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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사망 한달만에 4배로... 병상 동나 “걸리면 끝” 불안 확산

Jimie 2021. 12. 6. 10:15

60세 이상 사망 한달만에 4배로... 병상 동나 “걸리면 끝” 불안 확산

[델타·오미크론 복합쇼크] 중증·사망 급증… 불안한 고령층

입력 2021.12.06 03:13
 

준비 안 된 ‘위드 코로나’ 탓일까. 코로나에 걸린 뒤 병상을 구하지 못해 대기하다 사망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병상 부족 사태 여파는 코로나 환자에서 일반 중증 환자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는 응급실에 설치된 음압실 7개가 거의 매일 쏟아지는 코로나 환자로 채워지는 바람에 중증 외상과 뇌출혈, 패혈증 등 음압실이 필요한 다른 환자들이 기회를 못 얻고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닷새 연속 700명대를 기록하면서 수도권 중환자 병상 여력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 5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서울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91.1%로 총 병상 349개 중 318개가 사용 중이다. 사진은 5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된 환자. 2021.12.5/ 연합뉴스

 

 

이미 전국적으로 주요 병원에서 중환자를 위한 병상은 포화 상태다. 한 일반 병원 의사는 “어느 병원이든 환자 이송 요청은 거절당하기 일쑤”라고 전했다. 코로나 환자가 수십~수백 시간을 음압실 등에서 연명하거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5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1~27일 한 주 동안 코로나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가 10명 환자가 숨졌다. 그 전주(14~20일)는 이런 사망자가 3명이었는데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첫 3주간(10월 31일~11월 20일)은 대기 중 사망자가 6명으로 주당 평균 2명이었다. 그사이 5배로 늘어난 것이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금 의료 체계 붕괴가 계속 이어지면 코로나에 감염된 노약자를 비롯해 많은 약자가 죽어갈 것”이라며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12월 한 달간 60세 이상 720여만명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을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의료 붕괴 직전에서 고령자들에겐 ‘잔인한 달’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고령자들이 모인 친목 카톡방 등에선 “연말까지 각자 알아서 몸조심하자”는 당부가 쏟아지고 있다.

 

오늘부터 영화관도 방역패스 - 지난 5일 오후 서울시내 한 영화관에 백신패스관 운영 안내문이 붙어 있다. 6일부터 식당과 카페를 비롯해 영화관 등 각종 실내 다중이용시설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았다는 증명서 ‘방역패스’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 /김지호 기자

 

 

현재 60세 이상 상당수는 2차 백신 접종 후 4~5개월이 지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취약해진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수도권과 충청, 강원 등 전국 곳곳에서 병상이 동나자 “(코로나에) 걸리면 죽는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한 달여간 60세 이상에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사망자 등 3대 코로나 지표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11월 28일~12월 4일) 60세 이상 코로나 확진자 수는 1만1345명을 기록했다. 주간 단위 확진자가 첫 1만명을 돌파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직전인 지난 10월 넷째 주(10월 24~30일)에는 확진자 중 60세 이상 비율이 24.5%였는데, 한 달 만인 12월 1주엔 35.3%로 10.8%포인트 치솟았다. 통계청 데이터 등을 통해 보면 60세 이상이 젊은 층 등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모임 등 외부 활동을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다.

 

 
                                             고령층 돌파감염 늘고, 중증 환자 급증. 사망자도 치솟아

 

60세 이상 사망자는 10월 4주 72명에서 12월 1주 290명으로 한 달 만에 4배로 늘었다. 고유량 산소 요법과 인공호흡기, 에크모(심장·폐 기능을 대신해 주는 기기) 등으로 격리 치료 중인 위중증 환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78%에서 83%로 치솟았다. 특히 최근 코로나 감염과 사망이 기존 80세 이상 고연령층 중심에서 6070세대로 연령대를 낮춰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주 사망자 중 60~79세 비율이 40%를 넘어섰고, 위중증 환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60%를 넘었다. 이는 60~74세가 집중적으로 접종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효과 저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12월 상순에 75세 이상 120만명, 12월 중·하순 60~74세 600만명에게 각각 부스터샷을 접종하겠다고 했지만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정부가 ‘재택 치료’를 원칙으로 삼겠다고 하면서 이제 코로나 확진은 의료 체계 보호망에서 동떨어질 수 있다는 걸 뜻하게 됐다. 5일 0시 기준 수도권에서 하루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린 코로나 환자는 954명에 달했다. 1000명 가까운 환자가 병상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이 541명(57%)이며, 고혈압, 당뇨 등 기타 질환자는 413명이다. 4일 이상 병상 대기자도 299명에 달했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60세 이상 고령층은 건조하고 추운 겨울에 접어들면 호흡기 질환에 취약하다”며 “병상이 부족한 상황이니 외부 활동을 줄이고 마스크 쓰기, 손 세정 등 개인 방역을 더 철저히 해 감염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