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유엔 안보리서 우크라, 러에 일갈 "당신들은 미쳤나?"

Jimie 2022. 2. 26. 13:28

유엔 안보리서 우크라, 러에 일갈 "당신들은 미쳤나?"

강민경 기자,김현 특파원

입력 2022. 02. 26. 11:36 수정 2022. 02. 26. 12:43

 

우크라 대사, 러 침공에 희생된 이들 위해 묵념 요청
푸틴이 우크라 군에 쿠데타 요구한 점 언급.."미쳤나"

 

25일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가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 AFP=뉴스

 

 

(서울·워싱턴=뉴스1) 강민경 기자,김현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되지 못했다. 하지만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와 우크라이나 대사가 벌인 설전이 이목을 끌었다.

 

25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는 이날 오후 뉴욕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이 작성한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15개 안보리 회원국 중 미국 등 11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는 거부권을 행사했고, 중국과 인도, 아랍에미리트(UAE)는 기권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이번 결의안을 반러시아적(anti-Russian)이라고 비판하며 "우크라이나의 체스판에 있는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움직임"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친러시아 반군 지역 주민들에게 다연장로켓포 등으로 포격을 가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 지역의 휴전 협정인 '민스크 협정'의 이행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 군이 이 지역의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주거지역을 매일같이 포격해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살해했으며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피비린내 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러시아 정부측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는다면서 리비아를 폭격했던 미국 항공기의 사진과 시리아, 베이루트에서 찍힌 폭발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폭발인 것처럼 꾸며져 언론에 돌아다니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25일 세르히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가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AFP=뉴스1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측의 이런 주장을 "극악무도한(diabolical) 대본"이라고 일축했다.

 

키슬리차 대사는 "유엔 안보리가 전쟁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우리나라 전역의 민간인들의 머리에 치명적인 공습이 퍼부어졌다"며 러시아의 기습적인 침공을 비판했다.

 

그는 "두어 시간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늘 밤 우리 군이 적군의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공격을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바로 지금 결정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러시아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를 장악한 것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모두에게 완전한 침묵의 순간을 요청하고 싶다. 기도를 해 주시거나, 신을 믿지 않는다면 살해당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거나 명상을 해 달라. 죽을 지도 모르는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러시아 대사도 기도해 달라"며 참석자들에게 묵념을 요청했다.

 

키슬리차 대사의 요청대로 유엔 안보리 참석자들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박수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이 손뼉을 치며 우크라이나 대사에게 동조하자 러시아 대사는 혼자 탄식하듯 "하" 소리를 내뱉었다.

 

우크라이나 키슬리차 대사는 러시아의 주장과 달리 민간인 시설이 많이 파괴됐다면서 "러시아 탱크의 진군을 막기 위해 젊은 남자가 다리를 폭파하려 스스로 폭사했다. 다리를 파괴하기 위해 자살을 한 것"이라고 울먹였다.

 

그는 "우리 대통령은 협상에 열려 있고, 우리는 계속해서 그렇게 말해왔다. 민스크 협정을 죽인 건 당신들(러시아)"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몰아낼 것을 종용한 것을 언급하며 "당신들은 미쳤는가?" 하고 반문했다.

 

이에 러시아 네벤자 대사는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더러운 폭탄을 만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민간인에 대한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발언을 마쳤다.

 

한편 이번 결의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무조건적으로 철군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반군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한 것을 번복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pasta@news1.kr

뉴스1코리아 www.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