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국·산업1부
15일 노조가 점거농성을 벌이는 CJ대한통운 본사 앞에 선거 유세차량이 등장했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이곳에서 선거운동 출정식을 열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과 일부 노조원은 ‘선거사무원’이라 적힌 명찰을 달았다. 대선 출정식을 집회장에서 여는 건 문제가 없다. 노조가 특정 정당 선거 운동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합법’적 행위들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건 다른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회 인원은 최대 299명으로 제한돼 있다. 반면 선거운동은 인원 제한이 없다. 이날 700명 이상이 모였지만 방역지침을 피해갈 수 있었던 이유다. 택배노조는 향후 수천 명까지 집회 인원을 늘리겠다고 한다. 그때도 유세차량만 주변에 세워두면 그만일 터이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방역지침 때문에 지금도 생존의 문턱을 들락거리고 있다. 택배노조의 ‘꼼수’가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택배노조 조합원들은 택배 대리점들과 집배송업무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CJ대한통운은 계약 당사자인 ‘사용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협상 대상이 될 수도 없다. 심지어 CJ대한통운이 사용자라 하더라도 택배노조의 본사 점거는 탈법적 행위다. 지난해 1월 개정된 노동조합법 37조는 “노조는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택배노조가 대체 배송을 하려는 비노조원의 차량을 막고 대리점 영업을 방해하는 것도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볼 개연성이 있다.
정작 계약 당사자인 대리점들은 답답한 상황이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은 “쟁의권이 없는 상태의 불법 파업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계약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택배노조의 불법행위가 얼마나 더 심각해져야, 그리고 소비자들과 택배업계 피해가 얼마나 더 누적돼야 꼼수와 불법이 판치는 지금의 상황이 바뀌게 되는 것일까.
변종국 산업1부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