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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학생 성추행' 교수....3년뒤 밝혀진 동료교수 음모

Jimie 2022. 2. 7. 05:52

[단독]쫓겨난 '학생 성추행' 교수....3년뒤 밝혀진 동료교수 음모

중앙일보

입력 2022.02.07 05:00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 정문. 사진 전북대

항소심 "전보 발령 취소 처분 무효"…대법원 확정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학부에서 쫓겨난 50대 국립대 교수가 다음 달 5년 만에 다시 강단에 서게 됐다. 법원이 ‘(성폭력 사건이) 동료 교수에 의해 조작됐다’는 증언을 바탕으로 교수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부 교수들은 또 다른 성추행 의혹 등을 주장하고 있고, 해당 교수는 “부당한 음해이자 따돌림”이라고 반발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커지는 모양새다.

 

전북대는 6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해 11월 5일 A교수를 원래 소속된 학부로 전보 발령했다”며 “법과 규정에 의거해 인사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고, 수업 또한 관련 규정에 따라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들 "논문도 문제" 복귀 반대…A교수 "음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해 9월 30일 전북대 총장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A교수가 총장을 상대로 낸 교육공무원 전보 발령 취소 처분 소송에서 원고인 A교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1-2행정부(부장 김봉원)는 지난해 6월 2일 “2019년 7월 16일 원고에게 한 교육공무원 전보 발령 취소 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해당 학부 교수들은 지난해 10월 ‘A교수 논문이 문제 있다’, ‘또 다른 성추행이 있다’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A교수 복귀를 반대했지만, 대학 측은 A교수를 학부로 돌려보냈다.

 

A교수는 2013년 3월 이 대학 정교수로 임용된 후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약 2년 만에 ‘성폭력 가해자’로 몰려 하루아침에 모든 보직을 잃고 학부에서 쫓겨났다. 도대체 A교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의 항소심·상고심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 봤다.

 

대법원 모습. 뉴스1

 

"성폭력 가해자" 의혹…총장, A교수 보직 해임

이 사건은 2015년 4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북대 한 부설기관은 대학본부에 “학내에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가 수차례 극단 선택을 기도했다. 가해자는 A교수”라며 “총장이 피해자를 만나주지 않으면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내용은 당시 총장에게 그대로 전달됐고 총장은 이튿날 오전 피해자와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에 A교수와 같은 학부 소속의 B교수와 조교 등이 나왔다. 이들은 ‘피해자의 요구 사항’이라며 A교수의 학부 교수직과 모든 보직 사퇴 등을 총장에게 전달했다.

 

총장은 두 부총장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후 A교수를 전보 발령을 내면서 모든 보직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전북대 측은 같은 달 29일 A교수를 한 연구소로 보냈다.

 

하지만 A교수는 3년 뒤인 2018년 12월 5일 “소속 변경 사유가 모두 소멸됐다”며 당시 총장에게 학부 복귀를 요청했다. 총장은 같은 달 12일 학부 복귀를 명하는 2차 전보 발령을 냈다. A교수의 1차 전보 발령의 직접적 원인이 된 성폭력 사건이 허위 진술에 따른 것이라는 점 등을 확인하고 나서다.

 

전북대 전경. 사진 전북대

인사위, "비리 연루" 복귀 백지화

그러나 A교수의 학부 복귀는 7개월 만에 백지화됐다. 앞서 2018년 10월 전북대 총장 선거에서 당선된 신임 총장이 2019년 7월 16일 A교수의 2차 전보 발령을 취소해서다. 해당 학부 교수들이 각종 비위행위에 대한 A교수의 소명과 사과가 없는 점 등을 들어 복귀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게 발단이 됐다.

실제 A교수는 2017년 6월 전주지법에서 학교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학교가 지원해 준 강사료를 임의로 쓴 혐의(사기·업무상 배임)로 벌금 200만원, 조교가 계속 근무한 것처럼 학교를 속여 장학금을 가로챈 혐의(업무상 횡령)로 벌금 100만원을 각각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전북대 대학인사위원회도 2019년 7월 10일 A교수의 2차 전보 발령을 취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A교수는 총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이겼다. 항소심 재판부는 “1차 전보 발령 당시 대학인사위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1차 전보 발령 당시 제기됐던 성폭력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당시 전임 총장이 처분 사유로 삼았던 것이 존재하지 않아 실체적 하자도 있다”고 판시했다.

 

전북대 관계자들이 2019년 7월 9일 학내 진수당에서 잇따라 발생한 교수들의 비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전북대는 당시 교수들의 사기와 강요, 추행, 음주운전 사고, 논문 자녀 등재 등의 비위가 불거져 내홍을 겪었다. 연합뉴스

"피해자 'A교수에게 성폭력 당한 적 없다' 밝혀"

재판부는 C교수 증언을 A교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근거로 봤다. C교수는 재판에서 “A교수 관련 피해자로 지칭되는 학생이 2015년 7월 면담 신청을 하며 찾아왔다”며 “실제로 자신을 추행한 사람은 A교수와 같은 학부 소속인 B교수이고, A교수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A교수의 성폭력 사건은 B교수가 만들어낸 사건으로 피해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총장을 만난 적이 없고, A교수 성폭력 사건 피해자로 본인 이름이 이용됐다고 피해자와 피해자 어머니가 거듭 말했다”고 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피해자는 과거 B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는데, 합의해 사건이 종결됐다. 재판부는 “C교수가 ‘A교수의 성추행 사건은 같은 학부 소속 B교수의 무고에 의한 조작이었다. B교수 등이 성추행 사건 외에도 지속적으로 A교수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비방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진술 내용에 허위 사실이나 부정한 목적이 개입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북대 총장 측은 재판에서 A교수의 각종 비위행위에 대해 해명이 이뤄지지 않은 점, 학부 교수들과 학생들이 복귀를 반대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2차 전보 발령을 취소해야 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의 성폭력 혐의는 전혀 확인된 바 없는 점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벌금형의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이는 국립대 교원의 지위를 당연히 상실시킬 정도에 해당하지 않는 점 ▶학생회장이 ‘학생회는 원고에 대한 판결이 선고된 후 문제가 될 때 움직인다는 의견을 냈을 뿐’이라는 취지로 말한 점 등을 들어 총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B교수가 당시 해외 체류 중이라 증인 신문을 하지는 못했다.

전북대 학생들이 지난 2019년 7월 19일 이 대학 학생회관 앞에서 비리 교수 징계 및 재발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갈등 여전…전북대 "문제 발생하면 중재할 것"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A교수와 학부 교수들 간 법적 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B교수 등 동료 4명은 2018년 A교수를 업무상 배임 및 횡령·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전주지검은 2020년 3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A교수도 B교수 등 4명을 무고와 업무방해·명예훼손·협박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2019년 6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A교수가 학부로 복귀했지만, 양측 갈등은 여전하다. A교수는 올해 1·2학기 세 과목(9학점)씩 맡는다. 지난 2017년 1학기 교양과목을 가르친 지 5년 만이다. A교수는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과목을 일방적으로 배정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부 측은 “학부 운영 내규에 따른 정상적인 행정 처리”라는 입장이다.

 

전북대 측은 “학과 내 이견들에 대해서는 학생들 학습에 대한 기본권 유지 및 교수 연구에 대한 기본권 등이 침해될 정도로 학과 내 자율적 조절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대학본부에서 적극적으로 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