 근거로 든 사실 자체가 허무맹랑한 가짜여서 세계 국가 정상 연설문의 흑역사로 기록돼야 할 정도였다. 문 대통령도 자신이 한 연설이 엉터리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았을 것이다.
이런 경우 속이 쓰리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는 사람이 있다. 용기라고 불러 마땅하다. 반대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기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 겉으로는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겁한 행태다. 이런 사람이 기업인이면 기업이 망하고, 권력자라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
탈원전으로 피해 본 사람은 부지기수다. 일요일에 자기 사무실에 숨어 들어가 원전 경제성 조작 문건을 없애야 했던 산업부 공무원들도 피해자다. 그러나 누구보다 큰 피해자는 원전 산업에 종사하던 기업과 근로자들이다. 이들에게 ‘문재인’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우리는 우리 원전 산업이 얼마나 눈물겨운 기적의 역사인지 잘 모른다. 원자력의 아버지는 이승만 대통령이다. 1956년 이 대통령은 문교부에 원자력과를 설치하고 문교부 창고에 모여 원자력을 독학하던 물리학과와 공대 출신 수백 명을 국비로 미국에 유학 보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될 때 한 사람에게 6000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 때 고리 1호기가 첫 가동에 들어간 이후 우리 원자력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믿을 수 없게도 어느 분야에서는 미국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가 개발한 APR 1400, 1400+ 원자로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것으로 우리만 만들 수 있다. 대형 니켈 합금인 원자로 격납 용기는 용접이 없는 하나의 일체형이라 단조 공법으로 제작해야 한다. 이 초대형 단조 공장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미국 기업이 수출 계약을 따내도 우리가 만들어줘야 한다. 문재인만 없었으면 세계시장에서 대활약을 펼쳤을 것이다.
이 APR 1400 원자로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말 못 할 고난이 있었다. 공무원들은 이 원자로를 못 믿겠다면서 공사 실적을 요구했다. 세계 최초인데 실적이 어디 있냐고 했더니 세계 유수 기업에서 보증을 받아오라고 했다. 보증을 받으려니 어쩔 수 없이 미국 경쟁 기업에 기술 자료를 다 넘겨줘야 했다. 황당하게도 보증료 2%까지 냈다. 이 일을 당하고 UAE에 수출하는 등 겨우 자리를 잡는데 문재인이 나타난 것이다. 기업은 신한울 3, 4호기에 이미 1조원을 썼지만 공사를 중단해야 했다. 5년 동안 이자만 3000억원이다. 그때까지 성사됐던 6조원짜리 수출 계약도 날아갔다고 한다.
원전엔 4대 기술이 있다. 대형 원자로 제조, 대형 터빈 제조, 600기압이 넘는 냉각 펌프 제조, 원전 제어 시스템이다. 중국엔 이 4대 기술이 없다. 근본적 한계다. 그런데 문재인 탈원전 이후 중국이 이 4대 분야 우리 기술자들을 빼 갔다. 원전에 관심을 가진 사우디도 400명을 빼 갔다. 속수무책이었다. 원전 제어 시스템을 이용한 원전 운영 용역도 큰 사업인데, UAE는 자신들이 하겠다며 한국에서 가져가 버렸다. UAE로도 많은 기술자가 넘어갔다. 모두 장인(匠人)급 인재다.
원전 관련 기업 기술자 한 분은 기막힌 얘기를 전해줬다. 문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신한울 3, 4호기 공사 중단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더니 그는 “우리가 발주했나? 박근혜가 했으니까 박근혜한테 받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피를 토하는 듯했다. 5년간 원전 부품 업체 수백 곳이 파산했다.
이승만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을 소개한 미국인은 “에너지는 땅속만이 아니라 사람 머리에서도 나온다”고 했다. 머리에서 나오는 전기가 원자력이다. 무지와 무식으로 그 원자력을 짓밟고서 ‘그런 적 없다’고 딴청까지 부린다. 한국 원자력 역사가 피를 토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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