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웅이 될 수 있어. 단 하루만이라도…"
1987년 서베를린에서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가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장벽 너머에는 동베를린의 젊은이들이 몰렸고 분단 극복을 염원하는 보위의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저지하는 경찰에게 촛불을 던지며 외쳤습니다.
"장벽 쪽으로 가야 한다!"
보위 콘서트가 동베를린을 뒤흔들던 시절, 앙겔라 메르켈은 동베를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날마다 집 근처 장벽에 나가 벽 너머 자유를 꿈꾸다 맥없이 돌아서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벽이 무너졌습니다.
"그때 나는 과학자라는 직업을 뒤로 하고 정치로 들어섰습니다. 흥미롭고 마법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메르켈이 엊그제 독일 정치사에 여러 기록을 남기고 30년 정치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최연소 총리, 통일 독일 최장수 총리, 첫 여성 총리, 첫 동독 출신 총리… 그리고 스스로 물러난 첫 총리라는 기록입니다.
"이번 네 번째 총리직이 나의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독일어로 엄마를 뜻하는 '무티' 리더십으로 '유럽의 환자' 독일을 '유럽의 엔진'으로 살려냈습니다. EU를 이끌며 '자유 진영의 수호자'로 불렸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소탈한 인간적 면모로 세계인을 사로잡았습니다. 관저 대신 작은 아파트에 살며 퇴근길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익숙하지요. 여름 휴가 때는 몇 년씩 똑같은 등산복을 입었습니다. "왜 같은 옷만 입느냐"고 묻자 "나는 모델이 아니라 공무원"이라고 했지요. 어머니 별세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사적 영역을 존중해달라"고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통화를 원하자 "주말에는 채소밭을 가꿔야 한다"며 거절한 것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지난주 퇴임식에서 그는 군악대 연주곡으로 1970년대 동독 록음악을 청해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흑백필름처럼 잿빛이던 동독 사회를 풍자하는 노래라고 합니다.
"그 노래는 제 젊은 시절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동독에서 일어난 일이고 노래도 동독에서 온 것으로…"
하지만 아직 75%를 넘나드는 지지율보다 더 영예스러운 하이라이트는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메르켈 리더십에 늘 따라붙었던 이 수식어들입니다. 대화와 설득, 타협과 인내, 합의와 관용… 다시 한번 되뇌어 보겠습니다. 대화와 설득, 타협과 인내, 합의와 관용… 그런데 메르켈은 "50년 뒤 아이들이 읽을 역사책에 어떻게 쓰이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딱 두 단어만 말했습니다.
"그는 노력했다"
1987년 서베를린에서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가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장벽 너머에는 동베를린의 젊은이들이 몰렸고 분단 극복을 염원하는 보위의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저지하는 경찰에게 촛불을 던지며 외쳤습니다.
"장벽 쪽으로 가야 한다!"
보위 콘서트가 동베를린을 뒤흔들던 시절, 앙겔라 메르켈은 동베를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날마다 집 근처 장벽에 나가 벽 너머 자유를 꿈꾸다 맥없이 돌아서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벽이 무너졌습니다.
"그때 나는 과학자라는 직업을 뒤로 하고 정치로 들어섰습니다. 흥미롭고 마법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메르켈이 엊그제 독일 정치사에 여러 기록을 남기고 30년 정치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최연소 총리, 통일 독일 최장수 총리, 첫 여성 총리, 첫 동독 출신 총리… 그리고 스스로 물러난 첫 총리라는 기록입니다.
"이번 네 번째 총리직이 나의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독일어로 엄마를 뜻하는 '무티' 리더십으로 '유럽의 환자' 독일을 '유럽의 엔진'으로 살려냈습니다. EU를 이끌며 '자유 진영의 수호자'로 불렸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소탈한 인간적 면모로 세계인을 사로잡았습니다. 관저 대신 작은 아파트에 살며 퇴근길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익숙하지요. 여름 휴가 때는 몇 년씩 똑같은 등산복을 입었습니다. "왜 같은 옷만 입느냐"고 묻자 "나는 모델이 아니라 공무원"이라고 했지요. 어머니 별세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사적 영역을 존중해달라"고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통화를 원하자 "주말에는 채소밭을 가꿔야 한다"며 거절한 것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지난주 퇴임식에서 그는 군악대 연주곡으로 1970년대 동독 록음악을 청해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흑백필름처럼 잿빛이던 동독 사회를 풍자하는 노래라고 합니다.
"그 노래는 제 젊은 시절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동독에서 일어난 일이고 노래도 동독에서 온 것으로…"
하지만 아직 75%를 넘나드는 지지율보다 더 영예스러운 하이라이트는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메르켈 리더십에 늘 따라붙었던 이 수식어들입니다. 대화와 설득, 타협과 인내, 합의와 관용… 다시 한번 되뇌어 보겠습니다. 대화와 설득, 타협과 인내, 합의와 관용… 그런데 메르켈은 "50년 뒤 아이들이 읽을 역사책에 어떻게 쓰이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딱 두 단어만 말했습니다.
"그는 노력했다"
Angela Merkel is driven away from the German chancellery building today as she departs her post after 16 years, with Olaf Scholz sworn in as the country's new l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