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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까지

Jimie 2021. 12. 3. 07:54

그렇다면 여기까지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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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3, 2021

https://www.youtube.com/watch?v=94hk2Nw4UQ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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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로 넘쳐나던 2차대전 후 로마.

한 사내가 천신만고, 벽보 붙이는 일자리와 자전거를 구했습니다. 사다리를 메고 돌아다니며 영화 포스터를 붙이던 첫날,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자전거를 눈 번히 뜨고 도둑맞습니다. "도둑이야, 도둑이야!"

사실주의 걸작 '자전거 도둑' 한 장면이 영화축제 포스터가 됐습니다. 서귀포에서 두 해 열리고 중단된 '신 스틸러 페스티벌'입니다.

'신 스틸러'란,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관객을 사로잡는 조연을 가리킵니다.

주인공에게 집중돼야 할 관객의 시선을, 눈 번히 뜬 채 도둑맞는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지요.

그렇듯 신 스틸러가 너무 튀면 연출자는 곤혹스럽습니다. 관객이 한눈을 파느라 주인공은 빛이 바래고, 영화의 전체 흐름이 깨져 흥행까지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무를 팽개친 채 사흘째 지방을 돌아다니며 태업, 사보타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국민의힘은 오늘 정례 선대위 회의와 최고위 회의도 열지 못했습니다.

와중에 이 대표는 자신이 왜 그러는지도 밝히지 않은 채 여기저기서 웃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천진난만한 소년의 웃음인지, 토라지고 삐친 사춘기의 웃음인지, 아니면 인생을 달관한 여유로운 웃음인지, 그리고 그 웃음은 또 누구를 향한 것인지, 세상은 혼란스러운데 어쨌든 그는 웃고 있습니다.

"윤 후보의 캠페인 일정들은 이 대표의 이 웃음에 묻혀 버렸고, 이 대표가 신 스틸러가 되어 관객의 시선을 뺏고 있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윤 후보대로 이 대표의 태업을 애써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1야당의 대표가 사라졌는데 그 당의 대선 후보가 "리프레시, 그러니까 바람 쐬러 간 것 같다"라고 하는 것은 여유입니까? 아니면 무지입니까?

두 사람 사이에 불협화음이 새나온 게 벌써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대선을 앞둔 야당 초유의 내분은 볼썽사나운 추태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국민의힘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벌어졌던 '옥새파동'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걸 자랑이라도 하듯 당 차원의 홍보영상까지 만들었지요. 국민의 눈높이를 전혀 알지 못한 이 해프닝이 있었고 결국 새누리당은 패배했습니다.

국민의힘의 점입가경 자중지란은 정권 교체론에 취한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이 다 차려준 밥상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다 걷어차 버리기 직전의 상황이 바로 지금입니다.

윤석열 캠프에서 김칫국 냄새가 진동한다는 한 언론인의 탄식처럼 벌써 걷어차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12월 2일 앵커의 시선은 '그렇다면 여기까지' 였습니다.