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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장 김수남, 문재인 정부 이틀만에 사의

Jimie 2022. 1. 7. 06:54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장 김수남, 문재인 정부 이틀만에 사의

중앙일보

입력 2022.01.07 05:00

 

                                                          김수남 전 검찰총장

 

정권 말의 이른바 ‘알박기 인사’는 새 정부의 국정 부담으로 귀결된다. 임명된 기관장이 새 대통령의 철학과 거리가 있는 데다, 새로운 권력에 ‘코드’를 맞춘다 하더라도 교체 압박이 들어오기 일쑤다. 이는 심지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정권 재창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대중 정부 임기 종료 석 달 전인 2002년 11월 임명된 김각영 검찰총장이다. 그는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으로 위기에 빠진 검찰 조직을 수습하기 위해 임명됐으나, 검찰청법에 보장된 임기 2년 중 4개월만 재임하는 데 그쳤다.

 

처음엔 여당 후보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존중을 약속했다. 취임 직후엔 김 총장을 청와대 관저로 불러 검찰 개혁도 협의했다. 하지만 2003년 3월 9일 노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토론회가 문제였다. 노 대통령이 “현 검찰 상층부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하자, 김 총장은 이를 자신에 대한 불신임으로 받아들여 사표를 제출했다. 이를 전후해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이 줄줄이 사퇴했다.

 

 

정권 교체의 경우, 법에 정한 임기가 휴짓조각이 되는 일이 더 잦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 제20대 감사원장으로 연임된 전윤철 감사원장은 6개월 만인 2008년 5월에 사퇴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180도 태도를 바꿔 공기업 경영 비리를 파헤치며 새 정부에 협조했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흐름을 못 넘었다. 전 감사원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 후 자신에게 쏟아진 ‘코드 감사’, ‘영혼 없는 공직자’라는 비판에“억울하고 분하다”고 토로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수남 총장의 운명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임명한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구속까지 했으나,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틀 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김 총장은 2017년 5월 이임식에서 1년 6개월 전 취임식 때 착용한 주황색 넥타이를 똑같이 맨 채 나타나 송나라의 문인 소동파의 시를 인용해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는 말을 남겼다.

 

다만 예외도 있다. 제17대 대선을 한 달 앞둔 2007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도 유임됐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을 임명한 노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서거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09년 6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